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쟁이, 불편한 진실이라는 어퍼컷을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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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쟁이, 불편한 진실이라는 어퍼컷을 날리다!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04.03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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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호 작가·사회학자



 오찬호 작가는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다가 2013년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집필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진격의 대학교>,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등 사회의 각종 문제점을 꼬집은 책자들을 발간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런 그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꺼냈던 이야기들로 SNS가 온통 화제였다. 청춘들의 반응은 꽤 뜨거웠다. ‘세련된 각자도생’, ‘죽도록 노력해서 평범해지는 사회’라는 그의 발언이 실제로 죽도록 노력해서 평범해지는 사회 속에서 세련된 각자도생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청춘들의 마음을 꿰뚫었던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저는 현실에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한 겁니다. 저는 그저 현실이 이렇다는 걸 들춰내서 현실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고, 변화를 추구하는 거죠. 현실을 과잉하거나 축소해서 드러내면 그건 기만이 됩니다. 제가 ‘투덜이, 불평쟁이’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그런 제 말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 주셨다는 것은 반대로 제가 현실을 가장 긍정한 사람이라는 얘기가 되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불편을 느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중은 의외로 ‘통쾌하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밥 먹고 돈 벌어야 하는 우리의 일상이라는 현장은, 당연하지만 불편한 진실들로부터 차단될수록 편합니다. 그것으로부터 차단된 사람만이 이 현장에 들어올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런 일상에 하루 이틀 젖어들다 보면 자기 눈앞에 있는 행복이 행복의 전부, 그 자체가 됩니다. 그런 것을 깨려고 하면 ‘깨시민’이라고 하겠죠. 하지만 최근 방송에 나왔던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최근 정치의 실수, 잘못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몇 달간 학습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태도로 던져 놓은 이야기가 충격을 준 것은 ‘발상의 전환’ 때문이라고 느껴진다. 콘서트 티켓도 경쟁을 통해 구입하는 사회에서 경쟁 자체에 의문을 가진 그의 시각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대전제에 대한 입장이 다른 거죠. 사회의 통념적인 전제는 '경쟁을 통해 사람이 성장한다'입니다. 그런데 사회학의 시각은 ‘경쟁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데? 서로를 배척하는데? 경쟁 안 하면 사람은 죽나?’입니다. 결국 제가 하는 이야기들은 역발상이 아니라 사회의 불편한 지점에 대한 고찰입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했을 때 보다 많은 사람이 행복해져야 그 선택이 옳은 것인데, 그 결과가 그렇지 않다면 대전제는 수정되어야 한다는 거죠. 행복이 물질적인 부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정서적인 관용과 타인을 인정하고 또한 자신이 인정받는 것들이죠. 그런데 경쟁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높은 자살률과 퇴직률, 청년실업, 최저임금의 문제입니다. 경쟁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결과물이 이렇다면, 이제는 수정되어야 하지 않나요?”

 사회학을 하는 사람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여러모로 사회학은 독특한 학문이다. 그 대상이 사회, 우리
가 살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사회학자로 산다는 것은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불편한 부분을 바꿔나가기 위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학자로서의 접근뿐 아니라 운동가로서의 행동력도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본인이 얼마나 노력할 수 있는지가 꿈의 크기를 결정하게 됩니다. 강남에 사는 부자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전문직에 모여들고,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행정가가 되면 사회가 세상 모든 사람의 시선이 녹아 있는 결정을 내리겠죠. 그렇다면 현재 부모의 재력이 교육에 영향을 주는 사실을 고쳐야 합니다. 이것이 사회학이 필요한 이유죠. 앞으로는 문제제기의 차원을 넘어서 더욱 디테일하고 실천적인 결론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현실을 학문의 무대로 삼는 사회학자의 시선은 쉽게 쓰는 말 한마디에도 냉철하게 반응한다. 이제 TV 출연도 하고 ‘때’가 오지 않겠느냐는 말에 그는 ‘때’라는 말이 공평하지 않음을 숨기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흔히 ‘사람은 다 때가 있다’라는 말을 하죠. ‘때가 아직 오지 않아서 힘든 것이다, 견뎌라’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사회학적으로 그런 말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왜 누구는 그 ‘때’가 빨리 오고 누구에게는 늦게 오고, 또 누구에게는 자주 오죠? 이 말은, 정말 힘든 사람에게는 잔인한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때가 왔더라도 성공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때가 안 와도 성공할 수 있죠. ‘때’라는 것이 불공정성을 오묘하게 덮어버립니다. 그래서 인정받아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 과소평가되고, 좀 더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할 사람들은 과대평가되기도 하고요.”

 재치는 불편한 진실과 대중 사이의 연결고리
 방송에서 그는 책이 잘 안 팔린다고 말했지만, 실제 판매 부수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금껏 4권의 책을 출간했고 내년까지 출간 계획이 잡혀 있다. 인기가 있으니 출판사의 러브콜이 쇄도하지 않겠는가. 그의 책이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려운 이야기에 적절한 유머를 더해 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사회학적인 이야기들이 재미없는 주제들을 주로 다룹니다. 그렇지만 저는 재미없는 주제를 재치 있게 풀어내고 싶어요. 어떤 학자는 정통 이론을 파헤쳐서 이론적 집대성을 한다면 다른 학자는 그 논의를 어떤 식으로든 많은 대중들과 연결시키기도 하죠.”
 어려운 이야기도 재치 있게 풀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 기승전결을 갖춘 구성, 원고지 1000매 분량을 채울 수 있는 기획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출판사에서 어떤 콘셉트를 정해서 의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결국 책을 집필하는 방향과 꼭지는 제가 평소에 구상해 놓았던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에서 뽑아서 씁니다.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도 츨판사에서 먼저 콘셉트를 정해왔는데, 제가 이전에 해놓은 구상을 접목시켜서 책을 만들었죠. 머릿속으로 이런 설정의 책을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사용했어요.그 설정은 외계인들이 우리나라로 이주를 하려고 계획하고 그 전에 미리 나라의 수준을 알기 위해 몇 명의 외계인을 곳곳에 파견하는 거예요. 그런 다음 그들이 이 나라가 어떻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쓰는 형식이었어요. 책을 써야 해서 구상을 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마치 곧 책을 쓸 것처럼 기획을 해놓고 꼭지를 구상하고 있다가 책을 써야 할 때 그 구상들을 사용하는 겁니다.”

 유쾌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유쾌하게
 그에게는 출판 계획에 강연 약속도 줄지어 잡혀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꺼내놓으려면 인풋도 많아야 할 것이다.
 “한 줄, 두 줄의 글을 쓰려면, 수 십 개의 자료를 찾아봐야 합니다. 책이란 작가의 엄청난 노력, 시간투자, 그리고 그것을 통해 찾아낸 지혜와 지식이 압축되어 있는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하루에 4시간은 어떤 주제든 마음껏 글을 읽고, 4시간은 쓸 내용과 관련이 있는 글을 읽고, 4시간은 글을 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시간이 없어서 책을 많이 못 읽었어요. 그래서 좀 제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웃음). 이미 인풋 되었던 것의 대부분이 아웃풋 되었어요.”
 최근 들어 많이 못 읽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그만큼 읽었던 책도 많았을 것이다. 그 중 청춘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무엇일까?
 “왜 꼭 추천한 책을 읽어야 하나요? 전 어떤 특정한 책을 추천해주기보다는 절대적으로 독서량을 늘리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물론 책을 안 읽는다고 해서 뭐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읽으면 무조건 좋습니다. 특히 독서력을 위해 문학은 손에서 놓으면 안 돼요. 텍스트를 읽는 호흡이 문학의 문체를 따라가야 합니다. 작가의 상상의 세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회를 알기 위해 다른 책을 찾게 됩니다. 독서량이 점차 늘어나게 되죠.”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고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하루아침에 세상을 바꾸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경쟁 시스템의 불합리성을 지적한다고 해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저는 유쾌하지 않은 사회를 비판할 뿐, 유쾌하지 않은 사회에서도 꿋꿋이 유쾌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나쁘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유쾌하게 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유쾌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회학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근 저에게는 이것이 가장 큰 숙제예요. 저도 가정이 있고 이 가정을 행복하게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다만 사람이 마음먹은 대로 살기가 쉽지 않고, 사회가 유쾌하지 않은 이상 개인이 유쾌하게 살기 위한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오늘도 취업을 위해 청춘들은 노력하고 있다. 그들에게 취업이라는 경쟁은 삶이 되었고 경쟁의 승리자는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누구도 그들이 경쟁을 위해 흘리는 땀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미 주어진 현실을 거부하지 못하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청년들의 노력은 값지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이 ‘젊어서 하는 고생이라 사서도 하는 당연한 일’이 아니듯, 타인이 노력하지 못한 일도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경쟁해야 겠지만, ‘경쟁이 당연하다’는 인식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것도 미룰 수 없는 우리의 몫이다. 사회의 모습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글|허지은 기자 je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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