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하나에 푹 빠져 살았던 10년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상태바
“애니메이션 하나에 푹 빠져 살았던 10년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6.11.23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 관심의 씨앗이 싹을 틔우다 - 이찬우 대한민국 1세대 피규어 아티스트 쿨레인

이 찬 우 대한민국 1세대 피규어 아티스트 쿨레인
마포구에 위치한 쿨레인스튜디오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는 작은 스튜디오에는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갈 공간만 남겨둔 채 피규어와 관련 제품들로 가득 차있었다. 해외 전시를 막 마치고 돌아왔다는 그는 의자 위에 올라서서 작업실 정리에 한창이었다. 수많은 피규어들을 배경으로 쿨레인 작가 이찬우 씨는 피규어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갖기까지 20대 시절부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한민국 비보이 몬스터 크루즈(Monster Crews) 피규어 시리즈 제작을 시작으로 NIKE DUNK 23주년 전시회 협업을 통해 ‘피규어 아티스트’라는 정식 직업명을 갖게 된 이찬우 작가. 그때 그의 나이는 서른여덟이었다. 애니메이터가 되어야겠다고 지방에서 서울로 왔을 때가 스물여덟이었으니 딱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처음부터 피규어를 만드는 사람이 꿈은 아니었다. 그의 첫 꿈은 애니메이터였다. 대학교 때 처음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에 충격적인 감동을 받은 그는 ‘나도 저렇게 멋진, 나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고싶다’라는 생각을 갖고 애니메이터를 꿈꾸었다.
 스물여덟의 나이에 애니메이터가 되겠다는 열정 하나로 서울로 올라와 학원을 다니며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애니메이터 연습생에서 2D 애니메이션 촬영, 그리고 3D 모델링 작업이라는 직업을 거쳐 7년 만에 그는 자신이 정말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일인 아트 토이 제작에 뛰어들게 된다.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을 본 후 본격적으로 토이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그 후 토이 제작에 완전히 빠진 그는 프리랜서로 3D 작업을 하면서 하루하루 밤을 새가며 아트 토이 제작을 공부했다. 애니메이터가 되겠다고 그림 한 번 그려본 적이 없었던 스물여덟의 나이에 무작정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던 그때처럼, 서른넷에 처음 만들어 보기 시작한 아트 토이 제작 또한 순전히 독학으로 배워나갔다.
 애니메이션에 발을 들여놓고 일한 7년의 시간과 아트 토이에 입문해 제작에 이르기까지의 3년이라는 시간이 쌓여 그만의 토이 제작 노하우가 완성되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마음껏 표현 해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드디어 피규어 아티스트를 전업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 1세대 피규어 아티스트로 불리는 그는 현재 홍콩, 유럽, 일본, 미국, 타이완 등에서 활동하며 그의 작품을 전 세계로 널리 알리고 있다.

Q. 대학교 때는 어떤 학생이었을지 궁금해요. 당시 꿈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대학을 다녔던 당시에는 자신의 성향이나 취향을 고려해 대학교를 다닌 게 아니라 단순히 취업을 위해 학교를 다녔던 때에요. 거의 모든 학생들이 전공과 관련 없이 공무원 취업을 목표로 영어공부를 하는 분위기였죠. 제 목표도 다른 학생들처럼 공무원이 되는 거였어요. 그래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원래 꿈은 통역사가 되는 거였어요. 대학교에서 전공 공부는 안 했고 영어 동아리는 열심히 했거든요. ‘일단 공무원이 돼서 퇴근하고 내가 좋아하는 통역사 공부를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처음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깔끔하게 포기했죠.(웃음)

Q. 졸업 후에 애니메이터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교 축제 때 학교 강의실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를 봤던 충격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런 작품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저는 미술이나 디자인에 관련해서는 한 번도 상을 타본 일도 없었고 대학 전공도 화학과였으니까요.
 그런데 졸업을 할 즈음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관심이 한창 증가했어요. 그런 분위기 덕분에‘나도 배우면 할 수 있겠구나’, ‘나도 <아키라>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봤으면’하는 마음을 가지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거예요.

Q.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 그 일을 하고 있나요?
 일단 2D 애니메이션 촬영 일을 하면서 컴퓨터 스캔, 도색, 촬영, 편집 등을 하는 후반작업을 맡아서 했습니다. 그런데 4년 간 일을 하고보니 이 일을 10년간 해도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들겠더라고요. 저는 <이카라>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서울로 올라온 거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3D 프로그램을 1년 정도 배우고 3D 부서와 클레이 애니메이션 부서가 함께 있는 프로덕션으로 회사를 옮겼습니다. 애니메이션 촬영 일을 하면서 3D프로그램과 3D모델링 작업을 배웠고 특히 클레이 애니메이션 부서에 시시때때로 가서 많은 걸 보고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1년 반만에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3D부서가 없어지고 말았어요. 자연스럽게 회사를 나오게 됐고 그 뒤로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토이 작업을 병행하게 된 거죠.

Q. 아트 토이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가져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애당초 직업으로 생각하면서 아트 토이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아키라>와 <크리스마스 악몽>인데요. 원래 좋아하는 작품이 생기면 관련 자료를 다 찾아보는 편인데 우연히 크리스마스 악몽 제작과정을 보게 되었어요. 그 뒤로 피규어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프리랜서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조금씩 토이를 만들어 나갔죠. 3D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일이 90%, 토이 제작이 10% 정도였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듯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씩 스스로 배울 것을 찾으며 만들어 갔습니다. 100개가 넘는 캐릭터를 습작하고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악몽>의 캐릭터들을 모작해보며 관련 책이나 동영상을 모조리 모아서 보고 또 봤어요. 어떤 재료를 써야 하는지부터 막막했던 입문 단계를 거쳐 디자인, 의상, 신발, 엑세서리 등을 종합해 마음에 드는 아트 토이의 결과물이 나오게 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Q. 자신이 이쪽 일에 재능이 있다고 알고 있었나요?
 아니요. 서울에 올라와 애니메이션 학원을 1년 과정으로 다녔는데 그때 제가 손으로 그리는데 재주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컴퓨터로 그리는 건 꽤 괜찮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2D 애니메이션과 3D로 방향을 바꾼 거예요.
 이 일을 하면서도 미술이나 디자인 관련 학과를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항상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학과에서 배우는 기본적인 것들을 저는 당연히 몰랐고 지방대에 관련 학과 출신도 아니라는 점이 항상 신경이 쓰였어요.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들과 실력차이를 줄이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으면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현실적으로 그 차이가 쉽게 줄어들진 않더라고요. 왜냐면 그 사람들도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계속 발전하니까요. 그래도 밤을 새가면서 조금 더 잘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면서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Q.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어떤 일이든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인지 아닌지는 그 일에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나중에 다른 일을 하더라고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피규어 만드는 일이 제일 재밌지만 2D나 3D 일을 할 당시에는 그 일이 제일 재밌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그 일을 굉장히 좋아했다라기보다는 그걸 잘 배워놓고 제가 잘 만들어 놓아야 나중에 제 작품을 만들 때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