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펙에 코딩 못 해도 은행 IT 직무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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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펙에 코딩 못 해도 은행 IT 직무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04.0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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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A은행 IT관련 직무

 작년 하반기 공채, 금융권 취업에 성공한 정연우 씨는 스스로를 ‘저스펙’이라고 말한다. 학점은3.4점, 오픽 IL 등급, 두 번의 인턴과정, 공모전 입선 경력이 그가 가진 스펙의 전부였다. 나쁘지 않은 스펙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치열한 취업 경쟁 속에서 이와 비슷한 스펙을 찾기는 어렵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에겐 취업 전 2년의 공백도 있었다. 코딩도 할 줄 모른단다. 그럼에도 은행 IT직무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비결은 무엇일까?

 현직자 찾아가 IT직무 취업 정보 얻어 
 서울 4년제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IT쪽으로 진로를 정했던 정연우씨는 IT업계에서도 연봉과 복지수준이 높은 편인 금융권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현재 금융업에서 AI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여서, 금융권에서 IT기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인·적성보다 논술에 자신 있었는데 마침 금융권에서 논술 시험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모로 정연우 씨가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취업과정에서 IT직무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고생을 했다.
 “이 인터뷰에 응하게 된 계기도 제가 취업을 준비하면서 IT업계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개발적인 요소 외에는 정보가 거의 없고, 관련 채용 공고가 나와도 해당 기업의 전산직이나 IT직이라고만 기재된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내기 힘들었죠. 그래서 지인이나 실제 관련 업종에서 근무하고 계신 분들을 찾아가 질문하면서 직무에 대해 알아갔습니다. 또 제가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IT직무는 금융권의 일반직과는 직무 내용이 많이 달라 ‘금융 IT’라는 분야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같은 직종의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인터뷰에 응한 그에게 은행 IT직무는 어떤 일인지 물어봤다.
 “작년 하반기 공채로 입사했기에 아직 세부 부서는 배치 받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략적인 은행 IT직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은행의 IT직무는 크게 두 파트로 분류돼요. 일반직이 사용하는 내부 시스템의 유지 보수, 운영, 개발 파트와 고객이 사용하는 대고객시스템의 유지보수, 운영, 개발 파트가 그것입니다.”

 코딩, 영어도 중요하지만 산업 이슈에 대한 분석이 핵심
 코딩도, 영어도 못하는 자칭 ‘저스펙’인 그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원한 회사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마음도 있었다. 이러한 마음가짐 덕분에 ‘코딩은 얼마나 할 줄 아느냐, 영어 성적이 좀 낮다’는 질문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합격에 더 주효했던 것은 자신이 일하고 싶은 업계를 확실히 정하고 현재 해당 산업이 시장에서 어떤 것에 주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 덕분이었다.
 “현재 금융 IT, 핀테크라는 이슈를 검색해보면 스마트 뱅킹이나 로보어드바이저, FDS 등 여러 사업들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꼼꼼히 공부했어요. 그리고‘만약 내가 회사의 오너라면 이 사업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저만의 전략을 세웠어요.
 또한 은행 서비스의 사용자로서 느꼈던 불편함과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미리 정리했습니다. 이를 입사 후 포부나 지원동기에 대한 답변에 활용해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를 두었죠.”
 그렇지만 코딩과 영어가 IT 직무 취업에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영어 성적이 부족하거나 코딩 시험이 두려워 지원하지 않은 기업도 많았다.
 “만약 다시 취업을 준비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에 더해 영어 스피킹을 좀 더 공부하고, 코딩 시험도 차근히 준비했을 겁니다. 그만큼 실제로 제가 취업을 준비하며 느낀 코딩과 영어 성적의 중요성은 절대 낮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가 속한 산업의 특성과 관련 이슈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리, 그리고 깊은 고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코딩 시험을 치르면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알게된 것들도 있었다.
 “삼성, 한화 계열의 코딩 시험은 ‘삼성 코드그라운드’라는 오픈 문제를 활용해서 공부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함께 스터디를 했던 친구들의 의견이지만 코딩 시험을 보는 다른 회사들의 경우에는 ‘백준 알고리즘’으로 공부하면 좋다고 해요.”

 자기소개서, 인·적성검사 준비도 철저히!
 자기소개서는 최대한 경험을 풍부하게 활용해 작성했다. 우선은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의 모든 프로젝트 경험, 동아리나 대외활동 경험을 나열해본 뒤, 경험을 통해 배웠던 것과 어려움을 극복했던 것 등을 정리했다. 스스로 약하다고 느꼈던 인·적성검사 시험은 온라인 강의를 통해 준비했다. 사이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업의 인·적성 강의를 신청해 풀이 방법을 들으며 문제를 푸는 스킬을 늘렸다. 다만 인성에 관한 문항은 어떤 스킬이나 풀이 방법보다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성검사 시험에서는 최대한 솔직하게 답을 적었습니다. 이 시험 자체가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합격과 불합격을 판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모범 답안을 스스로 정해놓고 거기에 끼워 맞춰서 답을 작성하는 것은 체력과 지력 소모라고 생각해요. 솔직함이 최고의 무기입니다.”
 채용 일정이 마무리되면, 각 기업별로 인·적성검사 시험의 유형은 어떠했는지, 논술 주제는 무엇이었고 답변은 어떻게 했었는지, 면접에서 질의응답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복기했다. 한 번의 지원 경험을 그저 탈락이나 실패로 맺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발판으로 삼은 것.
 “면접이 끝나고 공허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가 정리를 하려고 하면 기억도 잘 나지 않고 하기 싫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면접장에서 나오자마자 집에 가는 길에 휴대전화에 면접 내용을 상세히 정리해서 아쉬웠던 답변이나 자세를 스스로 피드백했어요. 추후 다른 면접에 아주 큰 도움이 됐죠.”

 스터디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
 2년여의 취업준비기간 동안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은 스터디 활동이었다. 처음에는 스터디 일정을 너무 많이 잡은 탓에 스터디를 통해 알게 된 사항을 피드백 할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후에는 피드백 할 시간을 따로 두고, 스터디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합격의 또 다른 포인트가 되었다. 서로의 답변을 첨삭해주는 스터디 방식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온라인 스터디를 통해 논술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서로 주제를 공유하고 작성한 뒤, 이를 서로 교환해 첨삭하는 방식이었죠. 다른 논술 스터디는 주제만 공유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있었던 스터디 그룹에서는 상대방의 논술을 첨삭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의 글 쓰는 방식을 보면서 장점을 배울 수 있고, 제가 준비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배울 수도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나 IT전공자로서 취약할 수 있는 경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고, 논술 스터디만 한다 하더라도 면접에서의 금융권 경제 스터디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준비가 되어서 추천하고 싶은 방식이에요.”
 면접 스터디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인·적성검사 전형을 통과하고 오프라인 스터디를 결성해 기업분석도 하고 모의면접도 했다.
 “모의면접을 보고 구성원들끼리 피드백을 해줬습니다. 타인의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제 면접 태도를 다듬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동영상을 찍어두었다가 스스로의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죠. 이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면접 스터디를 할 경우에 그냥 모여서 자기소개서를 나눠 보고 그 자리에서 모의면접을 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사실 묻고 싶은 질문은 몇 개 물어보지도 못하고 질문도 잘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자기소개를 공유해서 그에 대한 질문을 스터디원이 모두 작성해 온 후에 면접 대상자가 된 팀원에게 보내주어서 질문의 질을 높였습니다.”

 동문서답은 NO! 솔직하게 면접에 임해야
 면접 스터디를 통해 꼼꼼히 면접을 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것’이었다.
 “면접을 보러 가면 동문서답을 하는 지원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면접에서 탈락했던 경험을 떠올려 봐도 동문서답을 했던 경우였어요. 막상 면접장에 가면 자신이 준비한 것을 외우고 긴장해서 말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준비한 것에 집중하다가 질문의 의도를 놓치면 안 됩니다. 면접이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기 때문에 지원하는 입장에서는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어필하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딱 묻는 것에 대해서만 답을 해서 오히려 면접관의 흥미를 유도하고 재 질문이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면접에서는 질문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적절한 답변을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면접에 임하는 유형을 보면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동문서답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을 과대 포장하는 유형도 적지 않다.
 “한번은 면접 스터디에서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별명을 물어봤는데 어떤 지원자가 답변에 자신의 장점을 억지로 넣어서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아예 별명 자체를 새로 만들어 이상적인 신입사원의 모습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었죠. 저도 실제로 면접을 볼 때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답변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려다보니 답변이 매끄럽지 못했고 면접관들의 반응도 별로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후에는 정말 제가 느낀 것이나 실제로 했던 것, 그리고 제 모습 그대로를 예의 있게 보여주는 전략을 사용해 면접관의 관심을 유도했습니다.”
 실제로 지금 회사에 입사하는 데 이 전략을 사용했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꾸준한 노력과 정확한 분석이 드디어 빛을 발했던 것이다.
 “면접에서 ‘남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질문에는‘경험을 미화하지 말라’는 단서가 붙었죠. 당시 6명의 지원자가 함께 면접을 보고 있었는데, 저는 마지막으로 답변을 했습니다. 다른 5명의 지원자는 모두 ‘상처는 주었지만 그 경험을 계기로 친구와 더 돈독해졌다’는 식의 내용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어요. 저는 ‘상대에게 상처를 줘서 그 상대가 울어버렸다’고만 이야기하고 답변을 끝맺었습니다. 그러니 그에 대해 여러 질문들이 저에게 집중되었습니다. 그러한 질의응답이 오고가며 저도 점차 긴장을 풀고 면접에 임할 수 있었죠.”

 그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을 취업준비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렇게 제 정보를 나름 오픈하고 인터뷰에 응하게 된 이유는 모든 IT 취업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IT 취업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jyw11111@naver.com으로 메일이나 쪽지 주세요, 사소한 것이라도 답변드리겠습니다. 모두 파이팅!"

글|허지은 기자 je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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