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를 낮추라고? 꼭 닮은 결혼과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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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를 낮추라고? 꼭 닮은 결혼과 취업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5.06.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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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촌동생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화창했고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은 신랑신부를 축하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와중에 필자의 이모가 한 마디 하신다.
“너는 왜 아직 결혼을 안 하고 있냐? 얼른 가야지.”
7살이나 어린 사촌동생의 결혼식에서 이런 말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옆에 선 이모부가 안타깝다는 듯 “눈이 높아서 그렇지, 뭐”라고 한 마디 더 보태신다. 필자는 웃으며 그저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설명을 하고 싶었지만 더욱 어색해질 것 같아 그만두었다.

눈높이의 기준, 개인적이며 단순하지 않아
D학생은 전기정보제어를 전공했고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성실한 데다 이해력이 빠른 장점이 있어 좋은 취업처가 나오면 먼저 추천을 해주고픈 학생이었다. 그런데 쉽사리 취업을 결정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성적이 모자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기능인재 공무원 특별채용 같은 전형에도 고민 끝에 지원하지 않았다.
답답한 지경에 이른 필자는 “그렇게 이것저것 가려서는 어디도 들어가기 힘들어. 눈높이를 좀 낮춰야하지 않겠니?”라며 D학생을 몰아붙였다. 그리고는 상담을 가장한 회유 끝에 결국 ‘OO시 시설관리공단’에 지원하여 합격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쁨과 축하를 나눈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일을 그만두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I’m just looking for the one.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나는 단지 어떤 한 가지를 찾고 있어’ 쯤으로 해석된다. 필자가 이모부에게, D학생이 필자에게 얘기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이 말이 아니었을까 한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수없이 들어온 말이지만 수긍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기준이 높아서라고 일괄적으로 쉽게 말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the one’은 일직선상의 높낮이를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우 다양하며 지극히 개인적이고 결코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특히 나름의 속사정이 있어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그야말로 ‘미혼(未婚)’에게 이 말은 편견이나 무책임한 돌이 될 수도 있다.
취업에 대해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겠다. 다만 결혼의 경우보다 사회적인 문제가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다르다. 취업을 하지 못한 책임을 개인에게 모두 돌리는 핑계가 될 수도 있기에 더 조심스러울 뿐이다. 그러고 보니 D학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점은 늦었지만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결혼과 취업의 과정을 살펴보면, 공통점은 더 많이 있다. 준비기간이 길다고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 역시 결혼과 취업의 공통점이다. 주변에서 경제적으로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이유로 결혼을 뒤로 미루는 사람을 꽤 보았다. 취업을 미루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자격증을 더 따야 하고 토익점수를 더 높이기 위해 학원을 열심히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어느 정도라야 한다. 모든 것이 완전히 준비된 때는 오지 않는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계획대로 된다고 한들 그때는 이미 ‘나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다리를 건너온 상황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것도 닮은 꼴이다. 영화 ‘사랑을 놓치다’에는 사과나무에서 가장 큰 사과 하나를 따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따려고 하면 옆에 것이 더 큰 것 같고 또 따려고 하면 더 큰 게 있을 것 같아서 결국은 하나도 못 따고 말았다는 이야기. 결혼 상대도 취업할 회사도 비슷할 것 같다. 너무 많이 망설이는 것은 역시 독이다. 그렇게 보면 선택의 기회가 많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
또 하나 재미있는 닮은 점이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는 별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혼과 취업 모두에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조건을 따라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전문직 남편이나 아내를 얻는 것이 부러워 보이지만 그 때문에 말 못할 불화를 겪기도 하고, 모두가 선망하는 모 대기업 신입사원의 1년 이내 퇴직률은 20%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들을 수 있었다. 앞서 말한 D학생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기업에 입사했지만 퇴사를 결심했다.
현실적으로 결혼과 취업 모두 스펙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스펙보다는 성격과 인성이었다. 특히 취업시장에서는 이미 많은 회사들이 ‘스펙보다 스토리’, ‘스펙보다 인성’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대가 살아온 모든 날을 헤아리고 싶다.
그대가 슬펐던 또는
기뻤던 모든 순간을 내 기억 속으로 옮기고 싶다.
그대를 아름답게 만든 그리고 깊게 만든
모든 이들을 사랑하고 싶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그대의 또 다른 날들 속에 늘 내가 머물러,
그대가 만날 아픈 날과 즐거운 날에 동행하고 싶다.

황경신, <그대가 태어난 날에> 중에서

마지막 공통점은 위의 시 한 편으로 대신하려 한다. 이 순수한 열망의 프로포즈를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 ‘그대’를 회사로 바꿔놓자. 이 순수한 열망의 입사를 거부할 수 있을까? 그렇다. 언제나 진심은 가장 중요하다. 결혼과 취업은 꼭 닮았다.


김종탁(
rolling-tak@hanmail.net)

 이렇다 할 스펙 없이 대학 졸업 후 지역 일간지의 사회부 기자로 뛰어들었으나 재정난으로 문을 닫아 한참을 백수로 보냈다. 대책 없이 안타까웠던 20대의 한을 지금 대학생들에게 풀어보고 싶다는 필자는, 계간 [시사교육매거진], 월간 [자유] 등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동서울대학교 취업담당관으로 8년째 학생들을 만나며 취업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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