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에 대한 분석 없이 순수하게 자기만을 소개하는 자기소개서는 남들과 차별화될 수도 없고 눈에 띄지도 않는다.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무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잠재 역량을 표현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격하는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한 직무분석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청년들을 대상으로 취업 컨설팅, 진로 강의를 하고 있는 신길자 컨설턴트와 함께 알아보자.

 대기업의 자기소개서 항목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사용한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원 직무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직무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추측으로 작성한 어설픈 답변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홈페이지는 기본, 기업 SNS를 활용하면 좀 더 쉬워
 같은 직무라도 기업마다 업무 내용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면 기업에서 작성한 설명자료를 보는 것이 좋다. 아예 직무 자체가 낯설다면 아무리 설명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된 전문 서적을 참고한 뒤 분석을 해야 한다. 그 후 홈페이지, 기업의 SNS, 관련 서적을 참고하며 정보를 수집하면 된다. 코오롱그룹, 신세계백화점, LG화학은 홈페이지와 별개로 블로그도 운영하는데, 이곳에서 여러 직원들의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현직 선배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겁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사보나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쓴 책을 봐도 좋습니다. 현직 선배들의 인터뷰 기사는 보다 쉽게 직무를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에요.”
 직무 분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을 갖는 것이다. 직무에 대한 자료는 이미 많이 퍼져 있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깊이 있는 직무 이해가 가능하다. 신 컨설턴트가 직접 지도한 학생은 관심을 갖고 직무를 연구한 결과 지원한 직무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 학생은 LG유플러스에 지원했는데 처음에는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제품이 뭐가 있는지 봤고 가볍게 회사 상품을 읽어봤다고 해요. 그리고 그 내용을 직접 대리점에 방문해 질문하고 상담을 받으면서 홈페이지에서 읽었던 내용이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구현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 그 작업을 15번 반복하고 나니 잘 몰랐던 영역인데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분석이라고 해서 너무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해요. 직무 분석을 쉽게 표현하면, 그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일입니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거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직무와 가까워집니다.”

 직무를 표현할 때는 자신의 언어와 직무 용어로!
 직무 분석이 된 자기소개서와 그렇지 않은 자기소개서는 세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는 직무에 대한 지원자 나름의 정의, 둘째는 직무 용어의 유무, 셋째는 업무내용의 장점과 어려움에 대한 인식이다.
 “제대로 직무 분석을 했다면 직무에 대한 정의가 반드시 나와야 합니다. 직무 정보에 나와 있는 내용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이 직무는 무엇이고 회사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등에 대해 자기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직무 용어는 현직자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말한다. 예를 들어 홍보담당자가 되려고 한다면, ‘홍보담당자는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직무를 예측한 내용이다. 하지만 직무를 분석했다면 ‘홍보 담당자는 보도자료를 잘 써야 한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추상적인 ‘글’이라는 단어가 직무에 좀 더 가까운 ‘보도자료’라는 용어로 바뀐 것.
 또한 직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조사를 하다 보면 해당 직무의 좋은 점과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데,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지원했다는 것을 밝히면 지원 동기가 분명하다고 판단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힘든 일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원자들이 그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 하죠. 만약 ‘힘들어도 그 일이 주는 이러한 보람이 있기 때문에 저 는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저는 어떤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답변을 한다면 직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어떤 경험이라도 직무와 ‘연결’해야 합격
 직무를 분석한 이유는 그러한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가졌음을 설득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직무와 자신의 경험을 연결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너무 평범해 쓸모없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직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경험이 아니어서 자칫 논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을까 걱정스럽기 때문.
 “가장 좋은 건 멋진 경험을 직무와 연결하는 겁니다. 그 다음은 평범한 경험을 연결하는 거죠. 가장 나쁜 것은 아예 연결하지 않는 거예요. 평범한 경험이라도 직무와 연결하려는 태도에서 지원자의 성의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직무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경험을 가지고도 합격한 경우가 적지 않다. 법학을 전공하고 은행권에 취업한 사례도 있었다.
 “금융권에서 법학 전공에 관련된 분야는 TO가 많지 않아 법학 전공자는 취업에 어려움이 있죠. 그런데 은행의 업무가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 갖고 있을 정직함, 법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법 전공자의 특성을 살려 업무 현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부각시켰습니다. 거기에 은행 업무에 필요한 서비스 정신, 양심, 친절함, 설득력을 자신의 아르바이트 경험과 연결해 강조했어요.”
 그래도 이 자기소개서를 읽을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줄지, 혹여 합격해도 면접에서 지적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구직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도 결국은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역지사지’해 보자.
 “항상 면접관의 반응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자기의 답변이 스스로 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지, 설득력이 있는지 돌아보세요. 그리고 그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는 겁니다. 지원은 인사담당자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신이 납득이 되면 인사담당자도 납득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차례 검토했는데도 면접관에게 지적을 받았다면, 그때는 담담하게 ‘그 점을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그 점을 반영해 신중하게 생각하겠습니다’하고 답변하면 아무 문제없이 상황을 넘길 수 있어요. 또 그것을 지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조언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이면 더욱 좋죠. 적어도 자신이 시도했던 모든 과정에 대한 노력 자체가 상대방에게는 좋은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글 | 허지은 기자 je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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