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피부관리사로 새롭게 찾은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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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서 피부관리사로 새롭게 찾은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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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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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지원의 세계

상담실에서 처음 만난 40대 중반의 그는 준수한 외모에 쌍꺼풀이 크고 눈이 예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친 표정, 힘없는 말투, 검게 탄 피부는 힘든 시간을 견디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것임을 짐작하게 하였다. 그는 부모님의 권유와 성적을 따라 적성과는 무관하게 ○○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입학, 졸업과 동시에 ○○건설에 입사하여 17년간 근무하였다. 반복되는 일상과 지방에서의 근무가 잦고 외부 근무가 많은 일이라 적성에 맞지 않았지만 대기업이라는 자부심과 급여조건을 생각하면 쉽게 그만두지 못했다.
그러던 중 건설경기 불황으로 건설사의 위기가 찾아왔다. 정리되는 부서가 생기고 구조조정과 함께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는 가족을 위해 참아야 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희망퇴직을 결심했다. 그 동안의 힘듦을 이해하고 받아 주었던 아내에게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였고, 아내는 이제 좀 쉬었다가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시작하자는 데 동의를 해주어 퇴직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퇴직 당시와는 달리 아내는 집에서 쉬고 있는 그에게 아이들도 두 명이나 되고 돈들어갈 곳이 많은데 대책 없이 희망퇴직을 하였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내심 서운하기도 하고 함께 고민하고 이해해 주었던 아내가 그리웠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동일 직종으로 재취업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간 적성이 맞지 않아 많은 고생을 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면서도 40대 중반의 나이라 다시 취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적극적인 자기개발
그는 결국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맞는 업종의 창업을 생각했다. 창업교육 위주로 구성된 전직지원서비스 교육을 수강하였다. 교육중 그는 조합이 맞지 않을 것 같은 2개 이상의 직종을 결합한 멀티숍을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것은 바로 정신과에서 피부관리숍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창업아이템으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부숍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심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심리와 멀티숍을 운영하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는 지인을 만나 관련정보를 듣기로 하였다. 그러나 상담과 피부숍을 운영하려면 수련시간이 오래 걸리고 심리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대학 때의 전공과 다르고 시간과 금전적 투자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수입이 없는 가장으로서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도 걱정되었다.
결국 필자와 상담을 진행하고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알아보기로 했다. 먼저 다양한 심리도구를 통해 그의 적성을 알아보았다. 그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즐겨 하며, 개방적인 사고체계를 소유하고 있어서 변화를 주도하고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직감에 의존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도 있었다. 또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선호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 배려를 잘 하는 사람이며,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뛰어나며 자유분방하고 틀에 고정되어 있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필자는 그가 창업하려 했던 상담과 피부숍에 맞춰 그에게 먼저 상담을 공부해 보라고 권했다. 그는 여러 가지 심리도구 교육에 등록하는 등 열정적으로 공부했다. 특히 청소년과 부부상담에 관심이 많았는데,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는 확신이 들어서인지 상담복지대학원에 입학하여 상담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했다.
그의 상담복지대학원 합격은 미래를 알 수 없었던 불안감을 없애 주었고, 그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흥분되었다. 공부하면서 피부미용자격증도 준비하였다. 나아가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 비즈니스모델과 사업계획서도 작성하기로 하였다. 그는 모든 것에 매우 열심이었다.
그는 2014년 7월 오픈을 목표로 창업 전문컨설팅을 받게되었다. 그러나 자본금이 문제였다. 그 동안 일을 하지 않아 모아 놓은 돈을 생활비와 창업교육에 사용하다 보니 남은 돈은 8천만 원 밖에 되지 않았다. 여유자금이 없어서 ‘실패하면 어떡하나’라는 불안감과 ‘과연 잘한 선택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 많았다. 또한 피부미용숍의 원장이 대부분 여성인데 여성고객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상담과 피부숍을 같이 운영하는 것이 메리트가 있을까,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저가의 고객 위주로 할까 아니면 고가의 고객을 위한 운영을 할까 등등 고민이 많았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 극복해야
실패하면 다시 일어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그를 짓눌렀다. 주변에서는 오픈 전에 무급이나 적은 급여를 받으며 경험해 볼 것을 권유하였으나, 그런 경험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학원에 문의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피부미용자격증시험에 합격하여 고급과정을 들으며 창업할 장소를 알아보러 다녔다. 잘 되는 곳은 왜 잘 되는지, 문을 닫은 곳은 왜 닫게 되었는지도 분석하였다. 그러한 분석만으로도 운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는 창업컨설턴트와 구체적인 사업방향과 운영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드디어 8월 9일 강남구 청담동에 피부미용숍을 오픈하였다. 그는 지인을 통한 홍보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네이버, 다음 등 온라인을 통한 홍보와 젊은층을 겨냥한 인스타그램과 카카오스토리, 패이스북에도 꾸준히 홍보하였다. 남자 원장이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처음 방문하는 고객은 놀랐지만, 친절과 실력으로 잘 헤쳐 나갔다. 그의 숍은 우려와는 달리 성황을 이루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금년 7월 성형외과와 협업을 하기로 하고, 확장이전할 것이라고 계획을 들었다. 자신은 상담공부와 경영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떤 업종으로 창업할지에 대한 계획도 없이 찾아왔던 고객이지만 본인에 대한 탐색을 열심히 하였고 지인들을 통한 정보수집과 차분한 준비과정을 거쳐 전직에 성공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일을 찾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에 이른 그에게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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