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사를 포기하고 선택한 대장장이, 나는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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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를 포기하고 선택한 대장장이, 나는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존재!”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6.11.23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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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란 진정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길 - 전종렬 한밭대장간 부사장

전 종 렬 한밭대장간 부사장
인터뷰는 지상 주차장에 위치한 대장간 근처에서 간이 의자를 놓고 마주보고 앉아 진행됐다. 바로 근처에서 들려오는 칼 가는 소리에 둘러싸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전종렬 부사장은 자신이 3대째 내려오던 아버지의 일을 배워 대장장이로의 길을 선택하고 이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게 된 전 과정을 말해주었다.
 노량진 수산시장 지상 3층 주차장에 위치한 한밭대장간의 하루는 새벽 3시부터 시작된다. 증조 할아버지 때부터 할아버지를 거쳐 아버지까지 3대째 이어온 한밭대장간을 이어받은 전종렬 부사장은 4대째 가업을 물려받아 일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14살 때부터 대장간에서 일을 해 49년의 경력을 보유한 아버지 전만배 칼장인은 대전에 위치한 한밭대장간에서 칼을 직접 생산하고 제작한다. 아들 전종렬 씨는 서울에 위치한 한밭대장간에서 아버지와 함께 칼을 연마하는 동시에 영업과 서비스 업무를 맡고 있다.

 요리사부터 시작해 칼을 사용하는 시장상인 등 대한민국 방방곳곳에서 칼만 전문으로 가는 이곳 한밭대장간에 칼을 맡기러 온다. 특히 요리를 배우는 대학생이나 젊은 요리사들은 처음 그를 만나면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 그날부터 단골이 되어 돌아간다.
 군 제대 후 바로 일을 시작해 현재 약 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칼을 갈 때 그의 손끝에서 발현되는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칼 가는 기술력과 숱한 손님들을 만나고 공부하며 머릿속에 쌓인 칼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마치 10년 정도의 경력을 보유한 장인을 보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아버지 일을 물려받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칼을 연마하는기술을 익히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루 일과를 소화해냈다. 새벽 3시 반에 가게 문을 열고 12시간 동안 칼을 간다. 하루에 가는 칼만 100~200자루가 넘는다. 오후 3시 반이면 문을 닫고 6시에는 홈페이지에 주문된 칼을 포장해 택배로 보내야 한다. 제대로 실전에 투입될만한 ‘자세’를 잡는데만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늘이 어두울 때 눈을 감아 하늘이 어두울 때 눈을 떴다. 일을 배우기 시작한 1년 동안에는 새벽 3시 반에 일어나는 자체가 고역이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2~5년이 걸리는 기술을 단 3주정도만에 거의 완벽할 정도로 터득할 수 있었다.
 지금은 칼 밖에 안 보인다는 전 부사장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몸이 피곤하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싫어서 하루에 두갑씩 피우던 담배도 끊고 술도 끊었다. 그는 일을 하면서 칼을 가는 기술력과 섬세함을 배우는 데는 끝이 없으며 오직 직접 흘리는 땀과 성실한 자세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후 그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국내외 통틀어 자신은 어느 누구와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다시 한 번 더 자부심을 느끼면서 날마다 자신의 앞에 놓여진 칼에 정성을 다한다.

Q. 대학교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어렸을 때 꿈은 사육사였어요. 동물을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대학교도 관련 학과를 선택해 진학했죠. 그리고는 다른 대학생들처럼 군대 가기 전까지 학업에는 별 관심이 없이 열심히 대학생활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군대를 가고 제대를 할 즈음에 이제 내가 뭐를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사육사는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사육사를 많이 뽑지 않기도 했거니와 내가 동물을 좋아하기만 해서는 사육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사육사가 되려고 관련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해볼 생각도 안했어요.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그걸 시도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일을 찾아서 배우는 게 더 빠르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바로 사육사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적으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습니다.

Q. 칼을 연마하는 일이 본인에게 맞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하신 일을 봐 왔고 집에 항상 칼이 있었기 때문에 칼에 대한 두려움이라든지 일에 대한 걱정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에 제가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전혀 없었죠. 군 제대 후 23살 때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어린 나이였지만 졸업을 앞두고 있는 시기여서 그랬는지 이 일이 나에게 맞을까라는 고민보다는 빨리 기술을 배워서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고 내가 직접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Q, 힘든 부분이 정말 많을 것 같은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견디고 버티는 게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일단 아버지 일을 도와드릴 수 있을 정도로 빨리 일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연습을 해서 남들보다 빨리 일선에 나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일을 하다 보니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됐죠. 정말 이 일은 자부심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일 같아요.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일 자체가 힘들거든요. 새벽 3시 반에 일어나는 것도 정말 고된 일이고요. 그럼에도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장장이라는 일과 칼을 연마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부심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을 좀 더 많은 젊은 친구들이 배우길 바랍니다. 젊은 패기로부터 자신만의 기술력을 쌓아나가는 것은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과 같거든요. 기술력 하나로 어느 누구와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온전히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일궈냈다는 희열감, 그리고 일에 대한 자부심을 더 많은 청년들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Q. 이 일을 잘하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나요?
 일을 배우고 첫 1~2년 동안은 정말 미련하게 일을 배웠습니다. 하루도 연습을 빼먹은 적이 없고 하루도 지각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 칼을 갈아보고 그 칼이 얼마짜리인지 느낌으로 맞출 수 있습니다. 보통 98%는 맞추는 것 같아요. 워낙 칼을 많이 갈아봤기 때문에 감이 딱 오거든요. 항상 칼 하나 하나에 정성을 들이고 완벽하게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일을 하면서 계속 배우려고 하고 있죠. 칼을 가는 기술에는 끝이 없고 칼의 종류도 정말 수도 없이 많거든요. 칼을 갈아보고 제가 모르는 칼이면 손님한테 이것 저것 칼에 대해 물어보고 기억해 둡니다. 칼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전문가가 되고 싶거든요.

Q. 자신의 직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고부가가치 창출 직업이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세요. 왜냐면 가령 재료값이 몇 천 원짜리 정도 되는 칼이 아버지나 저의 손을 거치면 그게 몇 만 원짜리가 될 수도, 몇 백만 원짜리가 될 수도 있거든요. 칼을 가는 손끝에서 나오는 기술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기술력과 정성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칼의 값어치가 달라지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제가 생각하는 대장장이란 예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날이 무뎌지고 쓸 수 없을 정도의 칼을 가져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칼을 제가 갈아드리면 보시자마자 “진짜 예술이네요”라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제가 봐도 정말 예술 같아요. 그래서 저는 대장장이란 손으로 할 수 있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 사육사가 되기 위해 했던 공부들과 그 시기를 후회하나요?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해본적이 있어요. ‘아예 처음부터 방황하지 말고 대장장이가 되겠다고 마음 먹고 했으면 벌써 10년의 경력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라고요. 그런데 아내가 따끔하게 한 마디 하더라고요. 만약 그 학과에 가지 않았다면 자기를 만날 수 없었을 거라고요.(웃음) 지금 아내가 같은 대학교 같은 과 출신이거든요.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시작했으면 물론 자리도 더 빨리 잡았겠지만 이 정도까지 열심히 안 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아내를 못 만났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일이든 모두 자기 인생에 가치가 있는 것이고 서로 영향을 주면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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