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알파걸 - 심지희 우림건설 해외사업부문/해외사업지원실 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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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알파걸 - 심지희 우림건설 해외사업부문/해외사업지원실 부팀장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9.04.0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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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이 시대의 알파걸 _ 심 지 희 우림건 설 해외사업부문/해외사업지원실 부팀장
8개 국어를 구사,
당신이 바로 글로벌 알파걸!


영어·독일어·불어·네덜란드어·스페인어·러시아 어·중국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8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면서도 ‘알파 걸’이란 단어에 손사래를 치던 심지희 씨. 그녀는 대부분의 성장과정을 벨기에에서 보낸 만큼 우리와는 외국어를 받아들이는 개념 자체가 다르 다. 하지만 그래도 놀랍고 부럽다. 외국어 공부에 대한 그녀만의 노하우 는 무엇인지 알아보고 더불어 그녀의 눈에 비쳐진 한국 여성들의 모습에 대해 들어보자.

우림건설에 8개 국어를 구사하는 여자직원이 있다는 소문을 입수, 그녀야 말로 글로벌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알파걸’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며 어떻게 그 많은 외국어를 섭렵할 수 있었는 지에 대해 성급히 첫 질문을 던졌다.

“사실 저는 11살 때 벨기에로 입양을 갔습니다. 그곳은 네덜란드어와 불 어를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가자마자 언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 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었던 그녀는 너무나 다행히도 헬렌 켈러 의 설리번과 같은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벨기에 적응과 함께 언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그 선생님은 지희 씨가 입학한 초등학교의 교장선 생님으로 독신 여성이었는데 방과 후는 물론 주말까지 그녀의 과외 선생님 을 자처하고 나섰다.

“수학은 다행히 따라가기가 수월했는데 다른 과목들은 일단 언어가 안 되 니까 이해조차 할 수가 없더라고요. 교장선생님께서 저희 옆집에 사셨기 때문에 학교 마치면 바로 선생님 집으로 가서 언어는 물론 세계사에 대해 서도 과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선생님의 진심을 느낄 수가 있었죠. 그래서 내가 그분께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공부 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밤 12시는 기본이고 밤을 새워가 며 공부를 했습니다.”

그 결과, 그녀는 2년 만에 2개 국어 사용에 완벽히 적응했고 중·고등학 교 시절엔 독어와 영어를 마스터했다.

“저는 처음에 한국 와서 가장 놀랐던 점이 제가 영어, 독어, 네덜란드 어, 불어 등 여러 나라 말을 한다는 것에 놀라워하는 한국 사람들의 반응 이었어요. 벨기에에서는 이런 게 자연스러운 건데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 다.”

위의 언어들은 어원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의 말을 빨리 배울 수 있다 는 장점도 있지만 일단 벨기에와 우리나라는 외국어를 공부하는 목표와 방 법 자체가 많이 다르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영어 공부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그 방법대로라 면 공부가 재미없을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만약 제가 지금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하는 입장이라면 그 목표가 성적이나 취업이 아닙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원서를 읽기 위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죠. 외국어 는 공부를 하거나 사람을 사귀는 데 필요한 도구이고 수단일 뿐이지 외국 어 자체를 학문으로 받아들이고 공부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여성들, 자신감 부족한 게 아쉬워

또한 그녀가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가 더 있 다. 학교에서 멘토링 제도를 실시했는데, 그분 역시 선생님이셨다. 그 선 생님께선 항상 “네가 못 하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 야, 넌 할 수 있어”라며 끊임없는 격려와 용기를 주셨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심지희 씨는 전공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한국어학 을 전공할까 생각도 했지만 펄벅의 <대지>를 너무나 감동 깊게 읽어 중국 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 어학연수를 통해 현지 문화를 체험하 는가 하면 회화 실력도 늘릴 수 있었다.

“벨기에로 다시 돌아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함께 공부하던 경희대학교 교수님의 추천으로 경희대 아태 국제대학원의 교환학생 프로그 램에 주저 없이 지원해 1년간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2003년 경희대 평화복 지대학원에 진학해 2년간 학업을 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이었는데요, 이때 러시아 룸메이트를 만나 러시아어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 때문일까. 그녀를 향한 한국의 러브콜은 끊일 줄 을 몰랐다.

“다른 회사에 비해 우림건설은 함께 일하는 분들이 너무 좋아요. 보통 기 업에서는 인터뷰 때 단순히 연봉 등 업무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데 우림건설은 저에 대해 로드맵을 짜주는 등 비전을 제시해 주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어느덧 그녀가 우림건설에 입사한 지도 1년 반. 건설회사는 다른 기업보 다 보수적이라는 선입견이 많은데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탈 없이 다니 는 걸 보면 그렇게 보수적인 곳은 아니라고 확답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여성들을 보면 정말 똑똑해요. 물론 남성분들도 잘하지만 눈에 띄 는 여성직원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저희 회사는 건설회사임에도 여성 임 원분도 계십니다. 저는 지금 팀에서 외국어와 관련된 업무를 총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데 전략기획팀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고 있기도 합니다.”

그녀가 한국에서 일하며 여성들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사소한 부분에 신경 을 너무 많이 쓰고, 사람을 볼 때 외모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있는 그대로 도 예쁘고 멋진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한국 와서 남자, 여자가 가장 다르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는데요, 어떤 새로운 일이 닥치면 남자들은 흔히 ‘아, 나 이거 배워야겠다!’라는 반응인데 여자들 은 ‘난 여자라서 안 해도 돼’라는 입장을 많이 취하더라고요. 이런 소극 적인 자세보다는 뭐든 적극적으로 맞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기한을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지희 씨는 다시 벨기에로 돌아가 외교관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전 세계가 내 집이라는 마음으로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외교를 하고 싶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 책을 읽기 위해 하나 둘 배워나간 외국어 실력과 다 양한 문화에 대한 뛰어난 적응력, 이 모든 것이 외교관이라는 그녀의 꿈 에 커다란 날개가 되어 힘을 실어줄 것이다.

[월간 리크루트 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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