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공부, 돈. 3개의 기준으로 돌아간 내 삶, 힘들다고 불평불만 가질 여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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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공부, 돈. 3개의 기준으로 돌아간 내 삶, 힘들다고 불평불만 가질 여력은 없었다!"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6.07.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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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프로젝트 |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유학

낮은 연봉과 숱한 야근, 고된 업무 스트레스 등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힘들기만 하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려면 유학은 기본이라는데 경제적 상황도 여의치 않다. 아무래도 패션 세계는 화려한 배경을 가진 몇몇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 속에 지레 겁을 먹고 아예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견뎌야 하는 여러 악조건을 한국인 특유의 악바리 근성으로 이겨낸 강기향 디자이너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의 시골 출신으로 고등학교 자퇴 후, 뉴욕패션공과대학(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이하 FIT)에 진학, 6년 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현재 아베크롬비앤피치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기향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열악한 환경’은 한국 패션 업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강기향 디자이너께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뉴욕패션공과대학(FIT)에서 스포츠 디자인 학사 과정(4년)을 마치고 작년 9월에 아베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Fitch) 미국 본사에 입사해 테크니컬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직 신입이긴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네요. 7년간 뉴욕의 다양한 패션 업계를 경험해 보면서 알게 된 점은 이곳 역시 한국처럼 야근이 기본이고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으며 디자이너로서의 수명도 짧은 편이라는 겁니다. 연봉도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편이죠. 패션 업계치고 조건이 좋은 국가를 찾기란 정말 힘들다고 봅니다.

Q.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이뤄낸 과정이 궁금합니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작은 도시,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저는 초·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완전히 시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 집 건너 모든 이웃 주민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동네에서 살았던 지라,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뉴욕의 화려한 패션과 멋진 라이프 스타일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저런 풍격 속에 있고 싶다’라는 마음과 손으로 뭔가를 창조하는 스타일에 관심이 많았던 저의 재능이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그리게 했던 것 같아요. 중학생이 되면서는 성공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파리, 뉴욕, 런던과 같은 패션 중심지에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목표를 구체화하였고, 현실적으로 학비가 비싸지 않으면서도 높은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패션 학교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Q. FIT의 유학준비는 중학교 때부터 한 건가요?
중학교 때는 단지 그런 생각만 했었고 본격적인 유학준비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하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FIT 입시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먼저 중요한 것은 영어 실력을 쌓는 일이었습니다. 토플과 SAT 공부를 중점적으로 했어요. FIT는 외국 유학생들에게 SAT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FIT를 탈락했을 때를 대비해 다른 주립대 패션 프로그램을 수료해야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SAT를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AT 준비 덕분에 다른 유학생들에 비해 높은 영어 실력을 가질 수 있었고 이것이 FIT 합격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힘들기로 정평이 나있는 FIT 커리큘럼은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학교에서 정해주는 전공수업 외에도 뉴욕 주립대 산하인만큼 교양수업을 듣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능합니다. 저는 오뜨 뀌뛰르, 사진, 예술사와 같은 부전공을 들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FIT 수업과 과제는 점점 더 힘듭니다.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2년 준학사 과정만 하고 아예 진로를 바꾸거나 3학년 즈음에 학교를 관두는 동기들도 많았습니다. 



Q. 유학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교육비, 생활비만 해도 1년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갔나요?
사실 유학생활이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저는 일단 의식주에 들어가는 모든 기본비용을 최대한으로 아껴 썼습니다. 생활비나 숙소 렌트비의 경우는 전철 외곽지역에서 저렴한 가격(600~900달러)에 나온 개인 방을 구했고, 근처 도매 과일가게나 채소가게에서 먹을거리를 주로 샀습니다. 어디를 가나 항상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고 택시를 타지 않고 최대한 전철을 이용하거나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뉴욕에서 얼마나 생활비를 아낄 수 있는지는 덜 먹고, 덜 쓰고, 어떻게 해서든 저렴하게 생활하려는 본인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외, 현지 인턴, 패션 어시스턴트 등의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생활비와 학비에 보탰습니다. 특히 한국인이라 좋은 점은 온라인을 통해서 한국 회사에서 외주 형식으로 제공되는 일자리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해외 통신원 기고, 대학생 기자단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Q. 학교생활과 인턴,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학교와 이런 저런 일을 병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시간이 모자라서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 때였습니다. 특히 외국인 신분으로 현지에서 인턴이나 어시스턴트로 일을 하기 위해선 미리 학교를 통해 인턴십 비자를 신청하거나 2학년 졸업 후 OPT비자를 신청해야 하는데 학교 다니랴, 일도 하랴, 비자 신청 준비까지 저 혼자서 해결해야 하다 보니학교만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두 세배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상대적으로 집안 환경이 부유해서 쉬운 길로 쉽게 가는 친구들을 보면 그동안 힘들었어도 꾹꾹 참아왔던 박탈감 같은 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나오는 걸 느꼈지요.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다 좋은 추억이에요. 힘들게 다닌 만큼 더 이를 악물고 했고 초·중·고 동창들과 가족들도 더 열심히 응원해줬거든요.

Q. 많은 사람들이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꾸고 유학길에 오르지만 아베크롬비앤피치 같은 미국 대기업 본사에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FIT를 다니면서 제가 배운 가장 값진 것들 중 하나는 바로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와 열정입니다. 동기들 간의 불꽃 튀는 경쟁은 그들이 가진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자신의 꿈을 위해 몇 날 며칠 밤을 새가며 작업하는 동기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지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불끈 불끈 생기거든요. 동기들과의 경쟁이 당시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었지만 그 뜨거웠던 경쟁은 제가 지금 미국 시장에서 남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갖게 해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열정과 실력을 충분히 키운 뒤 저는 미국 현지에서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을 내렸고 그 이후 제 머릿속에는 온통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나의 커리어를 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 찼습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돈은 별로 벌지 못하지만 멋진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하며 명성을 쌓아가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고 큰 회사의 틀을 익힐 수 있는 대기업(패션업계)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후자를 택했고 대기업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다른 동기들보다 빨리 취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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