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파워 이영희 주한외국금융기관/HSBC 노동조합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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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파워 이영희 주한외국금융기관/HSBC 노동조합 위원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8.08.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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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파워: 이영희 주한외국금융기관▪HSBC 노동조 합 위원장


같은 수레 타고 있다는 인식 가져야
함께 성장할 수 있어


‘주한외국금융기관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이 생소하게 들린다. 주한외 국금융기관 노동조합(이하 외금노)은 이영희 위원장을 중심으로 2003년 8 월 HSBC은행, 씨티은행 등 18개 지부들을 중심으로 설립돼 정당하게 합법 성을 획득한 산별 노동조합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40여개의 외국금 융기관 중, 노동조합이 있는 외국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현재는 15개의 외국 금융기관 노동조합이 가입되어 있다.

“1999년에 타의에 의해 잠깐 위원장직에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2002년 에 굳은 결심 아래, 위원장 자리에 다시 앉았죠. HSBC, 씨티은행 등 국민 에게 알려져 있는 회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외국금융기관은 소비자 금융 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규모가 작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노조원 수 도 적기 때문에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이 어려웠죠.”

이 위원장은 형식적인 노조위원장 자리와 이러한 상황에 한계를 느꼈다. 단순히 외국금융기관들의 협의체로 임금만 올리는 모임이 아니라, 직원들 의 목소리를 한 곳에 모아 대표할 수 있는 노동조합 설립의 절심함을 깨닫 고 외금노를 창설했다. 설립 이후, 그녀는 휴가를 쪼개 대각선 교섭 방식 으로 임금 교섭을 시작했고 미국인, 영국인, 캐나다인, 프랑스인, 일본 인, 인도인, 파키스탄인 등의 사용자와 일 년에 많게는 100번도 넘는 협상 을 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전 조합원의 단결된 힘으로 2003년도에 임금인상 교섭을 시 작으로 외금노의 역사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첫 산별교섭이 전체 은행 대표들의 불참으로 결렬됐죠. 각 외국은행 대표들은 외국금융노조의 법적 지위에 따른 산별교섭에 마땅히 응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각 외국은행 대표들은 외견상으로는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대등한 교섭파트너로서는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 였어요.”

“이처럼 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영업하고 대부분 한국 근로자들로 구성돼 있으면서도 근로자들의 대표인 노동조합과의 대화 에는 적극적이지 않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각 금융기관 대표들을 찾아다니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해오고 있 습니다.”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에 따른 고용안정 문제뿐만 아니라,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향후 3~4년 안에 우리나 라의 금융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한 마디로 큰 금융기관은 살아 남고 작은 금융기관은 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 위 원장은 이에 “노사가 함께 대비하기 위해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이 어려 운 상황을 이겨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줄여갈 것, 여성에 대한 차별 없어 근무하기 좋아
이 위원장은 자신이 소속한 HSBC은행에서 2007년 10월에 당시 전체 직원 1,200명 중 44%였던 비정규직 비율을 2008년 6월까지 25% 이하 로 축소하는 노사합의를 이루어냈다. “신입사원은 2년 단위 계약직입니 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적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정규직과 달 리 연장근무수당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가 많죠. 더 큰 문제는 이런 불합리 함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표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이다 보니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죠. 이것은 미래의 성장 동력 인 젊은이들에게 좌절감만을 안길 뿐입니다. 이는 노사가 끊임없이 대화하 고, 긴밀하게 협의해 차차 개선해 나가야죠.”

무엇보다 외국금융기관의 특성상 여성들의 근무조건이 좋다. 시중은행은 남자들에게 기회가 더 많은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여자들은 경쟁에 서 처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반면 HSBC는 10년 후를 봤을 때, 비록 시중은행보다 초봉이 적더라도 능력만 있다면, 여성들의 승진에 대 한 차별이 없고 승진 속도도 빨라서 더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

엄마의 노력으로 아들, 딸에게 합리적인 노동환경 제공할 것
그녀는 노조활동에서 투쟁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합리적 이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노조활동을 바탕으로 노조의 힘을 키 우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빠른 열쇠이기 때문이다. 노사의 입장이 다르 면 충분한 설명을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시키는 것이 하나의 입장으로 가 는 지름길이다.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면, 직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장기적 인 관점에서 동기를 제공해야 직원들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 적이고 일방적인 강요로 일관한다면, 직원들의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죠. 더 많이 가진 자가 상대적으로 약자를 더 이해하고 다가가야 하는데, 외국 자본은 투쟁 일변도였던 과거 노조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무조건적인 거 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할지 고민도 많 고 이러한 부분이 가장 힘이 들죠.”

이 위원장은 “외국금융기관의 선진화된 시스템과 한국인 특유의 열정이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러 한 장점을 살리도록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라는 포부를 밝혔 다.

외국금융기관 위원장이란 자리는 이익보다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더 많 다. 그러나 그녀는 열심히 일하는 조합원들의 얼굴을 보고 더 열심히 해 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으며,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단결하 여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노조와 사용자 는 같은 수레에 타고 있어 두 바퀴 모두 필요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굴 러갈 수 없죠. 노사가 서로 협력하여 동•서양의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를 극복하고 하나의 힘으로 모을 수 있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고 생각됩니다. 외국금융기관 특성상 철수하기가 쉽고 합병이 열려 있죠. 이렇듯 우리가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투쟁보다 는 대화를 통하여 사용자를 설득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물론 그 뒤에는 조 합원들의 힘이 필요하지만요.”

외국 임원들은 경영과 인사에 왜 노조가 관여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지 만, 직원들의 만족이 경영과 인사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처음부터 경영과 인사에 참여시켜 내용을 설명하고 조합원들의 이 해를 구한다면, 오히려 사용자가 할 일을 노조가 대신해 주는 것이죠. 물 론 결과의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노조의 입장을 사용자가 이해하고, 그러한 문화가 잘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이 위원장의 큰딸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고 한다. 딸에게 다른 엄 마처럼 뒷바라지를 잘 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어른 스럽게 이해해줘 고맙다고 한다. “훗날 두 딸이 고용주보다 고용인의 입 장이 될 텐데, 불합리한 점들을 하나씩 바꿔가다 보면 그 아이들이 사회생 활을 하는 시대에는 노동환경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미래는 지금보다 더 글로벌화 될 테고, 외국금융기관은 중요한 기반이 될 테죠. 지금 힘들어 도 바꾸고자 노력한다면, 이 모든 것이 그 아이들에게 나아가 미래의 젊은 이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월간 리크루트 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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