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읽어주는 남자, 김학송 씨가 들려준 아주 특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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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읽어주는 남자, 김학송 씨가 들려준 아주 특별한 이야기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5.12.23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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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취업스토리 | 국내 최초 나무여행 가이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세상에서 심지어 우리는 우리 눈으로 보고 있는 것조차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할 때가 많다. 길을 걸으면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만 해도 그렇다. 한눈에 쉽게 들어오는 도심 속 나무를 무심히 지나칠 때 우리는 그 나무가 갖고 있는 얼마나 많은 진실들을 지나쳐버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나무여행 가이드인 김학송 씨가 사람들에게 나무를 소개할 때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김학송 씨는 도심 속에서 나무 읽어주는 남자로 통하는 나무여행 가이드이다. 북촌, 서촌, 대학로의 각각의 특색에 맞는 나무여행 코스(약 2~3시간 코스)를 직접 짜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주로 정해진 코스대로 가이드를 하지만 계절, 날씨, 시간, 그리고 이용객들의 성향까지 고려해 그날 그날의 코스가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단다. 중년의 나이에 나무와 문화에 대한 상당히 깊은 지식까지. 처음에 김학송 씨를 만났을 때는 분명 그는 원예과 교수이거나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14년의 직장생활을 접고, 날개를 달기 시작하다
“나무여행은 2015년 1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꽤 규모가 큰 출판사의 기획, 편집부에서 14년간 일을 했고 몇 년 전에 퇴사를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다니던 회사에서 희망권고사직을 통보받고 스스로 퇴사를 결정했다. 얼떨결에 마흔 초반이라는 나이에 무직자가 되어버린 그는 다시 직장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이 바로 ‘나무여행 가이드’였다. 전문적인 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는 그가 어떻게 풍부한 지식이 필요한 가이드 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직장을 다니던 중에도 저는 자연을 보러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 생태계를 좋아했어요. 나무여행을 시작한 지는 이제 1년 밖에 안 됐지만 제가 나무를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한 역사는 사실 꽤 깊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저런 자연을 탐사하는 단체나 동호회 같은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죠. 솔직히 말해서 직장을 다니는 맛보다 이런 취미 생활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주말마다 밖으로 나가서 나무를 봤고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나무에 대한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2002년에는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한 나무강좌를 3개월 정도 수강했습니다. 그 이후로 나무에 좀 더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오히려 회사를 퇴직하면서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강제 아닌 강제적인 기회를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북촌, 서촌, 대학로는 제가 오랫동안 나무를 보러 오던 곳이었어요. 제가 나무여행 가이드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제 머릿속에는 나무여행 코스들이 정해져 있었던 거죠.”
나무여행 가이드로 예전 직장을 다닐 때처럼 고정적이고 충분한 월급이 있지는 않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냥 직장이니까 다녀야만 하는 의무방어전과 같은 느낌으로 일했을 그때 당시보다 확실히 스트레스도 덜 받고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살게 된다는 것이다.

먼 길을 돌아, 꿈의 제자리를 찾다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일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오던 일이란다. 그런데 꿈 얘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졌다.
“저는 꿈과 진로가 항상 반대 방향으로 엇갈린 삶을 살아왔습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했을 때 제 마음은 농업고등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남들이 다가는 인문계를 갔고 대학교 진학 때에는 원예과를 가고 싶었지만 당시 일반 4년제 인문대에 가는 것이 문과생들의 가장 큰 목표였기에 저도 그런 흐름을 따라가서 영문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어렸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좋아했던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제가 만약에 처음부터 농업고등학교를 갔고 원예과에 진학했더라면 아마 전 지금쯤 대성한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지금이라도 이렇게 제 길을 찾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어쨌든 어렸을 때부터의 그런 관심들, 그리고 그 관심들에 대한 저의 꾸준한 노력들이 쌓여서 지금 제가 이렇게 나무여행 가이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늦게 시작한 만큼 김학송 씨는 현재 자신의 일을 끝까지 더 발전시켜 보고 싶은 열정이 크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무여행을 통해서 북촌을 깊게 알게 되고 새롭게보게 되고 이것이 더 나아가 나무를 보며 일상생활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나무여행을 하고 난 사람들은 ‘나무가 새롭게 보인다, 북촌이 다시 보인다’라는 반응들을 해주십니다. 제가 원하는 나무 여행의 목표가 바로 이것입니다. 나무가주는 나름의 가치를 통해 사람들이 나무를 보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나’라는 한 그루의 나무로 성장하길
도심 속의 나무들은 사실 상당한 악조건에서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쾨쾨한 매연, 딱딱한 시멘트를 견뎌야 할 뿐만 아니라 길거리 조성 공사로 사람들의 손에 의해 무참히 베어져 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 청년들도 마찬가지. 뛰어난 경쟁자들, 국내외적인 경제적 악조건 속에서도 그들은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아야 한다. 김학송 씨는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청년들에게 나무가 악조건을 버티는 지혜를 꼭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나무는 절대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올해 날이 많이 가물었는데 이런 경우 나무는 주변 환경을 알고 잎을 빨리 떨구고 열매도 조금 맺습니다. 자기 안에서 나름의 컨트롤을 하는 거예요. 원래만큼 열매를 더 맺으려 않고더 자라려는 욕심도 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무조건 대기업에 들어가려 하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기 위해 경쟁하죠. 그 뿐인가요. 심지어 본인은 느티나무인데 소나무로 살려는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학생들이 각자의 나무대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저는 김학송이기 때문에 김학송이라는 나무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자연의 숲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렇게 제각각의 개성이 있는 나무들이 공존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김학송이라는 나무가 홍길동이라는 나무로 살면 안 되는 것이죠. 처음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자기만의 길을 닦아 나가세요. 그 과정은 힘은 들겠지만 분명 행복할 겁니다.
제가 먼 길을돌아왔기 때문에 더 잘 말씀 드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글·사진┃권민정 기자 young@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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