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의 열쇠는 학벌과 영어실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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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의 열쇠는 학벌과 영어실력이 아니다!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6.08.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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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 직원이 직접 밝히는 ‘외국계 기업’

대부분 지방대생들은 외국계 기업에 지원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보다 더 높은 학벌과 영어실력을 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다. 실제로 학벌이 높은 사람들이 국내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방대 출신으로 세계 물류 업계 1위 글로벌 기업인 GATES의 한국 지사에 입사해 현재까지 10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이경석 씨는 “학벌이 높은 사람들이 근무하는 곳이라고 해서 학벌이 높은 사람들만을 뽑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큰 오산”이라고 말한다.

부산 동아대학교 국제관광통상학부를 졸업한 이경석 씨. 그가 다니고 있는 기업은 소위 말하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Job)’같은 기업이다. 그것도 외국계 듣보잡 기업이다. 그런데 그 듣보잡 기업은 이런 근무조건을 갖추고 있다. 2015년 신입 초봉 4,000만원, 칼출칼퇴(정시 출근, 정시 퇴근), 주말근무·야근 없음, 개인휴가를 제외한 법적 근무일수 240일. 여기에 한국 대기업 수준의 복지혜택은 기본이다. 당시 취준생이었던 이경석 씨는 단 한 명의 신입직원을 뽑는 GATES라는 외국계 기업의 채용 공고를 본 후, 2주 동안 심사숙고하여 서류를 작성해 직접 방문 제출했다. 6개월짜리 워킹홀리데이, 토익점수 855점 정도가 그가 현재 다니고있는 외국계 기업 이력서에 쓸 수 있었던 이력의 전부였다.

Q. GATES라는 기업은 어떤 기업이며 현재 하고 계신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GATES는 세계 벨트시장 50%를 점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무제품 제조회사입니다. 현재 전 세계 16개국에 47개 공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죠. 저는 현재 한국 지사에서 B2B 영업 및 관리, CRM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Q.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졸업을 하고 모 중견기업에서 2개월간 인턴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야근에 주말 근무는 기본이며 조직이 너무 수직적이었어요. 이곳에서 10년 이상 근무할 저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원래 정규직 전환이 되는 인턴이었는데 그냥 퇴사를 하고 수평적이고 개인 생활을 존중받을 수 있는 기업을 찾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외국계 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거예요. 왜냐면 국내 대기업에 가도 야근이 많고 수직적인 구조는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Q. 취업준비로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나요?
일단 외국계 기업을 목표로 삼긴 삼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죠. 외국계 기업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어디에서 정보를 찾아야 하는지 조차 막막했으니까요.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가고 싶은 회사의 조건에 대해 빈 종이에 그냥 적는 것이었습니다. ①미국계 ②연봉 삼성전자 수준 ③칼퇴근 ④복지는 중견기업 이상 ⑤영어사용 ⑥기타. 이렇게 적어나갔죠. 아는 회사가 없었으니 조건만 적고 그런 회사에서 다니고 있는 것을 시각화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학교 홈페이지 취업 공고에서 한 외국계 회사의 구인광고를 봤는데 제가 원하던 조건과 거의 일치하는 회사였어요. 그때부터 2주간 그 회사와 산업에 대해 조사해서 정말 정성들여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어떤 회사인지 직접 보고 싶기도 해서 이메일 제출을 하지 않고 직접 방문해서 서류제출을 했습니다.

Q. 2주 동안이나 서류를 준비하셨다니, 꽤나 긴 시간을 공들이셨네요.
사실 공대생 같은 경우는 직무나 기업이 어느 정도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업분석이나 자료수집이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 같이 인문사회계 학생인 경우에는 일단 취업공고가 뜬걸 보고 지원한다고 했을때 처음보는 산업군에 처음 보는 기업일 가능성이 커요. 그러면 그 때부터 기업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1주일 동안은 그 기업 관련 뉴스를 스크랩하고 처음 보는 용어를 정리하고 홈페이지도 수시로 들어가서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혔을 때, 그때 이력서와 자소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정성껏 쓴 서류는 정말 티가 나게 돼 있습니다.

Q. 한국 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서류 작성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본인은 어떤 식으로 서류를 작성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회사도 그랬지만 외국계 기업은 대부분 자유양식으로 이력서와 자소서를 작성하게 돼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만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철저히 지원동기 위주로 썼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기업분석은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언제부터 이 산업과 회사에 대해 관심을 가져 왔고 어떤 부분을 언제부터 준비해 왔으며, 나의 어떤 역량이 귀사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저는 저만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 비주얼적으로 회사에 대한 관심도를 서류에 부각시켰습니다. 일종의 열정과 진정성의 시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페이지 마다 회사 로고를 삽입했고 서류 봉투에도 회사 로고를 찍었고, 서류 봉투에 썼던 테이프에도 회사 로고를 찍었어요(웃음).

Q. 정말로 외국계 기업에서 신입을 뽑을 때 학벌과 영어점수를 중요하게 보지 않나요?
스펙을 보지 않는 건 아닙니다만 학벌보다 업무 능력이나 사람들과의 소통 능력, 직무 관련 전공 관련성 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업무 능력의 경우는 직무 관련 경험이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신입에게 월등한 능력을 요구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신입으로서의 태도를 많이 보는데 그것이 바로 소통 능력입니다. 팀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부 생활동안 공부만 열심히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과 어울려 함께 했던 활동 등에 대한 경험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외국계 기업은 확실히 능력위주로 사람을 뽑습니다. 제가 다니는 곳만 해도 서울 중하위권 대학부터 지방대 출신까지 다양하게 있고요, 다른 외국계 기업 사람들을 만나 봐도 학벌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학벌이 뛰어난 분들도 당연히 있지만요.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무조건 학벌이 높을 거라는 생각은 그냥 지방대 학생들만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영어실력입니다. 정말 영어를 많이 써야하는 부서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일상대화를 할 수 있는 중급 수준 정도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실제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합니다. 일을 하면서 실제로 영어를 쓸 일도 많이 없을 뿐더러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한국 사람들입니다. 영어는 이메일로 많이 씁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들은 우리가 완벽한 문법과 어휘로 영어를 하는지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point만 알아들으려고 합니다. 외국인이 한국말을 할 때 좀 어눌하고, 문법이 좀 틀려도 우리가 알아 들으면 그만이 듯 말이죠. 의사소통만 되면 되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메일로 정리를 하면 되고, 실제로도 conference call이나 미팅후에 다 e-mail로 내용 정리를 하여 공유를 합니다. 물론 외국어 실력이 우수하면 좋겠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옵션에 불과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어울려 업무를 잘 해나가는 겁니다.

Q. 학벌, 완벽한 영어 등에 대한 오해 말고 학생들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오해가 있을까요?
국내에 어떤 외국계 회사들이 있는지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벌과 영어에 대한 오해도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큰 문제이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학생들이 아는 외국계 기업이 너무 적다는 거예요. 현재 한국에 등록돼 있는 외국계 기업이 1만 5천개입니다. 이들 기업 중에 세계 100대 기업에 포함되는 기업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 대기업 중에서 세계 100대 기업에 들어가는 기업은 삼성전자뿐이에요. 대기업보다 더 좋은 기업들이 있는데도 학생들은 자신이 모르는 회사라는 이유로 ‘듣보잡’기업이라고 취급을 하는 거죠. 보통 취준생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외국계 기업을 말해보라고 하면 20개를 못 넘더라고요. 유명한 기업만이 꼭 좋은 기업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덜 유명하더라도 글로벌로는 엄청 유명한 회사들이 많아요. 우리 회사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고요. 전략적인 측면에서 볼 때 실제로는 좋은 회사이지만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회사라면 경쟁률이 적어서 입사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Q. 이런 기업들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나요?
Forbes 2000이나 Fortune 500 기업 중 국내에 지사가 있는지 파악하면 됩니다. 이곳 사이트에 들어가면 기업과 직무별로 자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지사의 규모와 안전성은 전자금융공시시스템 DART에 들어가서 그 회사의 재무상태를 살펴보면 됩니다. 재무제표에서 유동자산과 유동부채의 비율이 1.3:1 이나 1.4:1 정도가 되면 무난하다고 판단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외국계 기업의 경우 수시 채용이 많고 뽑아도 1~2명 정도 적은 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구직 사이트에 공지를 띄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기업 리스트를 뽑고 꾸준히 그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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