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점수만 보고 뽑았더니 실무현장에서는 쩔쩔매는 신입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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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점수만 보고 뽑았더니 실무현장에서는 쩔쩔매는 신입사원들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4.08.25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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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기업 입사 어학 측정법

이전에는 기업에서 입사를 위해 요구하는 공인 어학 성적의 요건이 까다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직접 지원자들을 뽑아 놓고 보니 실제 어학 시험 점수와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에는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기업들도 이제 이전과는 다른 어학 능력 측정법을 시도하려고 하는 곳이 많아졌다.왜 이러한 변화가 시작됐고, 변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에서 구직자들에게 어학 능력을 요구하는 수준은 높지 않았다. 해외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나, 대외적으로 해외인사들과 접촉이 많은 일부 직군을 제외하고는 높은 수준의 외국어 능력을 요구하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청년 실업문제가 대두되고, 취업이라는 관문의 턱이 높아지면서 지원자들끼리의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하면서 어학사용이 굳이 필요 없는 직군은 물론, 기업 입사 자체에 공인 어학 성적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시작했다.


과열된 경쟁으로 고득점자들은 득실득실
입사를 위해 기본적으로 공인 어학 성적을 요구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지원자들은 너도나도 어학 시험에 응시했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고득점 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영어권 시험에서 두드려졌는데, TOEIC이라는 990점 만점의 시험에서 800점이 넘는 지원자들은 물론, 900점이 넘는 고득점자들도 수두룩해졌다.
특히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리딩(Reading)이나 리스닝(Listening)으로만 평가하는 성적표는 점점 한 장의 종잇장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도 입사를 위해서는 상대 지원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했고, 진짜 영어 실력을 높여 TOEIC시험 점수를 잘 받는 것이 아니라 스킬을 배우는 것이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학원가에서는 방학만 되면 토익 특강으로 800점 보장반, 900점 보장반 등의 강의가 줄을 이었고, 대학생들은 모두 학원가로 모여 토익 단어장을 외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학원에서도 단어와 문법을 가르치는 것과 동시에 리스닝에서 필요한 부분을 잡아서 듣는 방법이나, 문제 푸는 순서와 요령, 시간 안배, 모르는 문제 찍는 방법까지 시험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이 만연했다.
이렇게 입사를 위한 점수를 만들기 위해 많은 구직자들은 시험에 응시하고, 스킬로 점수를 깎이지 않는 법을 배우다보니 점점 어학 성적표에 나온 점수와 실제 사용 능력의 괴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입사 지원서에 적힌 공인 어학 성적이 높아 뽑아 놓았더니 실무현장에서 외국 바이어와 업무관련 프리토킹을 하지 못해 쩔쩔매고, 영어로 된 서류를 해석하거나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도 쩔쩔매는 신입사원들이 많았다. TOEIC은 비즈니스 영어이기 때문에 자료 번역같이 리딩이 필요한 업무는 이미 숙달이 되어있어 그나마 수월하지만, 듣고 말하는 부분의 영어는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 기업 측도 고민이 많아졌다.

평가 포인트를 스피킹으로 변화시켜
기업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입사지원 당시에 요구하는 공인어학요건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어떤 업무이든 간에 약간의 점수 차이는 두더라도, 전반적으로 기본 이상의 ‘바이럴 테스트’점수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게 됐다. 영어같은 경우에는 OPIc이나 TOEIC SPEAKING과 같은 시험을, 중국어는 TSC 등 말하기 시험 점수를 제출해야 입사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 자격을 변화시켰다. 바이럴 테스트 점수뿐만 아니라, 면접에서도 영어 면접을 넣어 지원자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외국어로 된 스크립트를 주고 읽고 해석을 하게 한 뒤,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게 하는 등 다양한 어학 사용 능력 측정법이 생겨났다.
그러나 영어나 중국어와 같은 언어 이외의 언어들은 공인 말하기 시험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제2의 언어들은 해당 외국어로 질의응답을 통해 말하기 능력을 체크하며 입사 시에 공인어학시험 성적뿐만 아니라 실제 사용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인사담당자 인터뷰]

최원석ㅣ롯데백화점경영지원부문인사팀매니저

토익만으로 입사자들을 뽑을 때는 괴리가 많았기 때문에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영어면접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영어 스크립트를 주고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말해보게 하는 방식과 영어로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 등을 사용해서 실제로 영어 사용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입사할 때 집중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입사 당시에도 스피킹 시험 점수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다보니 이전의 시험점수와 사용능력 사이의 괴리가 많이 줄어 든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날,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렇게 변화해나가게 되었죠. 이렇게 지원자들을 평가해 채용하다보니 확실히 입사하고 나서도 영어 사용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어도 사용을 잘 하는 사람을 많이 뽑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원자들의 평균 어학 실력이 이전보다 많이 올라간 것은 사실입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입사자들의 평균 영어 바이럴 테스트 실력은 오픽은 IH정도, 토익스피킹은 LEVEL 7정도 인데, 이정도면 업무에 지장이 없는 정도의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학이 신입사원 선발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감점을 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너무 말을 하지 않을 때는 감점을, 잘 할 때는 가산점을 주는 방향으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영어나 중국어 빼고는 공인 외국어 시험 점수가 크게 공신력이 없는 경우가많아서 제2의 언어는 신청자들에 한해 해당언어로 면접을 보게 하는데요, 이 역시 면접에서 특별히 잘하는 사람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이라는 저희 기업의 업무특성상 생활영어 중심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토익스피킹보다는 오픽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실제로 면접에 오는 친구들을 보면 오픽 점수가 높은 친구들이 면접에서도 강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의 외국어 면접을 잘 통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을 더 부각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어도 조금하고, 일어도 조금하고, 중국어도 조금하고, 베트남어도 하는 등 다양한 언어를 조금씩 해서 보여주는 것 보단, 자기가 가장 자신 있는 언어 하나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자신의언어 스피킹 사용 능력을 보여준다면 면접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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