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커피하우스의 ‘카페 이용수칙’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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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커피하우스의 ‘카페 이용수칙’은 어땠을까?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7.01.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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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아주 오래된 음료로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를 무대로 파란만장한 역사를 자랑한다. 16세기 이집트 카이로의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18세기 네덜란드 식민지 커피 노예들의 비참한 삶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커피 최대 생산국으로 19세기 혜성같이 떠오른 브라질과 최근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커피하우스의 제국주의까지 커피의 이야기 보따리는 끝이 없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15억 잔의 커피가 소비되고 있으니 가히 커피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는 하나의 제품에 앞서 문화적인 장치이다. 커피 소비에는 커피콩(원두)만큼이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문화가 녹아 있다. 커피는 이렇게 우리의 문화 환경에서 작게나마 뚜렷하게 자리매김 하고 있다. 초창기 커피하우스의 주인들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에서 신분이 높은 지식인과 상류층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행여 발생할까 항상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이러한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용 수칙을 마련하여 17세기의 몇몇 카페 벽에는 다음과 같이 운율이 엉성한 카페 이용 수칙을 만들어 걸었다고 한다.

◆ 카페 이용 수칙 ◆
누구든지 자유롭게 출입하십시오. 그러나 죄송스러운 말씀입니다만 다음과 같은 공공 규칙을 숙독해 주십시오.
•이곳에서는 지주와 상인뿐만 아니라 여러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서로를 모욕하는 일 없이 함께 어울려 주십시오.
•특별 좌석은 따로 없습니다. 적당한 곳에 앉으시면 됩니다.
•옷차림이 더 세련된 사람이 왔다고 해서 자리를 양보할 필요는 없습니다.
•손님들의 행위를 구속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여기나 욕설을 할 경우 벌금 12펜스를 부과할 것입니다.
•싸움을 일으킨 손님은 속죄의 뜻으로 모든 손님에게 커피를 한 잔씩 돌려야 합니다.
•토론 시에는 큰 소리를 자제해 주십시오.
•연애 문제로 감상에 빠져 큰 소리로 신세 한탄을 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 주십시오.
•활발한 대화는 좋습니다. 단, 과하지 않게 조심해 주십시오.
•신성한 분위기를 위해, 누구도 이단 서적을 읽어서도 안 되고, 오만 방자하게 부적절한 입으로 나랏일을 논해서도 안 됩니다.
•건전하게 즐기고, 타인을 조롱하는 농담은 삼가도록 합시다.
•우리 커피하우스에서는 조용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카드, 주사위 등의 모든 도박을 금합니다.
•돈 내기의 경우, 5실링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이를 초과할 경우 큰 소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돈을 잃고, 벌금으로 몰수당하더라도 이 훌륭한 음료를 마시며 마음껏 즐겨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커피 값은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이러한 수칙을 지켜 주신다면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김수진 교수 백석예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전공
사람들이 주로 마시는 음료 중에 다른 음료는 취급하지 않는 전문판매점을 가진 것은 커피와 술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는 커피는‘마실거리’로 등장한 이래 줄곧 술과 상반되는 존재로 여겨져 왔는데, 커피가 술의 반대라는 인식이 형성된 것은 즐거운 기분전환을 가져다줄 약물과 그것을 함께 나누며 유쾌하게 소통할 상대를 바라는 인간의 본능이다. 2017년! 우리의 본능을 주변 사람들과 유쾌하게 소통하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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