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원두는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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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원두는 많이 닮았다?!
  • 오명철 기자
  • 승인 2016.11.2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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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 진 교수 백석예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전공
 벼를 잘 말려 찧으면 밥 한 그릇이 되듯이, 커피 열매를 잘 말려 볶아 끓이면 커피 한 잔이 된다. 논 전체가 황금빛이 되면 벼는 쌀을 꿈꾸기 시작하지만, 산 전체가 붉은빛이 되면 커피 열매의 체리는 커피를 꿈꾸기 시작한다.
 정(情) 중에서 가장 깊은 정은 아마 밥 정이 아닌가 싶다. 예전엔 누군가를 만나 인사를 나눌 때면‘언제 밥 한 번 먹자’는 말이 흔한 인사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커피 한 잔 하자고 인사를 한다. 그만큼 커피를 정(情)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나는 정(情)과 관련된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 한 번은 전에 있었던 학교 연구실에 어떤 학생이 과자를 들고 찾아와 고민 상담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때마침 커피를 내리고 있어서 한 잔 마시며 얘기하자고 했다. 그날 이후 그 학생은 뜻하지 않은 커피 호의에 종종 시간 될 때마다 내 연구실에 과자를 두고 갔다. 이렇게 커피로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회사를 명퇴한 선배와 있었던 일이다. 선배는 아이가 둘이나 되는 한 집안의 가장인데 일찍 명퇴하여 힘들게 생활하는 이 선배가 어느 날 찾아왔다. 필자는 다른건 몰라도 평생 커피를 제공해주겠다며 평생 커피권을 선물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꾸준히 커피를 마시며 정을 이어오고 있다.
  외국인 친구 중 한 명은 요즘같이 일교차가 커 몸이 으실으실 춥고 감기기운이 돌 때는 따뜻한 밥에 매운 김치찌개나 부대찌개를 먹는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밥을 먹고 나면 이상하게도 몸이 가뿐해진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인 친구 중엔 이렇게 감기기운이 돌 때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두세 잔 원샷으로 마신다고 한다. 그리고 한 숨 자고 일어나면 이상하게도 몸이 가뿐해진다고 한다.
 1454년 다반(Dhabhan) 출신의 이슬람교 율법학자인 셰이크 게말레딘은 에티오피아 여행 중 커피의 효능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예멘으로 돌아온 후 건강이 악화되었지만 커피를 구해 마신 후 병이 치료되었고, 밤에 잠을 쫓는 효과도 알게 되었다. 그 후 수도사들에게 커피를 권하여 야간 수행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아라비아의 의사 라제스(850~922)는 커피를 분춤(bunchum)이라고 약리효과를 기록하였고, 철학자이자 의사인 아비센나(980~1037)는 커피를 언급하여 ‘사지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맑게 하며 피부의 습기를 없애주고 온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나게 한다’고 기록하였다. 이처럼 커피는 일상적인 음료로서보다는 주로 의약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약물로서의 효과 때문이다.
 최근 ‘커피가 몸에 좋다’는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몸에 좋으니 야채를 많이 먹자’라는 말처럼 ‘건강에 좋으니 커피를 마시자’는 말이 그리 썩 와 닿지 않는 모양이다.
 커피는 암 예방은 물론, 다양한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몇 안 되는 식품이다. 미국 각지에서 실시된 동일한 연구 23건의 논문을 객관적으로 분석한(메카 분석) 연구에서도 커피를 마신 사람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사망률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인간이 오랫동안 매일 섭취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 검증된 식품은 매우 적다. 이 사실을 잊지 말고 커피를 일부러 끊으려 하지 말고, 너무 믿지도 말며, 체질에 맞춰 하루 3잔만 마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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