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 교수의 커리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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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상 교수의 커리어 스토리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2.03.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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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RECRUITING정철상 교수의 커리어 스토리

 

 

대학 등록금이 없어 시작한

 직업군인 생활

 

 

“나의 군 경험을 뒤돌아 볼 때, 아무리 사소한 일이 라도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시시하다고 경시하 다 보면 스스로 시시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사소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이 문제가 아니라, 사소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자세로 삶에 임해 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일 수 있다.”

 

 여자들이 남자들 이야기 중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웬만해서는 군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사실 부끄러운 기억이 많 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직업 이야기를 꺼내면서 군대 이야기 를 빠뜨리기는 아무래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4년 6개월간이나 직업군 인으로 생활했으니 군대도 내게는 분명 하나의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계기로 군에 들어가서 어떻게 생활하고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잃었는지, 그 다양했던 경험들이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 같기에 여성분들의 질타를 무릅쓰고 군대 이야기를 꺼낸 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축구를 못했기에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다

 대학교 2학년이 될 즈음,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 웠던 집안 형편 탓에 아버지는 내게 직업군인을 권했다. 공군 하사관을 지 원 입대하면 급여도 나오니깐 한번 도전해 보라고 하셨다. 나 역시 학생운 동에 다소 지쳐 있었고,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돈도 없는데 대학에 계속 다니기도 민망한 상황이었다. 바로 입대를 지원하고 시험을 봤다. 시험에 는 워낙 자신이 없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당시 지원자가 별로 없었는지 바 로 합격했다.

 장기 복무자라 군사 훈련만 6개월을 받았다. 더워 지기 시작하는 6월에 입대해 한여름에 훈련을 받았다. 그냥 뛰더라도 땀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무더위였는데, 20kg에 가까운 군장을 하고 움직였으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더위 탓에 훈련은 쉽지 않았다. 훈련이 끝난 이후 에도 직무 교육을 3개월 더 받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원산폭격을 한두 시간씩 하기 도 하고, 뜨거운 연병장에 누워서 좌우로 구르기를 몇 시간씩 하기도 했으 며, 유격훈련을 몇 시간씩 받기도 했다. 육군이나 특수부대에 비한다면 수 월한 훈련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동기들은 꽤나 힘들어했다.

 그런데 나는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물론 육체적 으로는 힘들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정신적으로는 내 인생에서 가장 마음 편한 시간 중의 하나로 기억된다. 복잡했던 개인적 상황을 모두 잊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가량 깨끗이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책 읽기를 시작하였다. 한 달에 10여 권씩을 읽었는데, 그것이 내 삶의 운명 을 바꾸는 큰 힘이 되었다. 그 덕분에 유명 인사들만 출연한다는 SBS의 독 서캠페인에 1주일간 출연하기도 했다. 요즘은 바쁘답시고 책을 많이 못 읽 는데, 그럴 때는 “책 읽을 시간이 너무 없어 다시 감옥으로 가고 싶다” 고 말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이 떠오르곤 한다.

 

사소한 경험의 사소하지 않은 의미

 군사 훈련이 끝난 뒤 ‘항공기 레이더 전자 정 비’라는 보직을 받고 3개월간 직무 교육을 받았다. 내가 맡은 주요 업무 는 전투기가 이륙하기 전에 레이더의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것이었다. 조종 사가 지상으로 총격하거나 폭탄을 투하할 때 정확한 지점으로 투하하기 위 해서는 반드시 레이더 장치 조준이 잘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종종 조 종석에 올라가서 장치 조준을 하기도 했다. 첨단 장비라 상세하게, 내부적 으로 기계를 손보는 일은 어려웠다. 물론 문제의 정도가 심하다면 수리창으 로 들어갔지만, 웬만한 문제들은 우리 선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인문계 출신이라 전기전자 관련 지식이 전 혀 없었다. 하지만 3개월간의 직무 훈련 기간 동안 배운 기술과 영어 능력 은 자대 배치를 받고 업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음은 물론,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외국계 회사 세일즈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계기 를 만들어줬다. 당시 회사의 모집 공고에 이공계열 졸업생만 지원자격이 있 다고 명시되어 있었으나, 나는 군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해서 당당 히 경력을 인정받아 합격하였다.

 나의 군 경험을 뒤돌아 볼 때, 아무리 사소한 일 이라도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시시하다고 경시 하다 보면 스스로 시시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사소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소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자세로 삶에 임해 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사소한 경험이라도 나에게 도움 이 된다는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할 필요가 있다.  

 

참조 도서 :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 만 했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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