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예전부터 로스팅을 해서 마셨을까?
상태바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예전부터 로스팅을 해서 마셨을까?
  • 김수진 교수
  • 승인 2015.09.07 18:0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피이야기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깊고 검은색 액체에 마음을 끄는 향기, 목을 타고 내려가는 뜨거운 느낌, 심장을 뛰게 만드는 달콤한 맛, 천사와 사랑, 악마와 지옥,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상반된 이미지 사이를 오가는 것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커피(Coffee)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온몸에 에너지를 넘치게 하는 커피에 일찍이 매료돼 보물처럼 여겼고, 지중해 건너편에 전해졌을 때에는 기독교조차 커피 매력에 빠져드는 유럽인들을 막지 못했다. 서양의 위대한 인물들은 옛날부터 커피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을 바꾼 혁명과 수많은 사상이 커피를 마시며 구체화되었고, 아름다운 로맨스와 유명한 일화들이 커피와 함께 생겨났다. 때로는 연인과의 시간을 채워주는 향기가 되어주기도 하고, 삶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마시는 행위 자체에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러한 커피는 처음에는 로스팅을 하지 않고 그대로 끓여서 마셨다고 한다. 로스팅을 하게 된 것은 15세기 무렵으로 그 뒤 커피는 기호음료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짧은 시간에 온 세계로 퍼져나갔다. 18 세기 무렵까지 로스팅은 요리와 마찬가지로 주부가 하는 일이었다. 유럽에 전해질 무렵엔 로스팅 이론이 나타나다가 19세기 무렵부터 직업적으로 커피 콩을 볶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로스팅 공장도 생겨났다. 그러나 당시의 로스팅 기계는 생산능력이 낮아 대량생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로스팅 산업이 발달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이다.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1회당 로스팅 분량을 늘리거나 시간을 단축해야 할 필요가 있었지만, 직접 가열하는 유형에서는 타서 들러붙거나 고르게 볶이지 않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열풍식 로스팅 기계의 발명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로스팅 기계는 소비자에게 친근한 존재가 되었다. 또한 소비자의 의뢰를 받아 가게에서 생두를 볶아주는 서비스 또한 많이 늘었다. 이런 서비스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으면서 내가 고른 생두의 색깔이 점점 바뀌어가는 시각적인 효과도 매우 좋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정용으로 콤팩트하게 설계된 기계들도 늘고 있고, 커피가 공산품이라는 인식도 바뀌었을 뿐 아니라 소비자가 더욱 가까운 곳에서 커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로스팅을 하게 되면 속에서 열분해가 일어나 원두의 부피가 커지고 카페인 성분이 배출되면서 커피의 맛과 향이 더욱 그윽해진다. 동일한 커피라고 해도 로스팅의 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커피의 맛은 로스팅 시간과도 관계가 있는데, 로스팅 시간이 짧으면 커피액의 밀도가 가벼워지고 로스팅 시간이 길면 맛은 깊어지는 반면 잡맛이 섞일 우려가 있다. 이렇게 로스팅은 인류에게 의외의 결과를 선물했다. 그것은 커피의 가장 큰 매력으로 손꼽히는 맛과 향기가 로스팅을 통해 더욱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TIP
건강을 위해서는 약한 로스팅이, 그리고 원두에 많은 니코틴산이 함유되어야 좋다. 니코틴산은 생두에 포함된 트리고넬린이라는 성분이 가열되어 생기는 비타민이다. 그러므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더라도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클로로겐산이나 트리고넬린이 가장 풍부한 ‘약하게 로스팅한 원두’와 니코틴산이 풍부한 ‘강하게 로스팅한 원두’를 균형 있게 마시는 것이 좋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한경구 2015-11-14 11:32:32
교수님 커피건강은 강의 첫시간에 해주시면 좋겟어요.그간 먹든 습관도 좀 고치고 건강에유의하여 품위잇게마시도록 말씀입니다.진찌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쟁이째 끓여먹었다는 방식이 좋은것같아요.제생각입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