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채용의 작용과 반작용
상태바
고졸채용의 작용과 반작용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3.03.14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목 없음

Cover Story┃고졸채용의 작용과 반작용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 대졸자 에 대한 역차별이다?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

대졸자에 대 한 역차별 이다?

학력이나 간판이 아닌 실력으로 승 부하는‘열린 고용’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고교생들이 취업을 위해 굳이 대학에 가려고 하지 않고, 기업도 능력 있는 고졸 인재 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과도한 학력 인플레로 커다란 후유 증을 앓아왔던 대한민국에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변화에는 작용과 반작 용이 있듯, 지금의 고졸채용 열풍에도 명과 암이 있다.

 

 

지난 정부는 2008년부터‘선취업 후진학’을 범정부 차원에서 단계적으 로 추진했다. 1단계 고교 직업교육 강화와 2단계 고졸 일자리 확대, 그리 고 201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열린 고용이 3단계다. 고교 직업교육을 강화 하는 동시에 고졸 일자리도 꾸준히 늘렸다. 우선 공공부문의 채용 장벽을 허물었다.

고졸자 공무원 채용을 위해 지난해‘지역인재 9급 추천채용제’를 신설 했고, 기능인재 추천채용을 53명에서 지난해 100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또 9급 공채 시험과목에 사회, 수학, 과학 등 고교과목을 추가해 고졸자들도 무리 없이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출신자를 신규로 증원 채용하는 민간 기업 에겐‘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를 우대해줬다. 특히 특성화고 졸업자를 채 용한 중소기업은 산업기능요원을 우선배정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고졸 청년인턴제도 2011년 1만 2,000명에서 2012년는 2만 명 규모로 늘리기도 했 다.

취업 후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경로도 마련했다. 재직자 특별전형 제 도를 도입해 특성화고 등 졸업생 중 3년 이상 취업 경력자를 정원 외로 선 발하고 있다. 열린 고용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고졸 직원 입사 후 일정기간 이 지나면 대졸자와 동등한 직위를 부여하고 승진이나 보직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규정도 바꿨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1기 마이스터고 졸업 생 배출을 한 지난해, 마이스터고 졸업생 취업률 100%는 사실이 됐다. 올 해 2월 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 중 84.8%가 이미 지난 3월에 채용이 약속됐 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도 65~70%까지 높아졌다. 각종 고졸 고용 관 련 수치도 개선됐다.

고졸 고용률(15~29세)은 2011년 9월 59.8%에서 2012년 5월 61.6%로, 8개 월 만에 1.8%p(포인트)나 증가했다.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특성화고에 지원 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2013학년도 전국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입시 경쟁률’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1.15대 1에서 올 해는 1.2대 1로 증가했다.

전체 학생수 감소 추세에 맞춰 특성화고 정원을 지난해보다 6,400여 명 줄였지만, 지원자는 1,100여 명 감소하는 데 그쳐 경쟁률이 상승한 것이 다. 또 특성화고에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줄어든 반면 취업을 희 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2011년의 경우 특성화고 학생 100명 중 48명(48%)만 졸업 후 바로 취업 하겠다고 밝혔지만 2012년에는 그 비중이 59명(59%)으로 높아졌다. 학년이 낮아질수록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은 더 많았다.

 

실질적으로도 고졸 고용 확대 효과적이야

이제 고졸채용은‘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으 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2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등 맹목적인 대학 진학열로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비 용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들의 구인난 부담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학력 인플레 문제가 국내총생산(GDP)의 1% 상 승 기회를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42%에 이르는 대졸 과잉인 력 탓에 2009년 이후 노동투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라는 분석이 다. GDP가 지난해 기준으로 1조1,635억 달러(IMF 추정)인 만큼 1%만 해도 116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조 원이 넘는 상승요인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무작정 대학을 가려는 학생들이 줄고 우리 사회에 간판이나 학력보 다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열린 고용문화가 자리 잡으면 경제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무엇보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바 크 다.

무리한 학벌 경쟁으로 인한 국가적 낭비, 지나친 대졸자 양산으로 인한 ‘학력 대비 일자리 질의 악화’등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우리사회의 최대 고용주인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는 정치·사회적인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고졸 취업자에 눈을 돌리게 됐 다.

특히 고졸 고용 확대가 현 정부 들어 강조된 동반성장과 양극화 해소 정 책에 가장 부합하는 이슈가 되면서 기업들도 이에 적극 발맞춰온 게 사실이 다. 하지만 정부나 사회가 요구한다고 해서 대기업들이 등 떠밀리듯 고졸 자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도 고졸고용 확대가 효과적 이라는 판단이 기업들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먼저 지난 몇 년 사이 고졸자들의 업무 능력이 높아지면서 대졸자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는 게 채용 확대의 이유다. 여전히 대학 교육이 실무와는 동떨어진 수준에 그치고 있는 반면 마이스터고와 특 성화고 확대 및 선취업 후진학 지원 등 정부의 고졸 취업활성화 대책으로 우수 고졸 인재들이 많이 늘어났다.

3년 내내 실습실에서 살다시피 하다 보니 기업체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 는 준전문가들이 양산되고 있다. 영어점수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취업 전 의 스펙은 물론 대졸자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는 자신의 먼 미래를 그리면서 영어 등 기본적인 스펙까지 충실히 갖춘 고 졸자들이 늘어나는 등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 업무를 배우고 추진하는 능력이나, 컴퓨터 사용능력 등 실무적 인 부분은‘학위만 딴’대졸자들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일선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 졸 취업자들의 업무처리 능력에 대해서 응답기업의 44.2%가‘2~3년 전보다 향상됐다’고 답했다. ‘저하됐다’는 응답은 6.1%에 불과했다.

게다가 고졸 취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배움이나 자기능력 개발에 대한 열 망이 강해 입사 후 발전속도도 매우 빠르다. 삼성전자나 대우조선해양 등 이 고졸 고용을 늘릴 뿐 아니라 이들의 입사 후 교육을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다. 고졸자들의 잠재력이 상당하다고만 믿기 때문이 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졸자들의 로열티가 대졸자들보다 높다는 점도 빼놓 을 수 없는 메리트다. 어학연수 경험 등으로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나 서구적 조직에 대한 열망이 높은 젊은 대졸자들의 경우‘아직은 권위적 인’ 대기업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심하 면 조기 이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초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졸자가 첫 직장을 2년 내에 그만두는 비율은 75.4%에 달했다. 4년 이후에도 첫 직장을 다니는 비 율은 40% 수준에 그쳤다.

반면 상대적으로 취업시장에서 마이너리티였던 고졸자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만족감이 높다. 특히 업무를 대하는 태도나 목표 달성 욕구, 조 직 내 성공에 대한 열망이 대졸 취업자들에 비해 강하다는 게 각 그룹 관계 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취업 초반 대졸자에 비해 비용 은 덜 들어가면서도 조직 안착률은 더 높은 고졸자들을 굳이 마다할 이유 가 없다.

 

‘빛 좋은 개살구’되지 않도록 노력 필요해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졸채용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것이 또 다른 사회 의 문제로 작용될 수 있다. 가뜩이나 취업문이 좁은 대졸 취업자들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졸 인력 취업난도 심각한 분위기에서 고졸 졸업생들이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신규 정원을 늘리지 않은 채 고졸 신입사원을 늘리면 대졸자들이 들어 갈 자리를 빼앗는 셈이 돼 사회적 문제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 견해다. 기업이 진정으로 고졸채용을 늘릴 생각이면 고졸 신입사원을 늘 리는 비율만큼 신규 채용 규모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 공기업 등에 따르면 정부의 고졸채용 비중 확대 방침에 따라 노 조 협의를 거쳐 통상 1∼5급인 직제에 6, 7급직을 별도로 신설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 이는 현행 직제로는 고졸채용자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정원은 그대로 두고 증원될 인력 중 일부를 6, 7급 정원으로 부여하 는 방식이다.

일부 공기업은 6급 갑은 대졸, 6급 을은 고졸로 뽑는 고육책도 쓴 것으 로 알려졌다. A공기업 관계자는“학력차별 때문에 고졸자, 대졸자 초임호봉 을 달리 줄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별도 직급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 다. 금융 공기업이나 공기업은 업무특성상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 아 과거에는 고졸채용이 거의 전무한실정이었다.

최근 채용 확대를 두고 과잉학력 예방, 학력 철폐, 조직 활력 제고 등 의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B공기업 의 한 임원은“우리 공사는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업무가 많아 고졸채용 직 원에 대해서는 업무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에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성 결여로 조직 발전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 을 것이란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한편, 최근 2.0세대 고졸 행원 채용에서도 여자 고졸자 보다 남자 고졸 자가 비집고 들어갈 문이 적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들이 남자 고졸자를 신규 행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병역 문제가 해결되 지 않아 군 복무 시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이 밖에 외국어나 전문지식 등 전반적인 자질이 대졸자와 비교하면 부족 한 점도 있어 이에 대한 업무 교육 문제나 한정된 업무영역에 배치한다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2009년 수만 명의 청년인턴이 뽑혔지만 대부분 잡무를 하다 계약기간을 마쳐,‘ 도루묵’이됐다. 일부정규직으로 성공한 이들도 있지만 극히 제한 적이다. 이에 휴유증만 적지 않게 남겼다. 청년인턴제는 기존 직원들의 임 금 삭감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신규 인원 채용을 줄여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고졸채용 확대가 이와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고졸채용이 기 존 인원 계획에서 추가로 뽑는 것이 아니다 보니, 대졸 출신에게는 또 다 른 역차별이 된다. 인재 전쟁을 펼쳐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인사 시스템 변화에 대한 부담도 크다.

고졸 직원들 역시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도 있 다. 고졸채용 열풍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학 교 등 여러 주체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