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가 내 발목을 잡지 않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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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가 내 발목을 잡지 않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합니다!"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02.28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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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라르고팩토리(Largo Factory) 대표

‘떡 케이크는 전에도 몇 번 먹어봤는데, 이곳 떡 케이크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사실 다른 곳 평균 가격보다 만 원정도 차이나서 주문할 때 고민했었는데, 설명이 꼼꼼해서 주문했습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뻐서 감탄했어요. 설기의 단맛은 은은하고 앙금도 부드러워요. 단 걸 좋아하지 않으시는 부모님께서도 감탄하실 정도였어요.’
자신의 노력을 알아봐 준 고객의 상품평을 보자 김아름 대표는 눈물이 핑 돌았다. 정성을 다해 좋은 제품을 만들면 반드시 고객들은 알아봐 줄 것이라는 김아름 대표의 지론이 옳았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김아름 라르고팩토리(Largo Factory) 대표

거듭된 시행착오, 연습으로 극복
 앙금플라워 떡 케이크를 제작·판매하는 라르고팩토리가 문을 연 것은 1년 전. 첼로를 전공해 첼로 레슨 강사로 활동하다가 대학원에서 교육공학을 배워 방송통신대학교 강의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던 김아름 대표는 결혼 후 문득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 우연히 ‘앙금플라워’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지금처럼 앙금플라워가 알려지지 않았던 때여서 빨리 시작하면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아이를 갖게 되고 출산을 하면서 2년 정도 시간이 흘러갔죠. 그런데 그 사이에 앙금플라워 시장이 급속도로 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 산후조리원에서 창업을 계획하고, 남편이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가게를 구 하고 출산 후 3개월 만에 공방을 오픈했습니다.”
 막상 공방을 열었지만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월세 내기도 벅찬 상황이 몇 달간 이어졌다. 왠지 ‘떡’을 강조하고 싶어 공방 간판에 떡 하니 ‘떡‘이라는 글자를 크게 적어놨더니 동네 분들이 일반 떡집인줄 알고들어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기 일쑤였다. 간판을 새로 짤 여유도 없었기에 실내가 보이지 않게 블라인드를 내리고 하루 종일 연습 케이크를 구웠다. 할 수 있는 게 연습뿐이었다고.
 “한 번씩 괜히 차렸나 싶은 마음도 들고, 몸도 힘들었어요. 아이 낳고 얼마 안 됐을 때라 서럽기도 했죠. 남편이 전화해서는 ‘연습은 하고 있냐, 당신 실력으로 안 되니 더 연습해라’하며 채찍질하기도 하고요. 엄마도 처음인데 장사도 처음이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함이 느껴질 땐 그저 연습하며 견뎠습니다.”

생화 같은 앙금플라워로 더 아름답게
 난방기도 없는 공방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에 몰두했던 것은 이미 레드오션이 된 앙금플라워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상품 경쟁력에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라르고팩토리가 다른 업체와 차별화를 이룬 부분이 바로 생화 같은 앙금플라워입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솔직히 촌스러운 앙금플라워도 있는데, 그런 제품들도 팔리는 걸 보고 제가 앙금플라워를 더 섬세하고 예쁘게 만들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질의 차별화를 노린 겁니다. 생화 같은 앙금플라워를 만들려면 꽃잎을 얇게 짜야 하는데, 정말 섬세한 힘 조절이 필요한 기술입니다. 그런 꽃잎을 만들 수 있는 앙금 레시피도 제가 개발한 고유 비법이고요.”
 재료 연구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앙금 자체가 당절임 된 식품이라 시트를 일반 떡처럼 만들면 어른 입맛에는 너무 달았다. 그래서 떡 시트의 당도를 낮추고 일반 설탕대신 엷은 단맛을 내는 유기농 설탕을 사용했다. 그러나 유기농 설탕은 파는 곳이 흔치 않아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떡 시트의 주재료인 쌀 선택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사방팔방 수소문하며 전국의 맛있고 질 좋다는 쌀은 다 먹어보고 골랐다.
 “앙금플라워 제품이 수작업, 수공예의 개념이라 시장에 형성돼 있는 가격대가 낮진 않아요. 그래서 그만한 가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값어치를 할 만큼 맛있게 만들고 싶었죠.”
 이렇게 만들어진 라르고팩토리의 앙금플라워 떡 케이크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그 말 그대로다. 벌써 입소문이 퍼져 주말에는 김 대표는 2~3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종일 25개 정도의 주문을 소화하고 있다.

타깃 수정이 신의 한 수
 라르고팩토리가 예술의 전당 근처에 위치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예술의 전당과 가까운 곳에 가게를 두면 음악을 하는 주변 지인들이 공연이 끝나고 리셉션 할 때 쓸 제품을 사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인을 통한 판로 확보는 쉽지 않았다.
 “타깃팅을 잘못 했던 거죠. 지인은 판로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그제야 실감이 났어요. 그래서 타깃을 수정하기로 마음먹고 트렌드에 대한 책이나 논문을 찾아보며 연구했습니다. 논문만 20편 이상 본 것 같아요. 그러고 나니 트렌드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이 키워드들 중 제게 해당되는 것을 골라냈습니다. ‘내 상품을 누가 많이 살까’를 생각하면서요. 그래서 찾아낸 키워드는 ‘스몰 럭셔리’였습니다.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 이왕 사는 것 조금 더 좋은 것을 사는 소비심리죠. 앙금플라워 떡 케이크는 특별한 날, 보통은 자녀가 부모님의 생신 때 주로 구입하기 때문에 작은 것이라도 좋은 것을 사려는 스몰 럭셔리가 해당되는 제품이었습니다. 스몰 럭셔리에 걸맞게 ‘SNS에 인증하고 싶은 퀄리티’가 되면 안정적으로 판매가 되겠다 싶었어요. 제가 타깃으로 정한 스몰 럭셔리에 해당하는 고객층은 같은 것이 있어도 더 예쁜 것, 조금 비싸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고 만족스러운 것을 사려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분석은 적중했다. 타깃을 수정하고 홍보를 위해 블로그에 제품 사진을 올렸고 주문제작방식을 정착시켰다. 온라인 스토어도 런칭했다. 그러자 하나 둘 주문이 들어왔고, 주문한 고객들이 SNS에 올린 것을 본 다른 고객의 주문이 이어졌다. 생일 주인공보다 케이크가 더 인기였다는 상품평이 달릴 정도였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누구 돌잔치를 갔다가 너무 예뻐서 번호를 물어보고 연락했다’며 주문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남편이 제가 첼로 배워서 유학까지 다녀와 레슨하던 때보다 지금 버는 것이 더 낫다고 좋아해요. 전보다 주문이 늘기도 했지만 재구매 고객도 점차 늘고 있어서 이제는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생일이 있기 때문에 성수기, 비성수기도 따로 없죠. 연말연시에는 주문이 더 늘긴 하지만 이 때 주문이 많아졌다고 해서 다른 기간에 주문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니까요. 꽤 안정적인 수익구조라고 할 수 있어요.”

‘라르고팩토리’라는 브랜드
 친절함도 라르고팩토리 제품의 인기비결 중 하나다. 모든 주문은 전화 상담을 거쳐 진행되는데, 이 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제품에 반영하니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
 “주문 내용의 사소한 단어 하나하나에 힌트가 있어요. 어머니가 화려한 것을 좋아하신다고 하면 같은 디자인이라도 화려한 느낌을 낼 수 있게 만들거나, 좋아하는 색이 있다고 하면 그 색을 메인으로 변경하는 거죠. 온라인 상품은 보통 기성품입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구매했지만 나를 위한 제품을 받게 되면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겠죠.”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정교한 앙금 플라워, 고급스러운 맛은 라르고팩토리의 정체성이 되었다. 요새 김아름 대표는 이런 장점을 살려 라르고팩토리를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주문이 늘어나자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최근 남동생도 영입했다.
 “아직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민망하지만, 그래도 이만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끊임없는 연구와 상품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남동생도 책임져야 하니 더 어깨가 무겁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구매하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 제품은 방부제나 노화지연제를 일절 넣지 않은 당일제작상품이라 지방에 계시는 분들의 주문이 어렵거든요. 브랜딩 작업도 이런 고민에서 시작하게 된 거고요.”
 김아름 대표의 오늘을 만든 결심은 ‘출산이 핑계가 되지 않게 하자’였다. 나중에 ‘아기 키우느라 시간을 보낸 사이 내 친구들은 뭔가 이뤄냈는데, 나는 그동안 뭘 했나’하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
 “우리들에겐 핑계거리가 너무 많습니다. 핑계거리로 치부하기에는 정말 어려운 상황도 물론 있죠. 하지만‘저거 하느라 이걸 못 했어’하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누구나 핑계 없이 살다보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룰 수 있는 것도 많아지죠. 앞으로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이런 핑계거리들을 멀리하며 미래를 준비해 나가신다면 계획한 것들을 모두 이루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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