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대규모 공채가 없는 말레이시아, “직접 발로 뛰며 채용 정보를 찾는 열정은 필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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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대규모 공채가 없는 말레이시아, “직접 발로 뛰며 채용 정보를 찾는 열정은 필수죠!”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6.06.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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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편(외국계 금융권 기업

일자리를 구하려는 전 세계 청년들의 공통적인 현상 중 하나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해외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은 일종의 취업 틈새시장 공략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영어를 사용하고 다국적 기업이 많은 국가는 특히 인기가 높다. 취업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말레이시아는 취업 공략 달성률이 높은 곳 중 하나다. “다양한 인종, 문화 그리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을 보면서 충분한 취업의 기회를 보았다”는 박성은 씨는 현지 이주 후 본격적인 구직활동을 시작, 현재 딜로이트(Deloitte) 말레이시아에서 근무 하고 있다. 그녀에게 해외 진출기와 외국계 금융권 기업에 대한 쏠쏠한 정보까지 모두 들어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딜로이트(Deloitte) 말레이시아에서 Senior Manager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딜로이트는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로서 전 세계 150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대형 회계법인입니다. 저는 현재 Korean Services Group(KSG)에서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 예정인 한국 기업의 법인/지점 설립부터 세무자문, 회계감사, 컨설팅, 재무자문, 위험관리 등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을 담당하고 있지요.

Q. 말레이시아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2011년 중순경 남편을 따라 말레이시아로 이주하게 되면서 제 인생의 2막이 펼쳐진 것 같습니다. 말레이시아로 오기 전까지는 ‘과연 그 곳에서 취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와서 보니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영어권 생활환경과 이곳에 진출해 있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을 보며 충분히 취업의 기회를잡을 수 있겠구나 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구직준비에 들어갔죠.

Q. 외국계 최고 금융권 기업인 딜로이트에 입사하셨는데요. 그 취업준비 과정이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제가 한 일은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우는 비즈니스 언어가 말레이어가 아닌 영어로 통용되기 때문에 말레이어보다 영어 실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영어 학원에서 Intensive Course를 등록 후 4개월 간 하루에 8시간씩 공부했고 학원과 별도로 비즈니스 영어와 회화와 관련된 책을 별도로 구입해 집에서도 영어공부에 매진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을 때 쯤 영문이 력서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내 현지 취업사이트와 현지 헤드헌터를 찾아 이력서를 보내고 말레이시아 한국상공회의소에 연락하여 제 이력서를 냈어요. 열심히 구직활동을 한 결과 한국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말레이시아 현지기업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약 1년 동안 말레이시아 기업에서 금융 관련 일을 한 후 2013년 딜로이트로 이직하였습니다.

Q. 외국계 금융권 기업은 대한민국에서 금융권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들에게 있어서도 꿈의 직장에 속합니다. 딜로이트 입사 과정은 어땠나요?
사실 저는 세무회계 관련 전공자도 아니고 처음부터 딜로이트 입사를 꿈 꿔왔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대학생 때부터 컨설팅 및 회계 관련 직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대학생활 내내 컨설팅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DB 구축, 트레이닝 자료 및 각종 자료 제작 등의 업무를 지원하며 관련 약 4년 간 업종의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1년 간 다녔던 첫 회사에서도 관련 업무를 했고요. 1년 간 현지 기업에서 업무 경력을 어느 정도 쌓은 후 두 번째 회사로 입사 준비를 했습니다. 꾸준히 일자리 사이트에 접속해 채용시장 동향을 살폈고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어요. 지원한 몇 군데의 글로벌 기업에서 연락을 받았고 그 중 한 곳이 바로 딜로이트였죠.


Q. 회계 관련 전공자도 아니고, 금융 관련 자격증도 없었지만 딜로이트 말레이시아에 당당히 합격하셨네요.
이는 말레이시아 기업들의 채용 문화로 설명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말레이시아 대부분 기업들은 직원을 뽑을 때 자격증이나 학벌 같은 일종의 스펙은 전혀 보지 않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신입사원들 중 한국처럼 신입사원의 스펙이 빵빵하고 이력서가 화려한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듭니다. 직원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부분은 직무 관련 경험과열정, 일할 의지 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는 신입직원을 채용할 때 면접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신감 있고 기업에서 일할 열정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청년들을 선호합니다.
금융권이나 전문직종의 경우는 물론 관련 전공자를 선호하긴 하지만 신입사원이 관련 금융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우는거의 드물며 대부분이 실무업무를 약 2년 정도 쌓은 후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말레이시아 채용 시장이나 과정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일단 한국처럼 대규모 공채라는 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에 입사를 원하는 회사가 있다면 구인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스스로 꾸준하게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노력이 필요하죠. 한국과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 한국은 대기업의 경우 서류전형-인적성검사까지 통과 후 면접의 기회가 주어지는 데 반해 말레이시아는 서류와 면접 과정을 모두 거친 후 마지막에 인적성검사를 본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업마다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요. 채용과정은 한국과 비슷하게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으로 나눠집니다.

Q. 말레이시아 기업들의 한국인 채용에 대한 인식과 환경은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일단 말레이시아에서도 한류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한국 연예인, 한국 화장품 등에 대해 관심이 상당히 높으며 대부분의 현지인이 한국인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과 관련한 사업을 하는 현지 기업의 경우라면 한국인 채용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영어 의사소통과 관련 경험이 있다면 저처럼 글로벌 기업에 도전해 볼 수도 있어요. 다만 공석이 나는 경우가 드물고 공석이 나는 대로 수시로 채용을 진행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Q. 말레이시아 기업의 조직문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철저한 능력주의에 따른 승진 제도입니다. 말레이시아 기업의 경우 승진의 기준은 나이, 연차, 성별이 아닙니다. 딜로이트를 예로 들자면 10년 째 같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몇 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 역시 대리급으로 입사하여 3년 만에 차장급으로 승진하였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다음 직급인 부장급으로 초고속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처음 말레이시아에 와서 놀랐던 것은 상당히 많은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말레이시아가 무슬림 국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가정주부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업 내 남녀 차별 문화도 없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더라고요. 딜로이트의 경우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직위(상무보)의 여성비율이 거의 50% 가까이 됩니다. 한국 딜로이트의 경우는 약 5%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이곳에는 전혀 없음을 실감하고 있지요.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성별은 정말 중요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성과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자신의 업무 또는 성과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 한다면 자신의 상사와 언제라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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