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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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 김종탁 연재
  • 승인 2015.12.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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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상담하게 된 E학생은 대기업 연구소 아르바이트 모집에 합격하면서 고민이 더 생겼다. 방학 동안에 자동차연구소에서 자료정리와 사무보조를 하는 일이었다. 문제는 방학 중 한 달이라는 너무 짧은 기간과 실제로는 단순한 잡무에 시달릴 것이라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얘기들이었다. 사실 별 생각 없이 낸 지원서가 덜컥 합격을 한 경우라서 고민이 시작된 것이기도 했다. 한 달 동안 영어공부를 위한 계획을 잡아 두었기 때문에 그 계획이 어긋나는 것도 싫었다. 계획에서 벗어나는 일은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힘든 법이다.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선택을 유보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E학생에게 필자가 조언해준 것은 가서 부딪쳐 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아르바이트는 단기간이긴 해도 경력에 도움이 될 만하고 다른 학생들이라면 굉장히 반기고도 남을 상황이었다. 물론 현장에 갔을 때 잡무로만 가득할 수도 있다. 하루 종일 복사와 서류정리와 청소만 하다가 돌아올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해도 현장의 분위기를 체험하고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니 그것만 해도 이득이라는 게 필자의 계산이다. 맞는지 안 맞는지 가보면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렇게 보면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 오히려 다행인 셈이다.
졸업하고 직장을 정했다 해도 고민해야 할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경영을 전공한 C학생은 다행히 졸업 전에 취업을 했고 지금까지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해나오고 있었다. 회사는 해상운송업체로 대형선박을 통해 수출입을 관리하는 규모가 꽤 컸다. 물류관리와 사무지원 업무를 맡아하며 그럭저럭 직장생활을 잘 해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학생활부터 지금까지 한 번의 휴식기 없이 달려온 것이 너무 재미없게 느껴졌다. 대학 때에도 그 흔한 어학연수도 취업준비를 빙자한 휴학도 해보지 않았다. 대학 때 생각했던 워킹홀리데이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나마 안정되기 시작하는 직장을 그만둘 용기가 없었다. 1년 정도 뒤에 다시 직장을 구한다 해도 이 정도의 회사에 입사할 자신이 없기도 했다. 이제 겨우 스물 세 살인 C학생에게 지금이 아니면 더 힘들 것이라는 말을 했지만 망설여지고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일 보다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더 크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노벨상을 받은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쓰여 있는 말이다. 원문을 잘못 해석했다는 말들도 있지만 필자는 이 말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심각하게 조심성 있고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생들과 취업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 말이 절실 하게 공감된다. 비단 취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모 결혼정보회사에서 ‘놓친 연애 기회’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설문응답자의 상당수가 ‘지나고 보니 후회스럽게 놓친 연애 기회가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가장 후회스럽게 느낀 순간은 무엇인지를 다시 물었더니 ‘망설이다 고백 한 번 못해보고 놓쳤을 때’(41%),‘ 내 마음을 이미 기회가 지난 후에야 깨달았을 때’(23%)가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했다. 역시 지나고 보면 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더 많이 후회한다.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보다 더 큰 것이 “왜 그때 그것을 안 했을까?"라는 후회이다.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지는 일은 고민하는 시간 대신 겪어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취업에서도 그렇지만 삶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젊었을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무엇이든 과감하게 도전해보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젊고 늙는 것이 문제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말이 쉽지 막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아무리 긍정적인 근거들을 끌어 모아도 아무리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한다고 해도 불안에 사로잡히는 것은 한 순간이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일의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장래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발버둥 쳐도 100%라는 확신을 가질 수는 없다. 미래에 다녀와 보지 않는 한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선택 앞에서 누구나 본능적으로 두려움과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물쭈물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나온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요한1서 4:18) 두려움이 해결되지 않을 때 형벌이 있다고까지 한다. 두려움이 해결되면 평안할 수 있고 어떤 선택도 주저 없이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륜스님은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는 것은 선택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택의 순간에 그 선택에 책임을 다할 자세라면 어떤 선택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C학생이 지금의 안정된 직장은 놓칠 수도 있다는 각오만 가지면 워킹홀리데이를 할 수 있다.

당신이 놓친 기회가 만약 인생을 바꿀 기회였다면?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을 바꿀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이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이 기회를 잘 잡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설이다가 그 기회를 놓친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 기회는‘인생역전기회’라고 써 붙여 놓은 채 다니지는 않는다. 오히려 별 것 아닌 무언가로 위장한 채주변을 서성이다가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물론이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것이 인생을 바꿀 기회 였음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주변에 널려있는 많은 끈, 그 가운데 가장 낡아 보이고 허술해 보이는 끈
의 끝에 이 기회가 연결돼 있을 수도 있다. 내 눈 앞에 와 있는 기회의 끈을 한 번 잡아당겨보지도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울 일일까. 기회의 끈만 정확히 알아내어 그 것만 당기고 가져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 것이 아니라면 웬만한 끈은 다 당겨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망설여지면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해버리면 된다.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는 탄식을 하는 것보다는 해버리고 후회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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