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관리 케이스 : 역할기대, 역할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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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관리 케이스 : 역할기대, 역할갈등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1.09.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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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POWER : 경력관리 케이스


역할기대, 역할갈등


 

윤 수 정  JM커리어 책임컨설턴트

 

그 끝이 보이지 않던 길고 긴 장마가 지나갔다. 저 구름 너머엔 분명 태 양이 존재할 텐데 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궂은 날씨. 비구름을 품고 있 는 먹구름만을 탓한다면 구름 뒤의 멋진 태양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구직활동도 마찬가지다. 구직활동 동안 누구나 겪게 되는 심리적 압박 감, 그것을 넘어 구직활동 기간이 지속되다 보면 자기비하감마저 들기 마련 이다. 세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구직활동기 간 등 변화의 시점에서 많은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엄습해 온다. 태양 은 그 존재감을 잃고 애당초 비구름을 품고 있는 먹구름만이 존재했던 것처 럼 느껴지는 시기랄까.

구직활동 기간 동안 스스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역할기대에 따른 역할갈등이 있다.

 

역할기대에 갇힌 K씨

처음 상담실의 문을 노크한 30대 중반의 K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연 다. 첫만남부터 얼굴에 많은 이야기가 쓰여 있었고 너무나 많은 고민에 얼 굴 표정이 복잡해 보였다. 10년 조금 안 되게 근무했던 곳을 뒤로 하고 전 직을 하는 과정에서 변화 자체가 큰 부담감이었을 테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 고도 참 생각이 많아 보였다.

누구나 그렇듯 경력목표에 관한 막연함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K고객 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에 기꺼이 즐기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 을 할 때 가장 즐기며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 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그저 살다 보니 우연찮게 하게 된 일이 때로는 경력이 되고 이력이 되는 일이 많으므로 어찌 보면 K고객은 행복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또한 스스로도 행복하다 생각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그에겐 삶의 무게가 느껴졌 다.

왜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상담과 여러 진단도구를 통해 자기 이해 를 돕고자 했다. 진단도구와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드디어 그의 속내를 알 게 되었다. 그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하고 싶 은 일 사이에서의 갈등이었다. 항상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충실하려 했 던 K씨. 가장으로서의 역할, 맏아들로서의 역할에 대한 부담감과 기대감으 로 인해 역할 갈등을 겪고 있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완벽을 기하는 그의 성향 때문에 더욱이 그는 역할기대에 부응하려 애를 써왔다.

개인과 역할 간의 갈등은 주어진 역할이 개인의 기본적인 욕구 등과 상 충될 때 발생하는 갈등이다. 그러한 갈등과 함께 항상 완벽을 추구하는 그 의 성향 때문에 현실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늘 역할이 주는 기대감에 부응하려고만 했던 것이다. 그럴수록 안에서는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었 다.

‘해답은 자기 안에 있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면서도 역할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선택한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 그는 스스 로 많은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었다. 그것은 자기 안에 있는 목소리에 귀 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 노동시장은 실업대란이란 단어가 마치 정형화된 수식어처럼 따라다니 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저버리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 는다는 건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만큼, 아니 그 이상을 걸어가야 하 는 시점에서 역할의 중요성에만 얽매인 선택이라면 취업이 된다 해도 직무 의 지속성을 가져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또 하나의 갈등을 유발 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걸어온 시간보다 걸어갈 시간 이 훨씬 많이 남아있다 생각된다면 나를 둘러싼 타인들의 역할기대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고객들이 어떠한 선택에 있어 안 되는 이유들을 나열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은 현실적이기보다는 한편으론 그만 큼 단호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에 있어 약해졌다는 뜻일 수 있다. 의사결정 의 어려운 순간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복잡할수록 단순해지는 것이 자기 안의 해답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 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게 상담을 통해 K씨는 자기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 것이 역할에 대한 책임보다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바로 설 수 있는 길임을 인식하고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안정적인 직장 도 내려놓고 자신이 원하는 길, 덧붙여 경력을 살리는 일로 진로를 결정한 후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표정이 가벼워 보였다. 최종적인 목표는 자기사업 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경험을 쌓기로 하였다.

그러던 중 그가 원하는 분야와 관련된 중소기업을 알게 되었고, 본인이 받던 연봉에 비하면 많이 미흡하지만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그는 기꺼이 도 전하기로 하였다. 설사 당장은 그것이 현실화되기에 큰 무리수가 있더라도 장차 세컨드잡으로 그것을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또한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상담을 하면서 대다수의 고객들이 구직활동에 있어 타인들의 역할기대 에 부응하려 하다 결국은 더 큰 혼란에 빠진 경우를 참 많이도 보았다. 그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다시 방향을 바꾸려 할 시점에선 너무 늦어버 린 까닭에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K씨도 마찬가지다. 역할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며 스스로도 그래야 한다 고 생각했지만, 본인이 진정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 쪽이었기에 안고 있던 고민의 실체보다 훨씬 더 많은 갈등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만약 구직 활동에 있어 생각이 너무 복잡하다면, 내 안에서 심한 갈등이 느껴진다면, 혹시 역할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 안의 소리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생각하여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 지는 않은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생에는 일 더하기 일이 항상 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구직활동도 마찬가지 다. 때로는 생각하지 않는 순간에 생각하지 못했던 기회들이 모여 다양한 결과를 자아낸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볼 만 하고 구직활동은 해볼만한 것 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것들이 항상 정해진 룰에 의해서만 진행이 된다 면 무슨 기대가 있을 수 있으며 어떤 재미가 있을까?

잠시 역할기대를 내려놓고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귀를 기 울여 보자. 거기에서부터 기적이라는 것이 시작되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그 기적을 이뤄나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기를 바라 본다. 그 래서 지금 이 순간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분 모두가 비구름을 품고 있 는 먹구름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먹구름 뒤의 멋진 태양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하며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월간 리크루트 2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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