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의 디자인이 현실이 되기까지 제 손을 거치지 않는 곳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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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의 디자인이 현실이 되기까지 제 손을 거치지 않는 곳이 없죠!”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02.28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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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린 의류업체 G사 테크니컬 디자이너

비슷한 디자인인데 어떤 옷은 몸에 착 감기고, 어떤 옷은 꼭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안 어울릴 때가 있다. 이처럼 옷을 만들 때 디자인만큼 중요한 것이 제작 과정이다. 디자이너의 상상속에 존재하는 ‘광택이 흐르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셔츠’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원단과 패턴 제작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옷의 제작을 담당하는 디자이너인 테크니컬 디자이너 박세린 씨를 만나본다.

Q. 자기소개와 테크니컬 디자이너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성의류 수출 기업 G사에 다니는 테크니컬 디자이너 박세린입니다. 작년 10월 정식 입사하여 현재 신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제가 다니는 G사는 여성의류 전문 회사로, 미국과 유럽의 주요 브랜드들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뛰어난 품질 관리와 창의적인 디자인 개발 시스템을 가진 패션 벤더 업체입니다.
 의류 업계를 생각할 때 브랜드 업체를 주로 떠올리게 됩니다. 상품 하나가 마켓에 나오기까지 브랜드 업체 내에서 자체적으로 디자인 및 생산 과정을 총괄하기도 하지만, 브랜드 업체라고 해도 스커트나 블라우스 등 특정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패션 벤더 업체와 협력하여 개발 및 생산을 진행하는 경우가많습니다. 각 브랜드가 자기 브랜드의 identity에 맞춰 상품을 디자인하면 벤더 업체는 그 디자인을 구성하여 패턴을 제작하고, 제품의 원단과 각종 소재를 결정하기까지의 제품 생산에 관한 전반적인 과정을 총괄 담당합니다.
 저는 디자이너로서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보다 원활한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구성요소들을 엔지니어링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원단으로 옷을 제작할 때 좀 더 인체에 잘 맞는 fit과 디자인을 100% 구현한 fit이 나오도록 패턴사와 협력하여 수정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G사는 트렌드에 맞는 원단과 소재, 디자인을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제시하여 주도적으로 패션 마켓을 이끌어가는 ODM 시스템이 있어서, 주어진 디자인을 생산하는 과정에 그치지 않고 시즌별 트렌드를 연구하여 디자인과 소재를 제시하고 샘플을 제작하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저는 신입이라 테크니컬 디자이너 자격을 갖추었다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뛰어난 디자이너 선배님들과 함께 옷의 구성과 생산 과정을 전문적으로 배워가며 발전해 가는 중입니다.

Q.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옷을 보는 것도 좋아했지만 만드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연극이나 TV를 통해 보는 화려한 옷들을 보면‘와, 예쁘다’로 끝나지 않고 ‘저건 어떻게 만들지?’라는 생각을 꼭 했었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친구들 손을 잡고 동대문 종합시장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습니다. 학창시절을 그렇게 보냈으니 의상디자인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제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의상디자인과의 여러 수업 과정 중 특히 패턴 제작 수업이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제가 만들고 싶은 옷을 디자인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패턴 제작은 디자인의 기본과도 같은 과정이기 때문에 특히 매력적인 분야라고 느껴졌어요. 또 디자인에 대해 배우면서 옷에 대해 잘 알아야 그 안에서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죠. 그래서 옷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좋은 디자인을 하는 직업이 무엇일까 찾다보니 테크니컬 디자이너를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Q.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그리고 보통 이 일을 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패션 업체에는 의상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여러 파트의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파트도 옷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만 디자이너 중에서도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옷에 제일 가까이 있는 전문직이라 의상 디자인 전공자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fit을 보는 감각이나 봉제 방법, 한 아이템이 나오기까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갖가지 구성요소들은 전문적으로 교육 받아야 알 수 있기 때문에 테크니컬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꼭 의상디자인을 전공해야 합니다.
 양장 기능사 자격증이나 패션 산업기사 자격증 등 패션 산업 관련 자격증 갖고 있다면 그 자격증을 수료하기 위한 과정에서 얻는 기술과 지식들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테크니컬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이런 자격증을 준비해두면 좋죠.
 하지만 실무에서 겪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 크고 새롭게 얻는 경험적 지식도 많아요. 그래서 인턴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고, 다른 방법이라도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자격증보다는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공인외국어 점수 말고 다른 자격증이나 스펙사항이 없지만 현재 실전에서 배우면서 성장하는 중입니다.

Q. 무역 관련 일이 많은데 영어 등 외국어 능력은 필요하지 않나요?
 외국어 능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실무에서 많이 사용해요. 물론 회사마다 거래처가 다르니 많이 사용하는 언어도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영어는 기본적인 수준은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제가 다니는 G사는 바이어들이 미국과 유럽의 주요 브랜드들이라서 영어가 중요합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있는 샘플실, 공장과도 협력해서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영어를 정말 많이 사용하죠. 바이어들을 직접 상대하는 건 영업팀이라 디자이너들이 바이어들과 만날 일은 많지 않습니다만,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이해하고 해외의 공장을 상대로 작업 지시서를 작성하거나 의견을 교류하는 과정에서 영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입사 시 영어능력이 디자이너의 지원 필수 조건으로 명시 되어 있진 않지만 영어 능력이 좋은 지원자를 우대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업무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이라 공인영어성적을 보유한 디자이너들이 많고요.

Q. 취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 직무의 입사 경쟁률은 크게 높지 않은 편이지만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까다롭게 사람을 뽑고 있어요. G사는 인·적성검사를 통해 필드에 적합한 사람인지 파악하고 인턴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파악합니다. 디자인 작업을하다 보니 무엇보다 꼼꼼하고 지구력이 좋은 사람, 재빠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사실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 운 좋게 취업을 하게 됐어요. 교수님의 소개로 인턴을 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습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경우,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경력직에 대한 채용이 좀 더 활발한 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경력직으로 채용된 디자이너 분들의 경우 면접 때 샘플 제작이나패턴 제작 과정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전에 했던 일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꼼꼼함과 체력이 중요한 일이라서 체력 유지를 위해서 하고 있는 활동이 있는지 등 꽤나 세세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하고요.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질문 유형은 거의 비슷하리라고 봅니다. 이외에도 인·적성 시험 결과를 토대로 인성 면접이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상 장·단점이나 집중력을 묻는 질문들이 주로 나옵니다.

Q.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업무환경은 어떤가요?
 대부분의 패션 업계가 그렇듯 테크니컬 디자이너도 잦은 야근과 많은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시즌 별로 상품을 제작했기 때문에 바쁠 때는 많이 바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비교적 업무강도가 약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SPA 브랜드들의 강세로 시즌이 의미가 없어진 브랜드가 많아 꾸준히 바쁩니다. 그래도 많은 스타일의 디자인을 실제로 보면서 전문성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는, 보람이 매우 큰 직업이에요. 스스로가 이 과정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느낀다면 이만한 직업이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버티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모르고 시작했다가 버티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디자이너를 포함한 벤더 업계 자체가 이직률도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과 잘 맞으시는 분들은 꾸준히 커리어를 쌓을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전망은 어떨지요?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우리나라에는 아직 별로 없지만 해외에는 많습니다. CAD, 3D 프로그램 등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 프로그램이 개발되면서 생산과정이 더욱 빨라지고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추세라 테크니컬 디자이너에 대한 업계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거예요.
 글로벌 브랜드와 SPA 브랜드의 강세로 패션시장은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훨씬 더 빨라졌어요. 따라서 이제는 한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그 안에서 다양한 디자인을 한계 없이 할 수 있는 능력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패턴사는 패턴 제작만, 생산 관리자는 생산 관리만 했다면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을 다 다룰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죠. 해외 실무자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 패턴, fit에 대해 다방면으로 동시에 가능한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Q. 향후 포부는 무엇인지요?
 먼저, 테크니컬 디자이너로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아직 신입이라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요.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입었던 블라우스 하나에 얼마나 많은 디테일이 들어가고 신경 써야 하는지 아마 모르실 거예요. 지금은 기본적인 스타일부터 습득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어떤 스타일의 디자인이라도 디테일, 패턴, 소재가 머리와 손에 다 그려지는 그런 전문적인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습득한 지식과 전문성으로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합리적인 옷을 디자인을 하는 게 목표예요.
 저는 테크니컬 디자이너를 꿈꿨으면서도 입사 전까지 이 직업에 대해 어렴풋이 알았을 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어느 회사를 지원해야 할 수 있는지도 잘 몰랐고요. 그래서 저는 더 좋은 디자이너가 되어 패션을 사랑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분야가 있다고 좋은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구직자들에게 격려 부탁드립니다.
 본인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주춤하지 않았으면 해요. 사회로 발을 디디니 모두 똑같은 선에 있더라고요. 여기서 어떻게 얼마나 해내는지가 중요합니다. 새롭게 배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거죠. 관심 분야를 두들겨 보고 그 일에 자신감을 갖는다면 그 모습이 새로운 시작을 열어주는 문이 될 거예요. 그리고 체력도 정말 중요합니다. 미리미리 체력을 키워두면 나중에 정말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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