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신입사원의 하루: 안형선 웨스턴 조선호텔
상태바
동행취재 신입사원의 하루: 안형선 웨스턴 조선호텔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2.12.13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목 없음

HUMAN POWER┃동행취재 신입사원의 하루

 

 

스타쉐프? No!

행복을 만드는

요리사 ’될 것

 

국내 최고의 일식당으로 유명 한 웨스틴 조선호텔‘스시조’, 미슐랭 가이드의 별 하나를 획득한 도쿄의 초밥 전문점‘스시 큐베이’와 기술 제휴를 한 곳이다. 2008년 10월, 지하 에서 지상으로 자리를 옮겨 재오픈한 스시조가 대표로 내세우는 메뉴는 초 밥이다. 특히 스시조는 초밥의 재료가 되는 생선에서 다른 초밥과 차별성 을 갖는다. 일본 최고의 스시를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스시조, 이곳의 초 밥을 만드는 요리사가 궁금했다. 입사한 지 5년 차가 되었지만, 아직도 막 내라며 웃는 안형선 사원을 만나보았다.

 

AM 6시 30분

요란한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 후딱 씻고 나오면 출근 준비 끝이다. 유니폼을 입기 때문에v복장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아침밥 도 호텔에서 먹기 때문에 남들보다 아침시간이 여유로운 편이다. 1시간 남 짓 걸리는 출근 시간에는 주로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 일본어를 공부하거 나 일본 드라마를 시청하고, 요리 관련 서적을 읽기도 한다.

AM 8시

공식 출근 시간은 9시이지만, 1시간 전에 출근하고 있다. 도착하자마자 그날그날 들어온 생선을 확인하고, 생선을 잡고 각종 재료를 손질하여 장사할 준비를 한다. 짬이 나는 대로 간단히 아침을 챙겨먹고 본 격적인 준비에 돌입하는데, 12시에 오픈하지만 11시 30분부터 손님이 몰리 기 시작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해야 한다.11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는 점 심 손님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주방에서는 마치 전쟁을 치루는 것 과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이후 손님이 빠지면 휴식을 취하고 저녁 장사 준비를 하는 데, 5시에 저녁 타임을 오픈하기 때문에 그 전에 끝마쳐야 한다. 마찬가지 로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내가 맡은 곳을 말끔하게 정리한 뒤 8시 30분쯤 퇴근한다.

계약직에서 정직원으로,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일해

고등학교 시절 체육대학에 가기 위해 운동을 했던 나는 군 대에 다녀온 뒤 진로를 바꿨다. 운동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어 서 요리사라는 직업을 택했고, 조선호텔 외식 사업부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용역업체에서 파견하는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해도 정직원 과 대우가 천차만별이었다. 이에 그만두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나는 언젠가 는 정직원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며 전문대학교 호텔조리과에 입학하였다. 2 년 동안 야간에는 공부를 하고 주간에는 일을 하며, 하루에 4시간도 자지 못하는 생활의 반복이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와는 담을 쌓 았던 내가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할 수 있었고,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 다. 그러던 중, 호텔에서 정직원을 뽑는 공채가 있었고 당당하게 응시하여 정직원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그 당시 경쟁률이 40 대 1을 넘을 정도로 치 열했는데, 근로조건이 열악한 계약직으로 2년 이상 일한 나의 근성을 높이 평가 받아 합격할 수 있었다.

정직원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양식으로 지원했지만‘스 시조’라는 일식당으로 발령이 나면서 고난이 시작됐다. 스시조가 도쿄 초 밥 전문점과 제휴하여 새로이 오픈하면서, 오픈 멤버로 발령이 난 것이다. 7명이 함께 채용됐는데, 나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파였다. 양식과 는 칼 쓰는 법도 다르고, 식재료도 다르고, 요리법도 다르고 게다가 일본어 도 모르는데 주방장님이 일본 사람이었으니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 다.

처음에는 백지장에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긍정적으로 임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잘 하고 있는데, 선배들이 실습 나왔냐고 비꼬며 타박을 할 때는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 이에 이를 악물고 쉬는 시간마다 연습을 했다. 양식과 일식은 전혀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부 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생선을 잡으며 연습하니, 3년 정도 되었을 때 감이 왔다. 이렇게 하나를 익혀두면 또 새로운 것을 익혀 야 해서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지만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정말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어

주방은 불을 다루고 칼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안전사고 가 빈번하다. 이에 긴장하지 않으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사람 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직업이기 때문에 엄격한 조직문화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요리사라는 직업의 육체노동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거기 에 이러한 정신적인 노동까지 더해지니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 우가 많다.

또한 호텔이라는 특성상, 다양한 자기계발이 요구되고 있 다. 요리도 해야 하는데, 외국어도 공부해야 하고 봉사활동도 해야 하니 신 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비정규직의 설움도 알고 있으 며, 정규직으로 어렵게 점프한만큼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하고 싶 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자기계발을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것이다.

나의 비전은‘행복을 만드는 요리사’이다. 사람들이 내 가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포부도 바 뀌었다. 예전에는 겉으로 보기에 멋있는 호텔 총주방장이 되고 싶었지만, 이제는 작더라도 나만의 가게를 하고 싶다. 그리하여 내가 만든 음식을 먹 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머지않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고 믿고 있다.

호텔에 실습 나온 학생들을 보면, 스타쉐프를 꿈꾸며 무작 정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동 강도도 세고 자기 시간도 없 는 요리사란 직업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이 일에 뛰어 든다면 1년도 버티 지 못하고 그만두게 될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닌, 정말 요리를 좋 아하고 요리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만이 시작하길 바란다. 그리고 요리사 가 되고 싶다면 꾸준한 체력관리와 자기관리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각 오되어 있는 사람만이 요리사가 될 자격이 있다.

 

글·사진│김선정 기자 trustme@hkrecrui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