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이란 울타리 넘어 세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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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이란 울타리 넘어 세계속으로!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5.04.28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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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해외취업 지원사업 취업수기 최우수작품

2014년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해외로 나갔다. 기분 좋은 성공스토리 중에서도 오랜 고민과 생각 끝에 진로를 정하고, 중국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는 이강산 씨의 스토리를 들어본다.


이강산 / 중국 한진로지스틱스 상하이 법인
‘스펙’이란 울타리 속에 갇힌 나는 서울 소재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학점과 토익 점수도 괜찮았
으며 각종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내 ‘스펙’은 적어도 주변 사람들 말에 따르면 문제가 없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공채 시즌 동안 이력서를 얼마나 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자기소개서 편집하는 기술만 늘었다. 각 회사의 양식에 맞추어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복사, 붙여 넣기’했다. 비록 평소에 잘 몰랐던 업종이었어도, 자기소개서 안에서는 마치 그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척, 평소에 관심 있었던 척 거짓말을 써 내려갔다. 결국 내 이력서는 나의 증명사진만 떡 하니 붙어 있는 하나의 소설책이 되었다.
운 좋게 서류 통과한 뒤에 면접을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급하게 그 회사에 대해 면접 스터디를 하고 나름 준비해 갔지만, 인사 담당자의 날카로운 질문 앞에서는 다 들통이 났다.
그렇게 공채 시즌이 끝나면 다음 공채 전까지 또다시 토익 점수 올리기에 매달렸다. 또 ‘A라는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이 잘된다.’라는 소문이 돌면, 부랴부랴 인터넷 강의 등 높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까지 자격증 취득에 매달렸다.
줏대 없이 이것저것 손대다 보니 일 년이 훌쩍 지나갔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몸과 마음이 서서히 지쳐갔고, 성격은 점점 예민해졌으며, 항상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느날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일까?’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던 중,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해외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다루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무언가에 세게 부딪힌 느낌이었다.

스물일곱의 나이, 이제야 나 자신을 알게 되다
방송에서 소개해 준 분들은 전 세계 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이었는데, 그들 모두 자신의 꿈에 대한 확고한 목표와 신념을 갖고 해외로 나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제발 하나만 걸려라’라는 심정으로 백여 군데에 이력서를 냈었다. 심지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잘하는지에 대한 성찰도 없이 단순히 남들이 취업 준비하니까 그저 뒤처지지 않으려고 따라갔던 셈이었다. 그렇게 이렇다 할 경력 없이 1년, 2년 세월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마치 토익 점수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5점, 10점 점수 올리기에 연연했다.
그 후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예전에 학교 회계사 고시반에서 2년 정도 공인회계사를 준비한 덕분에 경영, 회계, 세무 쪽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성격은 꼼꼼한 편이며 정확한 일 처리를 좋아했고 기본적인 영어 실력도 갖추었으며 새로운 환경이 주어져도 잘 적응하는 편이었다.
주위 사람들과 의견도 나누어보고, 산업의 전망 등 기타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본 뒤, 나는 향후 목표를 ‘물류 분야 취업’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왕 일을 할 거면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아 보자’고 마음먹었다.
필리핀 어학연수 시절 수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가까운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심지어 중동과 남아공까지 가서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므로 해외에도 거리낌 없이 일을 하러 가는 것이었다. ‘그래! 나도 해보자!’ 마침내 해외 취업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해외 취업, 방향이 정해지면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인터넷에서 해외 취업을 키워드로 검색한 뒤 마침내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월드잡’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해외 취업 정보가 있었고 특히 K-Move 스쿨이라는 취업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 우선적으로 할 일은 취업하고 싶은 국가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물류를 목표로 정한 만큼 물류 산업에 특화된 나라와 도시로 가고 싶었다. 그중 눈에 띈 것이 ㈜단잡에서 모집하는 <중국 비즈니스 중간관리자 연수과정>이었다. 특히 중국의 상하이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중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끈 도시가 상하이이며, 이곳에서 처리되는 한 해 국제 물류량은 홍콩, 싱가 포르를 제치고 현재 아시아 1순위이다. 여기서 일하게 된다면 기본적으로 중국어는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고, 동시에 국제 물류 산업에 대한 감각도 기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취업 연수는 총 5개월 과정이었으며, 상하이에 위치한 화동정법대학교에서 4개월 동안 어학연수를 하고 나면 나머지 한 달간은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등 취업에 매진하는 커리큘럼이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어라고는 ‘니하오’밖에 할 줄 모르는 상태였다. 내가 과연 중국에서 취업할 수 있을지 불안하긴 했지만 4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어학연수 기간이 주어지기에 그동안 중국어에 매진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사전에 물류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 물류 산업에서 쓰이는 용어 대부분이 영어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하이는 국제도시이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영어는 당연히 기본적으로 쓰일
것이라 판단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해외로 나가기에는 내 나이가 좀 늦지 않았나?’, ‘만약 그곳에서도 취업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과연 내가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막상 해외취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출국 날짜가 다가오자 이런저런 고민이 늘어갔다. 하지만 내 인생에 해외로 나가는 것, 더욱이 취업을 하러 외국에 간다는 것은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목표하는 방향이 정해졌으면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나는 상하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글 만리의 상하이, 그 속에 뛰어들다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한 것은 중국어 공부도 아니고 이력서 쓰는 것도 아닌, 바로 조정래의 장편소설『정글만리』를 읽는 일이었다.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알 수 있는 일종의 입문서로서 중국인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해외 취업에서 중요한 점은 나 자신을 ‘현지화’하는 것이다.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과 중국인의 특성에 대해 공부해야 되고 취업 전략도 거기에 맞춰서 세워야 한다.
총 5개월의 연수 과정 중에서 4개월은 중국어에 매진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수업은 빠짐없이 출석했다. 중국인 선생님이 하는 말을 교실에 앉아서 듣기만 해도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절대 조급해하지 않고 그날 진도 나간 부분을 따로 복습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갔다.
언어를 배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나는 특히 중국인 친구와 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어학연수 중인 학교에서 중국인 친구들을 사귀어서 거의 매일 만나 대화를 하고 만약 못 보는 날에는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중국어를 하나도 몰랐기 때문에 의사소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중국인 친구에게 바로 시도해 보면서 차츰차츰 실력이 늘어 갔다.
친구가 보낸 메시지 중에서 잘 모르는 단어나 문장이 있으면 귀찮더라도 사전을 검색하고 또 그 검색한 것을 따로 노트에 옮겨 적어 암기하였다. 그 결과 회사 면접을 볼 때 면접관에게서 4개월 배운 것치고는 중국어를 굉장히 잘하는 수준이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취업 확정 후, 짐 정리 차 한국에 갔을 때 중국어 학원에 들러 레벨 테스트를 받아 보았다. 결과는 놀랍게도 중급이 나왔고 특히 회화와 발음 부분이 굉장히 좋다고 했다.
언어를 배우는 데는 각자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나는 현지인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

해외 취업, 현지 정보력 싸움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수시 채용이라 채용 공고가 올라 왔는지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는 한인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다. 나는 상하이에 사는 한인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중 규모가 큰 세 개사이트에 가입해서 채용 공고를 확인했다.
또한 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는 채용박람회에도 참가했고, 현지의 채용 정보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했다.
마지막 한 달은 취업준비에 매진했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이력서를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취업하려면 한글, 영문, 중문 이력서가 모두 필요한데, 이것들을 한 달 내에 작성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나는 4개월 어학연수 동안 틈틈이 이력서를 만들어 놓았다. 한글 이력서는 한국에서 완벽하게 작성해 왔고, 이것을 바탕으로 중국인 친구나 선생님께 첨삭을 받으면서 중문 이력서를 작성했다.
영문 이력서 역시 작성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리 시작해야 한다. 이력서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 중국의 수시 채용 방식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회사가 있어도 이력서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지원조차 불가능하게 된다.

차분히, 하지만 철저하게 접근하라
물류 회사의 채용 공고엔 모두 지원했다. 면접의 기회가 왔고 안타깝게도 불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면접 실전 연습이라 생각하고 차분히 다음 공고를 기다렸다. 마침내 또 기회가 왔다. 채용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이력서를 넣은 까닭인지 내가 1번으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회사마다 채용 프로세스는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중국에서는 이력서를 제출하면 면접의 기회 정도는 주어진다. 오직 서류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에 채용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사 담당자 앞에서 나를 어필할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면접을 보러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엔 소위 ‘느낌이 오는 회사’가 있다. 그러므로 주위 사람들이 먼저 취업을 해도 흔들리지 말고 나의 길만 묵묵히 걸으면 된다. 남과 비교할 때 내 인생은 불행해진다. 나는 함께 취업 연수를 온 15명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취업이 확정되었다.
현지 기업에서는 ‘끝까지 함께할’인재를 원한다. 막상 취업을 해도 타지 생활이 힘들고 한국이 그리워서 금방 돌아가는 사람도 있고,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면접을 볼 때 중국이란 나라에 계속 머물러 있을 의향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그렇게 나는 마침내 상하이 시민이 되었다. 현재 한진로지스틱스 상하이 법인에 다니고 있으며 유명 의류 브랜드의 미국·캐나다행 물류를 맡고 있다. 향후 목표는 중화권 물류 컨설팅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산품이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국의 물류량은 엄청나다. 중국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에서 물류에 관련된 국제적인 비즈니스 안목을 기르고, 영어와 중국어 실력을 더 갖추어서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다.
나는 해외 취업을 준비하면서 다시금 나의 진로를 찾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제까지 뚜렷한 목표 없이 무조건 대기업에 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이력서를 집어넣었다. 해외 취업을 생각 중이라면 반드시 본인이 가고 싶은 분야와 적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한 다음 오길 바란다.
그리고 업종에 특화된 나라와 도시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 무역, 물류 산업을 예로 들면, 상하이, 광저우, 홍콩, 싱가포르 등이 괜찮다. 그리고 요즘 뜨고 있는 나라인 베트남도 추천한다. 그 업종에 강점을 지닌 나라와 도시에 가야 그만큼 우리에게 주어지는 채용 기회도 많고, 나중에 취업을 해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따라서 해외로 가기 전에 현지에 대한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라와 도시를 정하는 데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외국어 능력이다. 현지 회사에서도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외국어 실력이다. 다만,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영어는 기본이다. 영어를 할 수 있으면 현지어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정 부분 만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지에 도착하면 당연히 현지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서 본인의 현지어 실력이 빠르게 향상될 수 있다는 비전을 회사에 보여 줘야 한다. 만약 한국에서 여유가 있으면 현지어를 미리 공부하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에서는 토익 같은 ‘시험 점수’가 필요하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 회사에서는 외국어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주로 말하기 능력과 이메일 등의 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K-Move를 통해서 인생의 진로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분야에서 일할 수 있어서 업무 만족도가 높다. 해외 취업은 도전이자 기회이다. 해외 취업을 하겠다고 결정했으면 절대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서 방향이 정해졌으면 속도는 상관없다. 철저한 준비와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그래야 현지에 도착했을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스펙은 정형화된 자격증이 아니라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스펙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지 말고 본인의 스토리를 스스로 설계하면 취업과 적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앞으로 많은 청년들이 해외에서 기회를 잡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세계 지도를 펴 보라. 지도 속의 한국은 얼마나 작은지, 그리고 세계는 얼마나 넓은지. 행동하는 자에게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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