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거센 바람이 불던 시기가 있었다. 이윽고 비바람이 사라졌을 때, 나무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여름 내 맺었던 작은 열 매들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듬해 봄이 되었을 때, 열매가 떨어 진 곳에 새싹이 나고 어엿한 나무로 성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삼성테스코는 어려운 시기를 뚫고 새로운 시작을 이루어낸 당찬 나무를 닮 았다. 97년 IMF로 인한 외환위기가 닥쳐왔던 당시 삼성물산은 유통사업의 일부를 처분해야만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때마침 영국의 1 위 유통업체인 테스코(TESCO)가 합작사업을 제의해, 지금의 삼성테스코가 설립된 것이다. 1999년 설립 당시만 해도 내·외적으로 쉬운 일이 없었다. 삼성테스코가 삼성물산 유통부문 직원들을 모두 승계하는 조건의 합작계약 이었지만, 사업 첫해에는 삼성물산에 잔류하겠다는 직원도 많았고 퇴직률 이 20%에 달할 정도로 불안한 시기였다.

그러나 테스코가 현지문화를 존중해 주며 서서히 삼성테스코만의 독자적인 모습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을 인사팀 국윤성 팀장은 아직 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에게 삼성테스코는 특별한 의미이다. 국 팀장 은 삼성테스코의 발기인 3인 중 1인이었으며, 그의 인사 업무는 유통부문에 서부터 시작되어 삼성테스코 인사의 뿌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회의 첫발은 외환업무팀에서 내디뎠습니다. 우연히 선배의 권유로 유통 사업부의 인사부서로 오게 되었죠. 삼성테스코가 합작할 당시에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총무과장 역할을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인 1인의 발기인 역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했 던 기업에, 게다가 훌륭한 기업에 이름을 남길 수 있어서 큰 영광이라고 생 각합니다. 하하.”

이제 삼성테스코는 전국에 54개의 대형할인점 홈플러스를 보유한 탄탄한 기 업이 되었다. 오랫동안 삼성테스코를 지켜왔고 변함없는 애정을 지니고 있 는 국 팀장을 만나 삼성테스코의 채용에 대해 들어보았다.

유통사업에 관한 관심을 자기소개서에 표현해야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매장에서는 삼성테스코의 신입사원을 어렵지 않게 만 날 수 있다. 신입사원 입사 후 2년간 점포 근무를 통해 유통에 대한 이해 를 돕고 장기적인 성장을 장려하고 있다. 즉 삼성테스코의 인재로 새롭게 교육받으며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다.

“누구나 회사에 들어와 업무를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삼성테스코 에서는 완벽한 사람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보다 삼성테스코가 원하는 역량 을 갖춘 사람, 인재상에 맞춤한 사람을 원합니다.”

국 팀장은 삼성테스코의 인재상으로 기본을 바탕으로 신뢰와 협력을 구축하 는 기본인, 지속적인 학습으로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 끊임없는 도전과 열 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창조인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인재상에 걸맞은 51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며, 올해 12월에는 약 45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또 대졸 인턴 50명 의 채용계획도 있다. 채용절차는 서류전형, 토론면접·인성면접, 영어 평가 의 순으로 진행된다.

먼저 서류전형은 이력서에 제시된 학점과 영어 성적을 입사지원시스템을 통 해 정리한 뒤 자기소개서를 검토해 채용 규모의 약 10배수까지 통과시킨 다. 이때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심사위원으로 본사의 인사팀 직원을 비롯 해 각 홈플러스 매장의 인사매니저가 총동원된다.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직 접 하나하나 읽어보는 것이다. 보통 한 명이 하루 동안 읽는 자기소개서의 수는 80~100장 정도. 국 팀장은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기소개서를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소개서는 테마별로 주제를 뽑는 것이더군요. 먼저 한 문장으로 자신이 알리고자 하는 자질에 대해 재치 있게 표현한 후 그 아래 에 자세한 설명이나 사례를 쓰는 겁니다. 먼저 첫 문장이 흥미를 유발하면 다른 내용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자기소개서를 볼 때 특히 눈여겨보는 사항을 묻자 국 팀장은 도전, 창의, 유통에 대한 경험 등을 들었다.

“유통이라는 일은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뛰어든다면 무척 힘들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유통회사에서는 새로 채용한 사람들 중 절반 정도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고 합 니다. 유통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요. 아르바이트나 강의를 들었던 내용, 인턴 등을 통해 유통에 대해 얼마 나 알고 얼마나 경험해 보았는지 표현한다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겁 니다.”

그러나 경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합격하지 않고 경험이 없다고 탈락하는 것은 아니다. 국 팀장은 그런 것으로 지레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강조 한다. 자신이 지원자라면, 지원하는 회사가 서비스업이라면 직접 그 서비스 를 경험해볼 것이고 제조업이라면 제품을 사용해본 뒤에 본격적으로 도전 할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본사의 제품과 경쟁업체의 제품을 비교해 본 다면 더 좋을 것이다.

과거 행동을 통해 자질을 파악한다

면접은 인성면접과 토론면접, 영어 스피킹·라이팅 테스트를 거친다. 먼저 인성면접이 시작되는데 네 명이 1개 팀으로 구성되어 임원급 면접관의 심사 를 받는다. 이때 평가기준은 삼성테스코의 9가지 역량 중 공통역량인 고객 중시, 신의성실, 추진력, 팀워크, 자기계발/부하육성 5가지를 갖추었는가이 다.

“면접 분위기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편해야 자신의 능력을 모 두 다 발휘하고 갈 수 있으니까요. 삼성테스코의 질문방식의 특징은 당신 이 만약 ~한다면, ~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등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일에 대 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과거의 행동양식에 주목하지요. 예 를 들어 ‘당신은 과거에 거짓말을 해봤는가?’라고 물었을 때, 없다고 대 답한다면 어떻게 없을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나? 이런 식으로 과거의 행동 양식이나 그 사람의 생각에 대해 재차 묻습니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 물 어봤자 정말로 그렇게 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과거에 그렇게 행동했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성면접이 끝나면 2개 조가 1개 조로 합쳐져 총 8명이 면접에 임한다. 먼 저 시사이슈나 사업 관련 주제를 1개 부여하고 약 10분간 준비시간을 준 뒤 각자 자신의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도록 요청한다. 본사 팀장과 점포 점장들이 면접관으로 참석해 토론 태도를 평가한다. 문제에 반드시 답이 있 다고는 할 수 없으며, 논리력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 경청자세 등을 중점적 으로 평가한다.

영어 테스트는 원어민과 1 대 1로 대화하는 스피킹 테스트, 약 25분간 시간 을 주는 라이팅 테스트로 진행된다. 스피킹 테스트는 먼저 인사를 나누면 서 원어민이 지원자에 대한 수준을 가늠하고 0~5점의 레벨 안에서 조정해 이후 질문을 선택한다. 이때 중급 이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좋은 성 적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서류와 면접과정을 거쳐 삼성테스코가 원하는 사람은 결국 창의적인 생각과 열정을 갖춘 사람이다.

“기억에 남는 지원자가 있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나가기 직전 에 갑자기 면접실을 가로질러서 면접관인 저에게 다가오더니, 종이 한 장 과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면 좋겠지만, 만약 떨어지더라도 내가 오늘 면접에서 어떤 점이 좋 았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알려주신다면 앞으로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다. 종이에는 내 전화번호가 적혀있고 천 원은 내게 전화를 걸 비용이니 부 디 피드백을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전화번호는 받고 천원은 안 받았 어요. 우리 회사는 당신에게 전화를 걸 비용 정도는 충분히 벌고 있다고 하 면서요. 하하. 적극성에 감명을 받아 이후 이메일로 피드백을 해주었죠. 그 지원자는 지금 합격해서 우리 회사에 근무 중입니다. 저 말고 다른 면접 관들도 그 적극성과 열정에 감명받았던가 봅니다.”

신입사원에게 원하는 것은 뛰어난 업무실력이나 화려한 경력이 아니고, 이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열정이다. 국윤 성 팀장은 그런 사람이라면 바로 삼성테스코가 원하는 인재라고 재차 강조 했다. 올해 12월, 삼성테스코의 하반기 채용이 진행된다. 이번에는 어떤 지 원자들이 어떤 모습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삼성테스코의 문을 두드릴지 벌써 부터 기대된다.

국윤성 팀장은…

1988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8년 삼성물산 외환업무팀
1990년 삼성물산 원유팀
1994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교육과장
1998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총무과장
1999년~현재 삼성테스코 인사팀장/부장

글│남주영 기자 young@hkrecruit.co.kr
사진│한명섭 기자 prohanga@hkrecruit.co.kr

[월간 리크루트 20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