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후 200여 권의 책 섭렵, 내친김에 소설가로 등단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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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후 200여 권의 책 섭렵, 내친김에 소설가로 등단 성공”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6.11.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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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구 병장 육군 제65보병사단 ○○소대

 “만일 군에 오지 않았다면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을 못 했을 겁니다.”

박은구 병장 육군 제65보병사단 ○○소대
 육군 제65보병사단 ○○소대 박은구 병장의 별명은 ‘박 작가’다. 간부들도 사적으로 그를 부를 땐 ‘박 작가’로 부르곤 한다. 괜히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는 엄연히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신인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박 병장이 작가 지망생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입대 후 힘든 나날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노력이 비옥한 밑거름이 돼 오늘에 이르렀다.
 입대 전 박 병장은 타고난 ‘자유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문득 여행이 가고 싶으면 즉흥적으로 길을 떠났고 모든 것을 마음 가는 대로 했다. 그랬던 그가 입대했으니 군에서의 단체 생활이 힘들 수밖에. 불면증·무력감이 그를 덮쳤다.
 “또래 중에서도 독특한 성격이란 얘기를 듣곤 했는데 한 없이 자유롭게 살다 24시간 통제 속에 사는 것이힘들었습니다.”
 한동안 방황하던 그가 찾은 비상구는‘책’이었다. 책 내용 속으로 빠져들면 몸은 비록 부대에 있지만, 마음만은 세계 어느 곳으로든 자유로이 날아갈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즐겼습니다. 장르에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었죠. 하지만 군에서 읽는 책은 제게 재미 이상의 무엇을 줬습니다.”

 
 사단의 독서 분위기 조성 큰 도움 돼
 독서를 권장하는 부대 분위기도 박 병장에게 큰 힘이 됐다. 육군 제65보병사단은 평소 교육훈련과 각종 부대업무로 심신이 고단한 장병들이 안락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바른 인성과 지식을 함양하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북카페는 사단 예하 부대에 총 9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소설·교양·자기계발서·역사·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 1만8,000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사단은 또한 장병들이 독서를 생활화하고 바른 인성과 지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독서 토론회, 독서 동아리 활동, 독후감 발표대회를 적극 시행하고 있으며, 북 콘서트, 저자와의 만남, 명사특강 등도 추진하고 있다. 3야전군사령부가 추진하고 있는 ‘선봉 30·30(하루에 30분씩, 책 30쪽 읽기)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부대 내에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육군 제65보병사단 적토마연대 양명철 연대장(대령)은“북카페가 장병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병영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북카페가 독서토론, 자격증 공부 등 장병들의 자기계발과 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육군 제65보병사단은 앞으로도 북카페가 장병들의 편안한 쉼터이자 올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장소로 더욱 활성화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부대의 이러한 정책과 배려에 힘입어 무려 200여 권의 책을 읽은 박 병장에게 또 다른 욕구가 생겼다.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있었는데 허황된 꿈이라고 포기하곤 했죠. 그런데 군에 와서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쓴 소설에 대한 주변의 반응도 좋았고요. 그때부터 ‘나도 맘만 먹으면 내가 읽었던 소설보다 더 잘 쓸 수 있겠구나’란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전업 작가의 길로 항로 바꿔
 글을 쓰는 순간만큼 박 병장은 일개 병사가 아니라 주인공들을 만들고 움직이는 창조주였다. 읽고 쓰는 재미에 빠질수록 군 생활이 점점 행복해졌다. 박 병장의 방황을 지켜봤던 중·소대장 등은 컴퓨터로 글을 쓰는 그를 위해 사이버지식 정보방 이용 등 각종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인터넷 소설 연재 사이트에도 글을 올려 좋은 반응을 얻은 박 병장은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공모전에 도전했다. 그리고 최근 인문학 문화 예술지 ‘희망봉 광장’의 공모전 단편소설 부문에 도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소설가로 등단하기에 이르렀다.
 “안중근 장군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 사건에 타임 루프(시간 여행의 하나로 등장인물이 일정한 기간을 계속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라는 소재를 가미한 단편소설 ‘투사, 그 고귀한 두 글자’를 출품했습니다.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탁월하고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워 절로 몰입하게 된다는 평을 들어 너무 기뻤습니다. 작가라는 막연했던 꿈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된 계기를 선사해준 군과,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고 격려해주신 중대장 이하 전우들께 감사합니다.”  
 
육군 제65보병사단 박은구(오른쪽 둘째) 병장이 적토마연대 북카페에서 전우들과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박 병장의 당선에 놀라워하며 축하를 아끼지않고 있다. 김영협(중위·학군53기) 전차중대 3소대장은 “처음 군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박 병장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독서와 글쓰기 여건 보장에 힘을 기울였다”며“정식 작가가 된 데다 우리 중대 최고의 전차 조종수로 부대 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있는 박 병장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군 생활과 신인문학상 수상은 박 병장의 인생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학에서 게임 프로그래밍을 전공하다 입대했지만, 아예 인생행로를 바꿨다. 다음 달 22일 전역하면 현재 휴학 중인 대학을 자퇴하고 문예창작과에 진학,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현실이냐, 꿈이냐를 두고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름 석 자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작가가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인 박 병장은 전우들에게 ‘꿈’과 ‘노력’을 이야기했다.
 “지금 군 생활이 힘들다면 저처럼 군에서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을 찾아보길 권합니다. 제약이 있겠지만, 군대식으로 풀어나가야죠. 책 읽기와 글쓰기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끝없이 노력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 저처럼."
 

<제공 :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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