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파워 - 현명건 한국씨티은행 씨티노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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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파워 - 현명건 한국씨티은행 씨티노조지부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8.08.0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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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POWER: 휴먼파워 - 한국씨티은행 씨티노조 지부 현명건 위원장


힘든 시기지만 희망은 있어, 지속적인 대화로 노조통합 이뤄낼 것


세계 최고의 금융회사로 평가받는 씨티그룹은 2004년 11월에 한미은행을 인수하며 한국씨티은행으로 새로이 출범했다. 가장 글로벌하면서도 가장 토착화된 시중은행을 만들고자했지만, 아직까지 은행 통합의 마지막 단계 인 노조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은 씨 티노조와 한미노조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며, 두 노조가 통합을 위해 점차 간격을 좁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씨티노조지부 현명건 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조합원 3,200명이 넘는 한미노조에 비해, 조합원 300여 명인 씨티노조는 굉장히 적은 조합원을 가진 작은 조직이다. 하지만 씨티노조는 지금처럼 비정규직이 양산되기 전인 근로자파견법이 불법이던 시절, 인력 파견 업체 를 폐지하는 데 선봉에 서는 등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대한민국 노동계에 서 자부심이 강하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스스로를 잡초라고 칭하는 한국씨티은행 씨티노조지 부 현명건 위원장이 있다. 2006년 2월에 취임한 그는 1991년 쟁의부장을 시작으로 노동조합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 당시에는 위원장만 상근이고 나머지 간부는 비상근으로, 현업에서 일 하다 모여 회의하곤 했습니다. 그후 6년간 쟁의부장으로 일하다 그만두었 고, 2004년에 한미은행과 합병하면서 흔들리는 씨티노조를 보며 다시 뜻 을 세웠죠.”

대한민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자본 은행의 노동조합은 모두 잡초 같다고 한 다. 외국 자본의 힘은 생각보다 강해서, 노동조합이 뜻을 이루기에는 역부 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90년도에 노동조합은 투쟁 일변도였습니다. 우리 것을 쟁취해야만 하는 절박한 시대였죠. 하지만 지금은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이 상생해야 시대 입니다. 노조가 기업의 건전한 견제 세력이 돼야 하죠. 은행이 나아가는 바가 직원들과 맞지 않거나, 직원들의 권익이 보호되지 않을 때, 경영의 한 축으로 건전한 파트너십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는 비단 씨티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죠. 이제 노동운동도 전략적으로 할 때 입니다.”

비정규직 문제, 장기적 안목으로 원천적 해결 필요

“당면 과제는 씨티노조와 한미노조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두 은행은 임금 체제와 직급체제가 다르고, 워낙에 이질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죠. 무엇 보다 과거 씨티은행은 10단계 직급으로, 한미은행은 5단계 직급으로 차이 가 크기 때문에 직급통합이 가장 어렵습니다. 직급통합이 끝나지 않으면 노조통합 또한 힘들죠. 한미노조 위원장과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 지만, 한미노조 측도 조합원의 이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2009년쯤 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라 전망합니다.”

보통 자본의 논리는 두 기업이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씨티은행과 한미은행은 너무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 시중은행으로 같은 체제를 가졌던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조차도 3년여 의 기간이 필요했다. 반면에 외국계 은행과 시중은행이라는 전혀 다른 체 제를 가졌던 씨티은행과 한미은행은 합병을 발표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통합이 이루어졌다.

“과거 씨티은행은 우리나라에서 일정 계층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습니다. 소비자금융을 확대하면서 점포수와 기타 여건에 대해 한계를 느꼈고, 시중 은행을 인수하게 된 거죠.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씨티은행 직원 7,000여 명 중 비정규직은 1,200여 명이다. 씨티노조 측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전환이 쉽 지 않다고 한다. 한국씨티은행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굉 장히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용자 측에서도 쉽게 결정할 수 없 다.

“금융노조는 거대한 공룡과 같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 한 시중은행들이 찾은 해법이란 것이 바로 ‘무기계약직’이죠. 하지만 말 장난에 불과할 뿐 진짜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불안은 여전하고, 비정규직 임금에 근로 조건도 그대로인 이상한 계급만 늘어난 거죠. 섣불리 건드리기보다 장기적 인 안목을 가지고 원천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규직의 양보 없이는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없죠.”

자통법이 발효되면 자본의 전쟁이 시작되고, 그에 따라 금융 엘리트에 대 한 수요도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현 위원장은 직원들 교육에 힘써달라고 사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은행의 대고객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하기 때문이 다.

“구 씨티은행이 선진금융기업이라고 불렸던 이유는 잔인할 만큼 직원들 을 활용하고, 전문가로 만드는 데 있었습니다. 맡은 분야에서만큼은 전문 가가 될 수 있도록 각종 교육과 해외연수를 시행했죠. 하지만 시중은행은 순환근무제로 한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 지식을 요구합니다. 좁고 깊은 지식이 아니라, 얇고 넓은 지식이죠. 개선하기 위해 건의는 하지만, 대다수인 시중은행 출신 직원들을 설득하기에는 힘이 듭니다.”

물질적·외양적 가치보다 나만의 가치 찾는 것이 중요

현 위원장은 지금이 씨티노조 위원장으로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조합원 수도 얼마 되지 않고, 사측에 강하게 밀어붙일 힘도 모 자라기 때문이다. 그는 “할 수 있는데 못 하는 것과, 못 하는데 못 하는 것과 다르다”며 자존심이 무척 상한다고 말한다.

“2006년 겨울에 철야농성을 하고 사무실에 갔더니 제 앞으로 상자가 하 나 와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조합원이 보낸 보약과 편지가 있었는데, 그 고마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우리 간부들은 추석에도 차례만 지내고 다시 모였습니다. 이러한 조합원들이 있기에 다시금 힘을 내어 희망을 가 질 수 있었죠.”

은행원에게는 개인 삶이 없다고 한다. 은행 문이 일찍 내려진다고 직원들 의 일도 일찍 끝나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오해이다. 주말에는 주중에 모 자란 잠과 바닥난 체력을 채우기에 바쁘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가족들과 의 사이도 소원해지는 경우도 많다. 현 위원장은 “물질적인 가치도 중요 하지만, 삶의 질적인 면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요즘 직장인들은 휴가를 반납하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휴가를 돈으로 환산하는 그 순간, 우리의 삶은 피폐해지죠. 우리는 건강 한 노동력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구직자들 또한 연봉이나 외양적인 조건에 연연하지 말고, 내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직장에서 자유롭게 일했으 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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