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냉혹한 리얼리티와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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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냉혹한 리얼리티와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4.09.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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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토크콘서트 - 노명우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회는 꿈과 에너지를 외치며 미래를 기대하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는 오늘날의 청년들은 경쟁과 분주함 속에 갈피를 못 잡는 것처럼 보인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일할 수 있는 곳이 많고, 기회가 많아 보이면서도, 실제 살아가는 세상을 그리 녹녹치 않다. 세속을 살아가는 월급쟁이 사회학자가 사회학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문제를 고민한 책,‘ 세상물정의 사회학’의 저자 노명우 교수를 만나본다.


Q. ‘사회학’이 어떤 학문인지 궁금하다.
먼저 사회학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인생을 살다보면 중요한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이 생기는데 자신이 내린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선택에는 반드시 분명한 근거가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상황과 처해진 조건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사회학이라고 생각한다. 꼭 사회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사회학은 개인의 삶에서 자신의 상황과 조건, 환경을 파악하고 현상을 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해 준다.
 

Q. 사회학자로서 우리 사회를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부분은 무엇인가?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긍정적인 것과 모든 걸 수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요즘 사회를 볼 때 너무 긍정만을 외쳐서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일을 열심히 하고, 돈을 모으고, 투자를 잘하면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는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에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계급 고착화가 심하게 형성되어 있어서‘할 수 있다’는 정신만으로 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어른들이 그렇게 했으니 너희도 그렇게 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땐 시대적 상황과 환경이 가능했다는 것과 이제는 달라졌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가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Q. 사회는 청년들을 향해 계속해서 미래를 향해 도전하라고 말하고, 성공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청년들의 삶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국의 청년들만큼 경쟁이 심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도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어려운 상황을 뚫고 극복한다고 해도 그만한 보상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면 오히려 사회 전체적으로 계급고착화와 반대되는 세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청년들을 두고 무기력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생각해보면 무기력은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만약 누구나 열심히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라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 문제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각자의 멘탈 문제가 아닌 것이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은 새로운 것을 얻는 것에 집착하고 있고, 기성세대는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려고 집착하고 있다. 퇴직 후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빗대어서 젖은 낙엽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회의 무기력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취업도 문제다. 청년들 대부분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밤낮으로 스펙을 쌓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취업에 있어서 플라시보 효과가 상당한 것 같다. 청년들은 자신이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에 취업관련 특강이나 프로그램, 학원을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그것의 효과나 효율은 중요치 않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청년들의 문제만으로 보기도 힘들다. 지금의 청년들은 완벽한 사교육과 조급한 정책, 가만히 있지 않는 부모의 밑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스스로 인생에 대해 생각하거나 자신의 길을 고민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청년들의 부모 세대는 본인들도 교육을 받은 세대이기 때문에 자녀의 미래를 자신이 플래닝하고 매니징하려고 한다. 자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Q. 그렇다면 이런 상황과 시대에 청년들은 어떻게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준비해야 하나?
청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자신의 기질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부족해 보인다.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할 때도 남들이 다원하는 것만을 따라간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자신의 기질과 맞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기질을 스스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혼자 여행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져봐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다니는 여행에서는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고, 단순히 종이로 테스트하는 심리검사도 자신을 다 말해줄 수는 없다.
 

Q. 일과 직업에 대한 청년들의 고민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더라도, 실제 삶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들이 생기기 때문에 취업 후에는 또다시 이직과 커리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의 일과 직업은 평생가는 것도 아니고, 천직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현명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일이 직업이고, 직업이 곧 자신을 나타내주는 것이어서 회사에 충성하는 회사형 인간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퇴근 후의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것인지, 주말을 보내는 방법과 계획을 세우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다시 말해 일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것이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는 굉장히 희박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과 직업에 대해서 너무 집착하기 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대신 다른 곳에서 인생의 행복과 보람을 찾는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직업으로 하고 있는‘직장인’이 자신의 적성과 딱 들어맞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을 수단으로 이용할 때 인생을 더욱 풍성하게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도 취업에 대한 기대를 현실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취업만 하면 인생이 풀릴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Q.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꼭 갖추어야 할 능력이나 역량은 무엇인가? 그리고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요즘 연애과 결혼 트렌드를 보면 연애는 오래하되 결혼을 늦추고 싶어 한다. 외동이 많아지고 사교육이 익숙해 지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사교성과 사회성이 부족해진 것도 하나의 이유다. 사교성은 단순히 술자리에서 잔을 주고 받으며 노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는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는데, 나홀로족이 증가하고 사람들의 사회성이 떨어지게 되면 일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는 두 가지 능력을 균형있게 갖춰야 한다.
평소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교환학생을 꼭 가보라고 권유한다. 한국을 벗어나보면 경쟁적으로 살지 않는 다는게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정말 많이 발전하고 잘사는 나라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여유와 낭만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청년들이 지금 살고 있는 사회와 방식이 전부라는 생각을 버리고, 좀 더 세상을 넓은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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