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에서 2년제 전문대로 그들은 유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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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에서 2년제 전문대로 그들은 유턴 중!
  • 최현제 학생기자(중앙대 경영학부 2학년)
  • 승인 2015.12.24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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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학생기자Ⅰ 유턴 입학

요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이른바 ‘유턴 입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업이 높다고 알려진 전문대로의 유턴 입학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턴 입학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나 상당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등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유턴 입학을 결심하기 전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아본다.

최근 취업난이 심상치 않다. 전국 청년실업 지표를 보면 약 173만 명(30.9%) 정도가 실질 실업 상태에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의 경우에는 2014년도 기준 청년 실질 실업률 추정치가 31.8% 정도로 나왔다. 3명 중 1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전문대로 돌아가는 일명 ‘유턴 입학생’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전문대로 유턴한 학생은 올해만 해도 1,300명이 넘는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유턴 입학생의 수는 2012년 1,102명에서 2013년 1,253명, 2014년 1,283명, 2015년 1,379명으로 3년 새 25%가 증가하였다. 실제로 2012년 5.3%포인트 차이를 보였던 전문대와 일반대의 취업률 격차는 매년 점점 벌어져 2013년 6.5%포인트, 2014년 8.4%포인트까지 그 차이가 벌어져 있다.

의료·복지 분야 인기
유턴 입학생이 선택한 전공은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의료·복지 분야 학과였다. 그중 ‘간호학과’가 가장 인기가 많았으며, 유아교육과와 물리치료과가 그 뒤를 이었다. 그 밖에 취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알려진 사회복지과, 생명환경화공과, 안경광학과, 치위생과, 협동조합경영과 등이 인기 있는 전공이었다.
현재 전문대의 간호학과를 다니고 있는 박모씨(25)는 원래 지방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였다. 그러나 졸업 이후 1년 동안 취업을 하지 못하자, 올해 전문대 입학을 결심하였다. 2년제 대학을 입학했던 친구들이 벌써 직장생활 2~3년차에 접어들자 결심을 한 것이다.
그녀는 “학창시절 2년제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보다 내가 낫다고 느꼈는데, 막상 취업할 때가 되니 그 친구들이 너무도 부러웠다. 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더 이상 부모님에 폐를 끼치기 싫어 유턴 입학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폴리텍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26)씨 또한 비슷한 경우다. 원래는 지방국립대의 경제학과에 다니던 학생이었다. 그는 “처음 경제학과를 선택한 것은 명확히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 지원한 것이 아니었고, 단지 수학·과학이 싫어 문과를 선택했다”며 “수능 성적에 맞춰 봤을 때 무난하게 여러 기업에 지원이 가능한 과가 경제학과 같은 경상계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취업을 하기가 너무 힘들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고 기업에 입사하기도, 공무원에 합격하기도 매우 힘들 것 같아 아예 기술을 배워 다른 진로를 선택해 보자는 생각에 유턴 입학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오로지 취업만을 위해 유턴입학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 뒤늦게 전문대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보건대에 재학 중인 유 모씨는 4년제 법학과를 졸업하고 3년간 직장에 다녔다. 대한축구협회 3급 심판 자격까지 보유할 정도로 축구를 즐기는 그에게 평범한 직장생활은 흥미가 없었다. 그는 축구경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는 것을 보고 부상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물리치료에 관심을 갖고 사설학원에서 6개월간 스포츠재활에 대해 공부했다. 그 후 현재의 대학에 입학해 자비로 미국과 캐나다를 다니며 물리치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삶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비용·적성 등 상황적 요인 고려해야
최근 들어 유턴 입학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증가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무작정의 유턴 입학은 위험하다. 우선 유턴 입학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상당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유턴 입학생 5,017명은 4년제 대학에서 학비, 생활비 등으로 2,288억 원을 부담했다. 다시 전문대에 유턴 입학해 2~4년 동안 1,569억 원을 추가로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전문대로 유턴했을 경우 1인당 약 3,100여만 원의 추가 학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학비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세우고 입학해야 한다. 또한 전문대학의 높은 취업률과는 상반되게 4년제의 그들과 차별이 분명 존재한다. 전문대출신의 졸업자들은 4년제 대학 졸업자들에 비해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면서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3년제 사립 전문대에 다닌 A 씨는 지난 2012년 뷰티·미용 관련 학과를 졸업했다. A 씨는 타 과 학생들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취업을 했으나 전문 기술을 익혀야 하는 현장에서 몸을 혹사시키면서 일한 결과 천식으로 업계를 떠나야 했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저임금으로 기술을 익히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혹사시킨 게 화근이었다. 건강 상동종 업계에선 일할 수 있는 체력이 바닥난 A 씨는 현재 다른 직업에서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만 변변한 자격증 또는 경력 등이 4년제 졸업생과도 차이가 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취업시장에서 아직까지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학벌주의도 무시할 수 없다.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에 의하면, 실제로 대졸 이상의 성인남녀 10명 중 6명은 본인의 학벌이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도움보다는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대로의 유턴 입학은 대졸 취업난이 극심한 결과이다. 대졸 취업난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기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용, 적성등을 고려하지 않고 취업만을 위한 무조건적인 유턴 입학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자신의 현재 상황과 미래 비전을 고려한 유턴 입학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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