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쇼킹 핑크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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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쇼킹 핑크스카이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6.07.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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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RECRUITING: 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


하늘을 지배하는 자, 그 이름은 승무원


- 쇼킹 핑크스카이



소녀들이 선망하는 직업에는 여승무원이 꼭 포함된다. 이는 단아하고 정갈 한 제복의 덕이 클 것이다. 얼마 전 대한항공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최초 의 여승무원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기도 했다. 용모에 자신 있 는 여대생 가운데는 승무원 준비를 하는 사람도 많고, 키나 나이에 제한 을 받는 경우 상대적으로 기준이 후한 외국 항공사를 노크하는 경우도 있 다.
항공사에서 스튜어드(남자 승무원)로 20년을 근무한 필자의 형부 가 하는 말은 예전만 해도 ‘아무나 들어가는 곳이 항공사’였다고 한다. 밤샘 격무를 하고 돌아와 말이 함부로 나간 면이 없지 않으나 요즘처럼 학 원을 다니면서 1년씩 준비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거나 조건이 까다롭지 않 은 것이 사실이라고. 어디든 치열하지 않은 곳이 있겠냐만, 이 곳 역시 외 모 하나로 만만하게 상대할 분야는 아니라는 게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여승무원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만화를 들고 나왔다. <쇼킹 핑크스카 이>(아키사토 와쿠니, 조은세상)가 그것. 드라마에서는 예쁜 제복을 입은 스튜어디스들에 관한 이야기가 간혹 나온다. 김희선이 나온 <요조숙녀>나 황신혜가 동안을 자랑했던 <천생연분>처럼 여주인공의 미모가 드라마의 주 요 소재로 대두될 때 캐릭터를 더욱 살려주는 직업으로 곧잘 나온다.

주인공 아오이 메노우는 어릴 적 첫사랑 한조가 “너처럼 못생긴 애는 스 튜어디스가 될 수 없어!”라고 한 말 때문에 오기로 스튜어디스가 되기로 결심한다. 덤벙거리지만 서비스정신만은 최대로 무장한 메노우는 일본 항 공사 JIL에 입사한다. 그런데 정말 우연한 계기로 미국 맨하탄 항공사 사 장이 초청받아 온 자리에 꽃다발을 전해주는 의전행사장에 도우미로 무대 에 올라섰는데, 맨하탄 항공사 사장의 눈에 들어 그 자리에서 스카우트 제 의를 받게 된다.

미남 스튜어디스가 많다고 소문난 맨하탄의 제의를 메노우가 거절할 리 없 다. 곧장 맨하탄으로 향하는데, 이게 웬걸, 맨하탄 항공사에는 스튜어디스 (여승무원)가 없다. 메노우는 스카우트되어 입사하자마자 맨하탄 최초의 여승무원이 된 것이다. 그것도 얼떨결에. 덤벙거리고 남자 좋아하고 실수 많은 메노우지만 친절하고 잘생긴 남자승무원들 속에 둘러싸여 그저 행복 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남자승무원이 친절한 것은 오직 손님들 이 많은 객실 안에서뿐이다. 그들은 철저한 비즈니스맨들이었고 자신들의 직업의식 때문에 메노우에게 잘 해줬던 것뿐이다.


최고의 항공사답게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맨하탄의 맨드(스튜어드)들은 메노우가 실수 많고, 운 좋아 뽑혀 온 데다 동양여자라는 점 때문에 철저 하게 무시하기 시작한다. 제임스와 에마리라는 동료 가운데 제임스도 그 런 축에 속한다. 단 일본인 4세 에마리만큼은 그렇지 않다. 이제 이후의 스토리는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어찌될지 예상이 갈 듯. 하늘 위에서 의 서비스란, 거기다 세계적 항공사의 승무원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메노 우의 일 배우기는 쉽지 않다. 때로 악당들이 비행기를 점령하고 승객 전원 을 인질로 삼는 하이잭에 맞닥뜨려 영화 같은 상황도 벌어진다. 그리고 자 신에게 매우 불친절하지만 한편으로 따뜻한 면모를 자꾸만 보여주는 제임 스, 친절한 남자지만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운명(에마리는 게이) 때문에 친 구로만 가까이 하게 된 에마리와의 관계. 그리고 미국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꼬마를 돌보다가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제임스와 에마리가 한 집에 살고, 두 사람은 아까 만난 꼬마들을 포함해 형제라고 고백한다. 자, 이 제 어떻게 될 것인가.

쇼킹 핑크스카이는 흥미롭고 즐겁다. 작가의 다른 작품 ‘쁘띠 에고이스 트’보다 현실감각은 좀 떨어지지만 나름대로 스튜어디스와 항공사, 기내 라는 설정을 열심히 취재해 보여주는 노력이 엿보인다. 색다른 직업에 대 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작품이다. 얽히고 꼬이는 연애 행각, 감정의 연결고 리와 관계들로 인해 뒷권으로 갈수록 더 재미있다. 물론, 만화는 만화로 만 봐야 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 픽션에 실제의 직업이 소개된 것은, 사 람들의 관심과 재미를 불러 모으기 위한 것이다. 절대로 그들의 애환을 실 제적으로 다루려는 목적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예쁜 제복을 입은 하늘의 천사들이 기내 서비스를 하고, 해외여행을 쉽게 자주 다니며, 밤샘 비행 이후에는 며칠이고 편안한 휴가 가 주어지는 최상의 직업이 바로 항공승무원이라고 믿는다. 짜증과 스트레 스의 연속, 음흉한 손님들과의 신경전, 밤샘 비행에도 흐트러지지 않게 자 세를 잡느라 쉽게 발생하는 만성요통과 만성피로, 얼마 쉬지 못하고 곧 비 행에 복귀해야 할 때의 직업적 고뇌, 그런 것들을 극복할 만큼 하늘을 사 랑해야 하는 것인 줄 사람들은 아직 모른다.

물론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 승무원의 다양한 세계에 대한 탐구활동 도 재미있을 듯싶다. 미니스커트에 깊게 파인 민소매 티셔츠가 유니폼인 항공사, 뚱뚱한 아줌마뿐인 비행기, 오래된 트럭처럼 흔들리는 비행기에 서 동요 없이 서비스하는 인도의 승무원들. 에피소드도 셀 수 없이 많다. 물론 그런 관심에 이 만화가 매개가 된다면 필자로서는 고맙겠다.

[월간 리크루트 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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