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人 리그-영화배우 이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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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人 리그-영화배우 이범수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6.07.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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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CULTURE: 연예人 리그


오랜 기다림에서 나온 여유, 배우 이범수



아마 그를 길에서 마주친다면,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칠 것이다. 특별히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이하게 생긴 것도 아니다. 다만 그의 눈빛만 이 좀 예사롭지 않다는 것 정도만 기억할까?

배우 이범수의 외모는 이렇듯 연예인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범수는 배우에게 중요한 것은 훤칠한 키나 화려한 외모가 아니라 눈빛이 라고 말한다. 범상치 않음을 표현할 때 항상 살아 있는 눈빛이 묘사되듯 연기를 잘 하는 배우에게서는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포착할 수 있다. 그래 서 그는 눈빛을 아낀다. 아무 때나 보여주는 흔한 스타의 눈빛이 아니라 영화 속에서나 감상할 수 있는 강렬한 배우의 눈빛을 위한 작은 노력이 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뷰할 때 그는 항상 까만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1990년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범수는 다작 배우이 다. 거의 스무 편이 넘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맡은 역할이 참 다양했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퇴마록>에서 여학생에게 추파를 던지는 단역으로도 나왔지만 그는 꽤 오 랜 무명 세월을 거쳐야 했다. 그나마 우리가 그의 얼굴을 제대로 익히게 된 것은 <태양은 없다>이다.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주인공 이정재를 괴롭 히던 모습은 참으로 밉살맞으면서도 묘하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 후 < 신장개업>에서의 ‘철가방’을 거쳐 <아나키스트>의 ‘돌석’까지 개성 있 는 조연으로 입지를 넓혀 나간 이범수는 연예계에서도 재치 있기로 소문 이 나 있다.

그러나 가볍고 시끄러운 재치라기보다는 그 속에 날이 잘 든 칼을 감춘 번 뜩이는 재치라 그의 유머는 시끄럽지 않고 도리어 진중하다가 갑자기 웃기 는 그런 모습이 많다.

여하튼 그가 기본적으로 가진 코믹한 이미지 때문인지 그는 주로 영화에 재미를 더하는 양념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하면 된다>와 <이대로 죽을 수 없다>, <오, 브라더스>에서 그가 보여준 촌스러움과 우스꽝스러움은 영 화가 끝난 후에도 두고두고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초강력 코믹 캐릭터였 다.

그러나 오랜 단역과 조역 생활을 끝내고 주역을 맡은 영화에서 그는 웃음 보다는 감동을 일으키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만년 패 전처리 투수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는 배우가 몇이 나 될까? 보통 멋있고 폼 나는 ‘승자’를 연기하길 원하는 배우도 많은 데 말이다. 훤칠하지도 잘생기지도 않은 그가 ‘불굴의 의지’와 ‘악’ 을 가진 승리자가 아니라 그저 야구를 좋아했고 실패까지도 품는 연기로 많은 사람을 울렸던 것은 그 동안 그가 살아온 삶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 다.

또한, <안녕 유에프오>에서 장님 애인을 위해 거짓말도 불사하는 총각 운 전기사를 맡은 그는 이미 ‘이범수’가 아니라 영화 속에 나오는 그 등장 인물 자체로 관객에게 비쳐졌다.

비록 이 두 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진 않았지만 ‘이범수 하면 코미 디’라는 공식을 잘 두들겨 깨준 좋은 계기가 되었다. 영화보다는 이범수 에게 호감을 갖고 기억하는 팬들이 많은 것도 다 그 이유 덕분이다.


이범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전 무대체질이에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다닐 때의 일인데요. 제 가 연출한 작품을 가지고 무대에 오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있어 야 할 곳은 무대 밖이 아닌 무대 위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 거예요. 카메 라 뷰파인더에 인물을 담는 사람보다는, 누군가에 의해서 담기는 쪽이 제 적성에 더 잘 맞았기 때문일까요.”

어떤 인물을 담아도 되는 넓은 그릇으로 인정받기까지 그가 유지한 건 꾸 준함과 성실함이었다. 끊임없이 발버둥치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분명한 목표가 있기에 긴 무명시절을 참아낼 수 있었다.

그에게 기다림과 성실함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자리에 머물 러 있기 위해서는 그만큼 힘을 줘야 하고 땀을 흘리고 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는 것은 ‘큰 배우’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못할 노릇이다. 이범수는 자 신은 ‘배우’라는 목표가 분명했다고 한다. 그 목표를 정하고 나니 고생 할 각오는 저절로 되더라고 한다. 결국 그는 감초가 아닌 자신만의 색깔 을 내는 배우로 우뚝 서게 됐다. 목표 하나는 기막히게 잘 세운 그를 필자 는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싶다.

곧 개봉할 영화 <음란서생>에서 이범수는 잔학하고도 코믹한 캐릭터인 의 금부 도사 역을 맡았다. 참 복잡한 역할이지만 이범수이기에 필자는 마음 이 놓인다.
이 영화가 개봉하면 사람들은 스크린에서 이범수가 아닌 또 다른 인물을 볼 것이다. 이만하면 이범수의 내공은 정말 만만치 않은 것이라 본다.

[월간 리크루트 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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