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학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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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학보사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4.03.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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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을 이끌어가는 중심, 서울대학교 학보사 ‘대학신문’ 탐방기

 

1952년 2월 4일,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내려간 전시연합대학의 학보사로 출발한 ‘대학신문’은 2014년 현재까지도 그 이름 그대로를 사용하며 서울대학교의 공식 학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 발간될 신문 제작을 위해 방학 때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학보사 대학신문을 직접 방문해봤다. 캠퍼스와 관련된 다양한 대내외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학생기자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일반 대학 신문들은 학교의 이름을 딴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의 명문사학 서울대학교는 다르다. 6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설립 당시의 뜻과 이름을 유지하고 이어오면서 대학 학보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학기 중에 일어나는 교내의 많은 소식들을 전달하는 것을 비롯해 학교 구성원들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들을 학내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그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생활한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대학신문의 명맥을 이어나가려고 노력하는 기자들의 노력이 대견하다.
많은 학생들은 학보사를 한다고 하면 동아리 활동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학 학보사는 엄연한 독립단체이자 공식기관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 동아리와는 다르다. 일반적인 친목 위주로 모이는 동아리와는 달리 학교를 대표하는 신문을 매주 발간해야하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일적인 사명감이 없으면 기자 생활을 지속하기 힘들다.
대학신문 기자들은 월요일 편집회의로 일주일 업무를 시작한다. 화요일과 수요일의 자율 취재, 목요일에는 취재 보고 회의를 하고, 본격적인 제작이 시작이 되는 금요일에는 데스크 회의, 토요일 조판작업까지 거의 일주일의 대부분을 학보사 일로 채우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공식적인 일정은 이렇게 이루어지지만 빨간색 펜으로 수정 메모가 그려지기 때문에 ‘칼본다’로 표현하는 기사 교열 과정이나 취재 일정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기자들의 업무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학업과 동시에 학보사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학생 기자들에게 시간적 부담은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쌓여가는 추억과 보람 등으로 학보사에 대한 정도 함께 쌓여가는 것도 사실. 4학기, 즉 2년이라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임기 동안 활동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것들도 많다. 사실상 목요일 저녁부터 진행되는 제작을 하다 보면 동기들이나 학보사 기자들끼리 정도 들고, 대학생활의 많은 추억들이 생기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나중에 좋은 자산이 되기도 한다고. 이번 학기로 학보사 생활 4학기째를 맞이하는 대기자 최정윤 씨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내가 쓴 기사들을 읽어주는 학생들을 보면 내가 하는 일이 헛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보람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진행되는 학보사 일정을 따르는 기자들에는 그만큼의 복지 혜택도 따른다. 편집국 내에는 휴게실과 샤워실, 세탁실, 탁구대 등이 존재해 3~4일 정도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또한 기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소정의 활동비를 받으며 취재를 진행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유지하는 기자에게는 등록금의 10% 정도 장학금이 지급되기도 한다. 대학신문 편집장 김민식 군은 “기자들이 즐겁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자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듣기 위해서 의사결정도 기자단 전체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하려 하고, 시대 분위기에 맞춰 수평적인 신문사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실 대학신문은 열린 구조를 더 지향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신입기자 지원 당시에도 학년에 제한을 두는 다른 단체들과는 다르게 입사 제한이 없었다. 편집장과 데스크, 기자들, 간사나 교수님 등 함께 신문을 만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들이 더 질 좋은 신문을 만들어내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신문에서는 어떠한 학생들을 원할까. 대학신문의 학생기자 모집 방법은 크게 수시와 공채로 나뉜다. 매학기 초에 모집하는 공채전형은 지원서를 작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수 면접과 데스크진 면접, 논술과 작문시험 등으로 최종 선발한다. 김 편집장은 “학보사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글 실력이나 업무능력을 크게 보지는 않는다”며 “학보사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 학생기자에 대한 열정과 의지 등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학업과 병행하며 신문을 제작하기 때문에 생활에 제약이 많을 수 있지만 이러한 것을 감내하고 일을 해낼 수 있는 신입기자를 선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매학기 9명 정도의 수습기자를 선발하고 나서, 인력이 부족하다 생각되면 방학 중에 신문사 내부추천을 통해 특채전형의 수습기자를 뽑기도 한다고.
언론인으로서의 꿈을 가지고 기자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지만 최근 학보사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많아졌고, 지원자들의 전공도 다양해졌다. 대학생활에서 많은 경험을 해보고자 하는 학생부터,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학생, 사회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학생까지 다양한 지원동기를 가진 지원자들이 늘었다. 김 편집장에 따르면 “기존의 선배님들의 명단을 보면 언론사로 진출하신 선배님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선배님들은 언론계는 물론, 교수부터 기업 등 다양한 진로로 진출하는 추세로 변화하는 것 같다”며 “대학 언론사를 경험한다고 해서 꼭 언론계로만 진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내 보도를 주로 다루는 취재부뿐만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사회/학술/문화/사진 등 다양한 부서에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경험을 할 수 있고 이는 다양한 진로 방향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에게 학보사 활동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학생기자를 하려면 글쓰기 실력은 기본이고,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도 부담이 없으며, 의사소통능력이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읽어내는 능력이 많이 늘어나서 취업준비 단계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학보사 기자들이 아닌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학보사 기자를 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잘 전달하고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경우가 많다고 느낀다”는 김 편집장은 학보사 경험이 이런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비단 서울대학교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 학보사들은 대학 언론으로서 사회에서의 그들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2011년에 처음 만들어진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서언회)’는 서울 주요 대학 학보사가 연합하여 대학생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며, 서로의 정보도 공유하고 앞으로 대학언론의 발전방향에 대해 모색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대학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희귀해졌다. 하지만 지식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며, 좀 더 나은 학생사회, 나아가서는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기 위한 이런 학보사 기자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의 앞날이 기대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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