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잇길로 빠지는 게 인생이다. 먼 미래에 대한 목표에 집착하는 것부터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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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잇길로 빠지는 게 인생이다. 먼 미래에 대한 목표에 집착하는 것부터 버려라!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5.07.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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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Mentor | 김성희 Voices from Oxford 대표

꿈에 대한 질문은 제발 좀 피해달라고 말하는 한 권의 책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이 좋다’라는 이 책의 저자는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 대표이자 서울공대 객원교수 중국 시안 자우퉁 리버플대 초빙교수로 총칭 글로벌 지식 전도사로 불리는 김성희 교수. 큰 꿈을 꾸고, 목표를 세우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잣대처럼 되어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다소 낯선 이야기다. 그녀가 한 말에 힘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가 50이란 나이에 옥스퍼드 대학에 들어가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이겨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우리 청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Voices fromOxford, 이하 VOX)대표로 6년간 활동해 오셨습니다. VOX는 어떤 계기로 탄생하게 된 것입니까?
VOX는 세계적 석학들과 유명 인사들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장입니다. 저는 이곳 옥스퍼드에서 배운 지식들을 더 많은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그 과정에서 VOX가 탄생한 것입니다. 현재는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형식의 지식 공유 프로그램인‘티톡스(TTalks)’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티톡스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티톡스는 15분 내외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지식 공유 프로그램입니다. 학생부터 기업CEO까지 차별 없이 참여가 가능하죠. 소외된 계층과 젊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만남의 장을 형성해줄 것입니다.

현재 연세가 64세이신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교수님의 도전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저는 ‘시기’라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하기엔 난 너무 늦었어’라고 말을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늦은 시기라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요. ‘늦었다’라는 개념은 온전히 주변 시선에 맞춰서 자신이 만들어낸 겁니다. 물론 주변에서 한 마디씩 이런 저런 말들을 던질 수 있겠죠. 그런데 그건 상대방이 저를 봤을 때, 그 순간뿐인 거예요. 하지만 그 순간은 저의 전부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가 생각한 만큼 저한테 관심이 없어요. 제가 영어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게 전업주부였을 때였고 옥스퍼드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가 제 나이 50세였습니다.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실제로 나이도 들었기에 주변에서 저를 어떻게 볼까라는 걱정을 당시에는 많이 했는데, 제가 생각한 만큼 사람들은 저한테 관심이 없더군요.
영어공부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대학교 때 부전공으로 영어를 공부할 만큼 원래 영어에 관심이 많긴 했습니다. 하지만 전 대학 졸업 후 남편과 결혼해서 두 아이의 교육에 전념하느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았습니다. 그러다 79년도에 남편을 따라 영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막상 나가니 우유 하나도 사기가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남편이 있으니 괜찮았어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남편이 장결핵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상황이 정말 심각했죠. 그 때 저는 이대로 주저앉으면 안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장결핵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까지 생각 했어요. 당장 남편에게 의지하던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내야 했습니다. 거기에 영어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우유 하나도 제대로 사지 못했던 제가, 살기위해 생계형 생활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이 저에게 아주 큰 동기유발이 되었던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동기유발이었을까요?
첫 번째로 ‘자극’입니다. 일단 자극이 필요합니다. 저는 남편이 쓰러진 순간에 엄청 큰 벽에 부딪힌 것 같은 자극을 받았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로 생각할 줄 아는 긍정적 사고방식입니다. 남편이 쓰러져 가던 그 순간에 만약 제가‘남편 때문에 너무 힘들어, 이런 상황 때문에 나는 못해’라고 생각했으면 전 쉽게 무너졌을 겁니다. 하지만 전 그때 이렇게 생각했어요. ‘남편 덕분에 내가 지금 더 열심히 살고 있다’ 제 삶은 그 덕분에 생기를 찾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충대충 보내고 가려했던 영국
생활이 매일매일 뭔가를 이루고 있음을 느끼며 살게 되었죠.

뭔가를 이루고 있다는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원대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하나씩 이루어 나간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눈에 보이는 결과나 발전을 의미하는 건가요?
‘이룬다’는 것이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게절대 아니에요. 그리고 성공이라는 의미도 대단한 걸 이룬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날 그날 주어진 일에 정말 최선을 다하는 것, 바로 이것입니다. 오늘 하고 싶었던 일을 오늘까지 하고, 또 그 다음 날이 되면 그 다음 분량만큼 하는 것뿐입니다. 제 영어공부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두 어린 아이와 남편을 보살펴가며 틈날 때마다 영어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당장 내일 밖에 나가 사람들과 말할 때 필요한 영어공부, 그러니까 생계형 공부를 악착같이 했죠. 하루 하루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어요. 영어를 원어민처럼 해야지, 영어 점수를 몇 점 더 받아야지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룬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힘든 청년들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령 어떤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신발 정리 하는 일을 맡았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거기서 그 학생이 ‘나는 대학도 나왔고, 이런 일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고 생각하면 신발 정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겠죠. 그러나 만약 그 학생이 ‘나에게 오늘 주어진 일은 신발정리다’라고 생각하고 신발정리를 열심히 한다면 어떨까요? 그럼 신발 사장은 절대 그 학생에게 신발 정리 일만 맡기지 않습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에서 상사에 대해 불만을 갖고 회사를 옮길까 고민을하고 있는 신입사원들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나는 좀 잘해 보려하는데 상사 때문에...’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그런 분들을 만나면 회사를 옮길 경우 더 지독한 상사를 만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얘기해줍니다. 결국 모든 상황은 자기가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에 달렸어요. 자기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이상 어디에 가도 자신이 좋아하는 상황은 만들 수 없어요.

옥스퍼드 대학교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신 건가요?
2년 만에 남편이 기력을 완전히 회복했고 저 또한 그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한국에 들어와 대기업, 한국은행, 그리고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르치다보니 제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서강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 석사 학위를 했고 졸업 후 8년 간 대학교와 방송국에서 영어 교육에 몰두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르는 것이 계속 생기더군요. 알고 싶다는 갈증이 계속 생겼습니다. 그 갈증을 해소하고자 50세의 나이에 옥스퍼드에 가게 된 것입니다.

대학 생활을 하시며 힘든 적은 없으셨나요?
아무래도 학생들과 제가 나이차이가 많다 보니 제가 학생들의 문화에서 겉돈다는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중에는 이것이 저만의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요. 어쨌든 그 당시에는 그 문제가 참 컸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어요. 파티가 열릴 때 제가 남다른 실력의 춤을 선보였거든요. 그 이후로 학생들이 저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고 학교 생활을 재밌게 할 수 있었어요. 춤은 저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활동 중의 하나입니다. 왈츠, 탱고, 퀵스텝, 볼륨 댄싱 등 저는 모든 종목을 가리지 않고 춥니다.

바쁘실 텐데도 춤을 배운 이유가 있나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를 위로할 수 있는 것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꼭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을 따로 내지 못하는데, 사실 모든 사람은 시간이 항상 있습니다. 이런 시간이 있어야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춤 말고도 아침에 산책을 하거나, 자연과 소통하며 명상을 합니다. 우리 몸은 항상 정직합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정작 제일 소중한 우리 자신들의 몸을 소홀히 대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자신의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은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새벽 4시에 기상합니다. 이 생활 습관은 고등학교 때부터 쭉 그래왔어요. 50세에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런 점 덕분에 제가 옥스퍼드에서 4년 반 만에 박사학위를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으시는 거 같은데요.

24시간 후 내일 조차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먼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할 수 있겠습니까?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미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오늘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큰 프레임은 갖고 있어야겠죠. 다만 프레임을 갖되 그게 편집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령 ‘내가 이런 목표를 갖고 있는데, 나는 저기에 죽어도 간다’라는 생각을 갖고 너무 세세하게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겁니다. 계획은 물론 중요하지만 거기에 너무 집착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꿈이나 목표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계획에 차질이 생길 때마다 좌절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계획은 항상 바뀐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런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날씨가 좋으면 여기도 들릴 수 있고 저기도 들릴 수 있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사잇길로 빠질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것 덕분에 이제껏 보지 못했던 길을 볼 수도 있는 겁니다.

기업 면접에서 자꾸만 떨어져서 좌절감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늘어나고만 있는 상황입니다.
면접을 보는 목적이 ‘이 직업을 갖는 거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떨어졌을 때 좌절감이 큰 겁니다.
사실 요즘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떨어질 확률은 굉장히 높아요. 그렇기 때문에 면접에서 떨어짐으로써 자신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다음 기회에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인식을 바꿔야 해요. ‘오늘 job을 잃었다’가 아니라‘오늘 이걸 얻었다!‘로 말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면접 볼 때 표정부터가 다릅니다.

표정이 어떻게 다를까요? VOX 대표님으로서 면접도 많이 보실 텐데요.
네, 제가 직접 면접을 볼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의 표정을 보고 판단하는 데는 3초면 충분합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정말 내가 무언가를 해 보이겠다’라는 의욕을 보이는 얼굴은 이미 표정에서 다 들어납니다. ‘당신은 왜 여기에 지원 했나요?’라는 질문에 누가 준비해줘서 대답을 달달 외우고 온 사람과 정말 자기 가슴 속에서부터 나와서 말하는 사람은 표정이 정말 다릅니다. 그리고 그 표정은 그 날 하루 만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자신 만의 표정을 갖고, 자신을 열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의 대표로 6년간 활동하셨습니다.교수님께서 걸어오신 길을 보면 다양한 ‘직업’의 과정을 거쳐 오신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영어 공부를 하다가 선생님이 되었고, 교수가 되었고 다시 학생이었고 종국에는 VOX대표가 되었습니다. 저는 남들이 상식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직업을 가지려 하지 말고, 정말 내가 즐길 수 있는, 내가 이 순간순간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라고 청년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특정한 ‘직업’이라는 것에 국한되지 말고요. ‘빨리 취업을 해야지’라는 생각도 옳지 않습니다. 영국의 대학생들은 대부분이 졸업하고 바로 직장을 갖지 않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이 1년간 갭이어를 합니다. 갭이어가 뭐냐 하면 1년동안 여행도 하고,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도 해보고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겁니다. 한국 청년들도 남들에게 보여지는 겉모습 보다는 좀 더 내실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충고가 있으신가요?
한국 학생들은 너무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전지대에서 빠져나오길 굉장히 두려워해요. 부모님들이 온실 속 화초처럼 아이들을 키운 영향이 물론 크겠죠. 어쨌든 안전지대에서 빠져 나오지 않으면 다른 세상을 볼 수 없고, 다른 세상을 보지 않으면 도전해 볼 기회조차 얻을 수 없습니다. 도전을 할 때도 학생들이 너무 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전이라는 것은 새로운 세계에 자기 몸을 내던진다는 것인데 그 때 많은 학생들이 혹시나 깊은 수렁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막상 수렁에 빠질지라도 그 안에는 희망의 빛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절대 두려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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