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전 스케이트 국가대표 / 스케이트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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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전 스케이트 국가대표 / 스케이트 코치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4.03.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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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케이트화를 신어도 스케이트화를 벗어도, 여전히 그는 달린다!


토요일 오전 늦잠을 자고 일어나 TV를 켜면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한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패널들이 맛집을 검증하는 코너는 언제 봐도 흥미진진하다. 여러 패널들 중에서 솔직하면서도 쉽게 맛을 표현해 유독 눈이 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맛집과는 전혀 상관없는 김동성 선수이다. 그는 이제 빙상장보다 TV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스케이트를 사랑하고 스케이트 발전을 위해 뛰고 있는 스포츠인이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꾼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 해설위원으로 곧 있으면 소치로 간다는 그를 만나 스케이트화를 신었을 때, 스케이트화를 벗었을 때 어떻게 달리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 본다.


생일이 빨라서 또래보다 몸집이 작았던 김동성 선수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그때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시작은 어머니의 권유였지만, 자연스레 재미를 붙이면서 실력이 늘고 메달도 받게 됐죠. 학업 성적이 떨어지면서 스케이트를 그만둘 위기도 있었지만, 더욱 열심히 해서 아버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니 잘 타게 되고 메달 색깔이 은메달에서 금메달로 바뀌었습니다. 제일 높은 단상에서 메달을 수여받고, 외국 선수들이 나를 향해 박수를 치고, 사인을 요청하는 등의 행복한 변화를 겪었죠. 그 전에는 잘 타는 외국 선수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내가 먼저 다가갔는데, 일등을 한 이후에는 그들이 먼저 다가오더라고요.(웃음) 정상에 서보니까 내려오기가 싫었죠.”
그 이후 그는 승승장구하며 97년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고, 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이 열리기 전, 대한민국 국민을 똘똘 뭉치게 만든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일명‘오노 사건’이다. 김동성 선수가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남자 1,500m에서 1위로 들어오고도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의 반칙을 범한 듯한 행동으로 인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실격을 당한 사건이다.
“스포츠 선수에게 올림픽 2연패는 최고의 희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편파 판정으로 인해 메달을 빼앗기고 나니 스케이트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하지만  저보다 더 마음 아파하는 국민들을 보면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성원에 힘입어 곧 벌어진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에서 전 종목을 휩쓸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죠. 이처럼 오노 사건은 저의 스포츠 인생에서 득과 실을 모두 안겨준 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은퇴 이후 삶, 다양한 활동에 도전해
그 이후 동두천시청에 입단했지만, 상징적인 존재로서 잔류하다가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됐다. 은퇴 이후의 그의 삶도 선수 생활 못지않게 버라이어티하게 전개되었다.
“선수 생활이 끝나면 당연히 코치가 되고 선수를 키우는 것이 보편적인데, 전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오노 사건 때문에 전 국민적인 인지도를 얻어서인지 연예인 매니지먼트사에서 제게 손을 내밀었고 그렇게 방송 활동을 시작했죠. 어렸을 적부터 갇혀서 운동만 하고 학교생활도 제대로 못한 제게 방송계는 신세계였습니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다 보니, 시야가 트이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대인관계 능력이 향상되었죠.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고요.”
하지만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오노 사건에 함께 아파하던 국민들은 김동성 선수가 계속 운동하기를 바랐다.
“무릎 연골판에 문제가 있어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우상으로 생각한 스포츠 선수가 방송에서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할 수도 없었죠. 소통의 부재로 인해 생긴 문제들입니다. 이에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방송 활동을 했으며, 지금은 거부감이 많이 없어진 상태죠.”
그는 방송 활동뿐만 아니라 멘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의 강연은 입소문이 나면서 스타강사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인생의 굴곡을 진솔하게 전달함으로써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운동만 해서 대중 앞에서 이야기를 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3년 전에 우연히 대타로 중고생을 상대로 강연을 하게 됐습니다. 중학생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집중하는 것이 신기했죠. 강연이 괜찮았는지 기업강의 의뢰도 들어왔습니다. 기업 강의는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비슷한 연배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호응도가 컸죠. 강연 내용은 성공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부상으로 힘들었던 이야기, 메달을 딴 뒤 목표가 사라져 방황했던 이야기, 오노 사건 등 삶의 굴곡을 가감 없이 전달했습니다. 또한 지루하지 않게 태릉에서 운동했던 이야기, 드림팀에 출연했을 때의 이야기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적절하게 섞어서 이야기함으로써 재미도 놓치지 않았죠. 이제는 200회가 넘는 강연을 한 베테랑 강연자가 되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 이야기가 그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강연을 할 것입니다.”

소치에서 평창까지, 스포츠인의 한 사람으로서 역할 다할 것
한편, 2014년은 스포츠인으로서 그에게 중요한 해이다. 소치 동계올림픽,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안 게임까지 굵직한 스포츠 행사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2월에 열리는 소치 동계올림픽 해설위원으로서 소임에 충실할 것입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소치 올림픽은 우리에게 전야제 같은 성격의 올림픽이죠. 비록 평창 올림픽 위원회 위원이거나 IOC 위원회 위원은 아니지만, 동계 종목 발전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이라는 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그 기운을 평창 올림픽까지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올해 여유가 된다면 그간의 이야기를 엮어 자서전을 발간하고자 하죠. 참 할 일이 많은 해네요.”
그리고 그는 스케이트로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스케이트로 보답을 하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
“스케이트를 누구나 보편적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로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스케이트는 선수가 되거나 배우다 그만두는 극단적인 두 경우로 나뉘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선수가 아니라도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클럽이 존재하죠. 이처럼 우리나라도 스케이트를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습니다. 스케이트는 모든 연령이 배우면 좋은 스포츠입니다. 특히, 모든 스포츠는 하체가 중요한데, 하체 발달에 좋은 스케이트를 배우면 다른 스포츠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되죠. 이에 소치 올림픽이 끝나면 스케이트 교실을 열 계획입니다. 준비 중에 있죠.”
마지막으로 그는 취업난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 인생 선배로서 취업준비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막연하게 취업을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은 하지도 않은 채 이력서 한번 쓰고 떨어졌다고 좌절하곤 하죠. 수십 번씩 떨어져도 좌절하지 말고, 그것이 더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편파 판정으로 좌절했지만, 훌훌 털고 일어나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운동선수는 끈기와 고집이 있어서 해보지 않은 분야도 남들보다 습득력이 빠르고, 실패해도 금방 일어나는 장점이 있죠. 올해는 지난해보다 취업시장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도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을 위해서 준비하는 운동선수보다 매년 상·하반기마다 채용공고가 있는 구직자들의 사정이 더 나은 것 아닐까요?(웃음) 구직자들도 올림픽에 태극 마크를 달고 나간다는 생각으로 도전해보길 바랍니다. 세계에서 단 한 명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운동선수처럼 준비한다면 안 되는 게 없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자신의 분야에서 금메달을 따는 한 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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