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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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03.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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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연구사’┃ 배대호 경기대학교 박물관 학예사

                       ‘스토리텔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자동화 대체비율 낮은 직업에는‘학예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학예사’가자동화대체비율 낮은 직업에 속한 이유에 대해 배대호 학예사는‘박물관 전시를 하나의 창의적인 업무’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번 새로운 전시를 위해 많은 고충을 겪는다는 그는 전시에 사용될 조명·작품 배치 등에 관련한 아이디어를 일상생활에서 얻는다고 한다. 그는 사람의 머릿속에 있던 그림들이 어디선가 봤던 것과 더해져 완성되는 전시가 100%창의적이라 말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시에 앞서 유물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학예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 말했다.

▲ 배대호 경기대학교 박물관 학예사
Q. 현재의 업무를 소개해 주십시오.
1998년부터 경기대학교 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박물관 연구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업무 등 박물관 내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매번 새로운 전시를 위해 고민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 때는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Q. ‘학예사’와‘큐레이터’가 헷갈립니다.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요?
우리나라와 일본만 학예사와 큐레이터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해 박물관과 미술관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학예사와 큐레이터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미술관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미술관련 업무만 합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박물관 안에 미술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은 미술관뿐만 아니라 전시관, 동물원, 식물원, 수족관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술관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큐레이터라고 소개하지만 ‘학예사’와 ‘큐레이터’는 같은 말입니다. 큐레이터라는 자격증은 없을 뿐더러 자신을 큐레이터로 소개하는 분들도 학예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인공지능 발달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학예사’직업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요?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결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세돌이 이길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둑이 창의적인 게임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바둑이 창의적인 게임이라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알파고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이 단순히 창의적인 내용물을 만들어 낸다고 해서 그걸 인공지능이 못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창작해 내는 것들은 어디선가 봤던거에 자신의 영감이 더해져 나온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결과물이 100% 창작물이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네가 그린 그림, 김홍도가 그린 그림들은 이전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을 변화시켜온 것입니다. 세계 모든 전시 패턴을 인공지능에 입력한다면 인공지능이 새로운 전시 패턴을 하나 더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예사’는 끊임없는 연구, 유물관련 스토리텔링, 전시기획,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직업입니다. 인공지능이 ‘학예사’ 자체를 위협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Q. 전시기획을 위해서는 창의적인 요소도 필요해 보입니다.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백화점, 서점, 외국디자인 사이트를 둘러보는 등 이런 저런곳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습니다. 하루 종일 박물관과 연계해 생각하는 학예사를‘헬스용 자전거’라 부르곤 합니다. 매일 수장고에 들어가 유물들을 점검하고 점검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그 전시가 끝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학예사는 멈추지 않고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활동성이 높은 대학박물관을 제외한 다른 박물관은 학예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활동성이 높은 박물관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학예사의 업무량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헬스용 자전거처럼 항상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Q. 10년 전에도‘학예사’는 유망 직업이었습니다. 현재도 그러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10여 년 전 TV CF에 활기찬 여성 큐레이터가 나와 한때 큐레이터가 조망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나온 큐레이터 이미지가 커리어우먼이었고, 겉보기에 좋아보였던 직업으로 비쳐졌습니다. 하지만 사실 ‘학예사’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직업입니다. 저의 하루 일과의 시작은 매일 아침 온·습도가 맞춰져 있는 수장고에 들어가는 일입니다. 수장고 안에 들어서는 그 순간은 마치 습도가 높은 나라에 막 도착했을 때 숨이 턱 막히는 느낌과 같습니다. 그리고 수장고 안에서는 항상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직업이‘학예사’인 거 같습니다. 하지만 좋은 전시였다는 평가를 들을 때는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예사는 향후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어렵다고 생각되기에 향후에도 꾸준히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학예사’에게 필요한 소양은 무엇인가요?
‘학예사’뿐만이 아니라 어떤 직업이든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꾸준한노력과공부는필요하다고생각합니다. ‘학예사’첫 글자에‘學’이 들어가는 것처럼‘학예사’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최근 박물관 정책 패턴이 전 세계적으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박물관의 존재 목적이 유물을 수집하는 데 있었다면 그 흐름이 이제는 후손에 물려주기 위해 유물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물들은 인류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잘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초점으로도 변해가고 있습니다. ‘학예사’가 되려면 이처럼 변화되는 박물관 정책 패턴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1년 스케줄이 궁금합니다.
교내 박물관이다 보니 본격적인 업무는 3월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올 9월에 특별전이 열리는데 준비를 작년 11월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교내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행사는 4월에 전각, 5월에는 단오부채, 11월에 가래떡데이, 12월에 동지팥죽, 2월에는 입춘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행사와 함께 4월부터 7월까지는‘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수원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을 연 40회 진행하고, 9월부터 12월까지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글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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