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것의 종결점은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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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의 종결점은 연봉?
  • 김종탁
  • 승인 2015.10.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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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멘탈 강화서

‘평생 직장으로 삼고 싶습니다’, ‘야근, 주말 근무도 괜찮습니다’, ‘개인보다 회사가더중요합니다’, ‘다른 곳에는 합격해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면접장에서 구직자가 가장 많이 하는 말들이다.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지원자들의 이 모든 말이 진실이기를 바라지만 거짓말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짐작만 할 뿐 마음을 열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니 면접에 들어서면 구직자만큼이나 인사담당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그럼에도 인사담당자가 이것만은 확실한 거짓말이라고 장담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연봉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이다. 취업포털‘사람인’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거짓말이다. 회사를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이 연봉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구인회사는 연봉을 가장 나중에 결정할 무엇으로 남겨놓는다. 지금도 채용정보의 급여정보 란은‘면접 시 협의’라는 말을 공식처럼 써두는 회사가 많다. 면접 때 조용히 얘기해보자는 것인데 이것은 언제든 급여를 낮출 여지를 두기 위해서 이다.
‘회사내규에 따름’이라고 당당히 적어놓고는 입사 때 까지 연봉을 알려주지 않는 회사도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연봉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말고 당신이 얼마짜리 사람인지 우선 보이라고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구직자들이 면접에서 연봉에 대한 말을 먼저 꺼내는 것도 쉽지 않다. 연봉에 대해 먼저 묻기라도 했다가 혹시 돈만 밝히는 불경스러운 사람으로 매도당하진 않을까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는 회사에 입사해도 마찬가지다. 연봉제를 택하고 있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연봉에 대해서는 쉬쉬하기 마련이다. 많든 적든 개인의 연봉은 민감한 정보라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채용시장에서 연봉에 대한 논의는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가장 숨겨놓는 정보가 되어 구직자들을 답답하게 한다. 채용시장을 중재하는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후 활성화될 NCS 기반 채용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와‘얼마를 받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야만 완전한 채용공고가 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연봉의 큰 편차가 구직자들을 연봉에 목매달게 만들어
그렇다면 대학 졸업자의 초임은 얼마가 적당한 것일까? 지금도 대학으로 채용을 의뢰하는 회사로부터 이 질문을 종종 받는다. 구체적인 직종을 말하지도 않고 대뜸 ‘사람을 뽑으려는데 보통 얼마 정도를 주어야 하냐’고 묻는다. 적합한 인재를 뽑는 것보다 최소한의 인건비를 찾아 딱 그렇게만 지급하겠다는 의도이다. 특정 직무의 급여를 책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회사 내에서 그 직무에 대한 가치를 전혀 분석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직종마다 회사마다 천차만별인 급여를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통계자료를 통해 대략의 흐름을 볼 수는 있다. ‘고용노동통계’의 임금 통계자료(2014년 기준)를 확인해보면 우리나라 29세 이하 근로자(20대)의 평균 월급은 170만원이다. 이는 시간제 근로자 등을 포함한 전 직종의 평균 월급을 말하는 것이다. 이 중 정규직 근로자는 203만 9천 원, 비정규직 근로자는 104만 6천 원이다. 청년층일수록 통계상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은 꽤 많은 차이가 난다. 동일 노동 동일임금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확연히 낮다.
최종학력 별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 고졸의 월급은 189만 6천 원, 전문대졸은 230만 1천 원, 대졸은 298만 1천 원, 대학원졸은 399만 5천 원이다. 이 역시 최종학력 별로 많은 차이가 있어 아직도 학력이 높은 사람이 돈을 더 잘버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력이 아닌 능력중심사회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최근 NCS 기반 채용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만약 직무능력이 채용의 절대 기준이 된다면 학력에 따른 급여차이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 4월 ‘잡코리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신입직원의 평균연봉은 대기업 3,773만 원, 공기업은 3,125만 원, 중소기업은 2,490만 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신입직원에 비해 1.5배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중소기업의 인력미스매치의 원인은 ‘연봉’이라는 것을 구직자도 알고 있고, 구인회사도 알고 있
다. 중소기업은 재정 여건 상 대기업만큼 연봉을 줄 수는 없다. 또한 필자가 만난 중소기업의 대표들은 하나같이 청년층의 전반적인 취업 태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어렵게 신입직원을 뽑아도 힘든 일은 기피하고 오래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처우를 해주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한다.
반면 구직자들은 생애 첫 취업부터 눈높이를 낮추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연봉의 차이를 채워줄만한 다른 장점들도 보이지 않는다면 굳이 중소기업을 찾아 지원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인력 지원정책도 중요하지만 서로를 좋은 인재, 좋은 기업으로 먼저 믿어주는 신뢰가 더 중요할 것이다. 그 신뢰감은 결국 연봉으로 자연스레 녹아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연봉이 전부는 아니다
구직자들에게 연봉이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높은 연봉만 바라보며 입사할 회사를 택한다면 앞서 설명한 싼 인건비만 중시하여 채용하는 구인회사와 다를 바가 없다. 회사의 복리후생, 근무환경, 비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이전에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취업을 통해 충족할 수 있을지를 판단해 봐야 한다. 필자가 상담한 E 학생의 경우는 입사하고 싶은 회사의 조건이 아주 단순했다. 10명 미만이 근무하는 작은 회사로 개인의 생활을 중요하게 여겨주는 회사, 위계적이지 않은 분위기, 회식을 강요하지 않을 것, 일이 없는데 남아 있는 무의미한 야근이 없을 것 등을 가고 싶은 회사의 조건으로 손꼽았다. 연봉은 적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분명한 자신만의 가치가 있어서 보기 좋지만 모든 학생이 E 학생처럼 특별한 조건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E 학생은 연봉과 자신의 개인생활을 맞바꾸었다고 보면 된다. 취업에 있어서 연봉이 종결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삶에 있어서 돈이 종결점이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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