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경험이 저에겐 스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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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경험이 저에겐 스펙입니다!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04.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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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 디스플레이 생산 기업 B사 공정장비팀

 세종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김기림 씨는 ‘노드소대장’으로 복무했던 경험을 살려 취업에 성공했다. 장교로 작년 6월 전역한 후 곧바로 하반기 공채에 응시해 12월에 최종 합격통지를 받았으니, 전역 후 취업을 준비한 기간은 6개월도 채 안 된 셈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애로사항을 떠올려보면 그의 합격 노하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디스플레이 생산기업의 공정장비팀에서 근무하고있는 김기림 씨를 만나 본다.

 군 경험은 진로 선택의 밑거름
 지금은 공정장비팀에서 일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기계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느끼던 기계치였다. 어릴 때부터 새로운 장비와 조작법을 익히는 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실습과 실험을 하며 처음보는 장비들을 다루게 됐고, 군에서 ‘노드소대장’으로 복무하며 육군에서 다루는 대다수의 통신 장비에 대한 조작법을 익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점차 기계와 친숙해질 수 있었다.
 또한 세 종류의 발전기와 통신소 관련 장비들을 다룬 것은 기계 관련 업무를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지만, 기계와 장비를 조작하고 사용하는 일을 빠르게 익힐 수 있는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군에서 2년간 통신 장비를 이용한 훈련을 받고, 장비를 유지보수하거나 수입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비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을 감축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늘 애썼죠. 그런 생각으로 통신소를 관리하니 기계치였던 제가 누구보다 장비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기계 장비를 다루는 것에 자신감도 생겼어요.”
 그렇게 군 복무를 이어나가던 그는 전역을 몇 달 앞두고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장래에 대한 고민이었다.
 “나중에 어떤 회사에 들어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자주 고민에 빠지게 됐어요. 학교를 다니며 통신 수업과 반도체 수업을 들었는데 모두 제가 하고 싶은 일과 관련이 있었어요. 디스플레이 수업도 재미있게 들었죠. 학군후보생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제 때 졸업을 하는 게 쉽지 않았고 전공 공부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배우는 내용에 흥미를 느끼다보니 더욱 열심히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제 전공이 군 생활과도 연결이 됐고요. 그래서 이 두 가지의 경험을 조합해보고 반도체나 통신, 디스플레이 쪽으로 최종적인 진로를 결정하게 된 겁니다.”

 군에서 익힌 실무, 차별화된 스펙이 되다
 그의 최대 장점은 군 생활을 하며 겪었던 다양한 경험이었다. 통신학교에서 3달을 보내고 기계화보병사단으로 배치를 받아 쌍방훈련에 대대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5월에도 눈이 내리는 1,400m의 고지에서, 그것도 한참 추운 11월에서 1월까지 통신소를 관리했다. 군단 지휘소의 기동훈련에 통신지원을 나갔던 일, 통신단장을 비롯한 300여 명의 간부와 병사 앞에서 통신 훈련 개선방안에대한 전투교육 시범을 보였던 일도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의 자신을 만든 값진 경험이었다.
 “통신 장비와 통신소를 관리하는 일은 정말 큰 경험이었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죠. 저는 1만 시간까지는 아니었지만 소대원들을 교육하려면 능력 면에서 그들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노력했어요. 개인 시간을 거의 못 가졌죠. 소위 때는 야근도 많이 했고, 연병장에서 소대원들과 함께 연습했습니다.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하급자인 소대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공유할 수 있었고 고민했던 시간적 효율성의 문제에 대한 방안을 도출할 수 있었어요.”
 통신소를 관리하다보니 기상환경, 장비환경, 소대원들의 애로사항, 근접부대와의 관계 등 복합적인 요인들도 알아야 했다. 많은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하루를 계획하는 방법도 체득했다. 중위 때부터는 당직사령에 투입되면서 대대의 전반적인 업무를 익히기 위해 대대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각종 문서를 보며 공부했고, 우발적인 상황을 겪으며 위기대처능력도 기르게 됐다.
 “당직사령의 업무 중 하나가 아침회의 발표를 주관하는 일입니다. 상급자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일이라 긴장됐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게 됐고 준비성도 갖출 수 있었죠. 규모가 큰 훈련에 참여하면서 브리핑을 정말 많이 했는데, 실제 회사에서 비슷한 상황이 많잖아요. 저는 군에서 실무에 필요한 경험을 미리 했던 겁니다.”

 특유의 친화력과 기업 맞춤 자소서가 합격 비법
 훈련에 이어 일을 잘 하기 위해 자처했던 야근, 그리고 여러 돌발 상황들까지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라 피곤한 몸이었지만 그래도 매일 두 시간씩 정보처리기사 필기시험을 공부했다. 파견지에서 토익을 독학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제가 소지한 스펙은 토익 785점, 토스 130점, 정보처리기사자격증, 모스마스터, 한자자격증, 그리고 운전면허증이 전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스펙은 취업의 기본이라고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제 소대원으로 명문대의 고스펙을 가진 머리 좋은 친구가 들어왔는데 만약 이 친구가 저와 말이 통하지 않았다면 업무를 할 때 불편한 점이 많을 거 같습니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영어 실력이라든지 필요한 스펙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제가 생각한 합격 비법은 누구와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친화력입니다.”
 남들보다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았던 만큼, 전역 후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고 군 생활 동안 모은 650만 원으로 생활했다. 오로지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면접에서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헬스도 매일 두 시간씩 다녔다. 7~8월은 영어를, 8~12월은 본격적인 입사 지원과 채용 전형을 준비하는 데 몰두했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이 회사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에 가장 먼저 회사의 인재상과 연혁, CEO의 인사말을 몇 번이나 읽었습니다. 그리고 회사 정보를 알아보거나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뉴스와 사보를 정독했어요. 그런 다음 예전에 써둔 자기소개서를 그 회사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저라는 사람이 바뀌지 않으니 내용은 비슷할지라도 회사의 입장에 맞게 정리했던 거죠.”
 군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군대 경험을 쓰지 말라고 했던 기업에도 소신 있게 군 경험을 활용해 합격하기도 했다.
 “‘어떤 일을 추진하는 데 어려웠던 점과 결과에 대해 중점적으로 기술하라’,‘ 본인의 성장과정을 기술하라’, ‘우리 회사의 가치 중 자신과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선택하고 이와 관한 본인의 경험을 서술하라’는 문항은 질문이 다르지만 핵심 내용은 모두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이 문항 모두에 군대에서 지휘자로 일했던 통신소에서의 경험과 당시 느꼈던 점을 작성했습니다. 군 내용을 쓰지 말라는 기업도 있었는데, 제 결단력을 보여줄 수 있고 가장 저를 잘 어필해줄 수 있는 경험은 소대장 때의 경험이라고 생각해 관련 내용을 적었는데 합격했어요.”
 그는 서류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것과 이 서류를 보는 사람이 인사담당자라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궁금해서 현재 들어온 회사에 서류전형을 어떻게 심사하는지 인사팀 직원 분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서류는 모두 인사담당부서에서 검토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전공과 관련된 전문 용어를 많이 쓴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프로젝트를 해봤다고 자랑해도 의미가 없을 수 있어요. 제 말이 틀릴 수도 있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이 회사에서 잘 쓰일 수 있는 인재인지 어필하면 되는 것이 서류전형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렇게 해서 하반기에 현대, LG, 삼성, SK, KT, 코오롱 등의 대기업 서류전형은 모두 통과했습니다.”

 장교 경험을 십분 활용한 입사 전략
 인·적성 시험은 장교 출신으로서의 혜택을 느낄 수 있었던 전형이었다. 군대에서 봤던 각종 인성검사 덕분이었다.
 “인·적성 시험은 공부를 많이 못 했습니다. LG, 현대, 삼성의 인·적성검사 시험을 봤는데, 삼성은 5일간 준비했고 LG는 3일, 나머지는 시험 전날 공부했습니다. 수시로 부대에서 인성검사를 하기 때문에, 장교출신이라면 인·적성 단계에서 다른 사람보다 유리할 겁니다. 저는 정말 사실대로 저에 대해 일관성 있게 답을 작성했더니 삼성을 제외하고 모두 합격했습니다.”
 실무진 면접에 대비해 회사 홈페이지의 내용을 전부 읽어보고 스스로 질문지를 만들어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전공 관련 분야는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회사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공부하기도 했고, 갖고 있던 전공책도 다시 꺼내보았다.
 “1차 면접이 보통 실무진 면접인데, 전공 관련 질문이 많이 나오기는 합니다. 저는 아는 것은 열심히 대답했고 모르는 것은 솔직히 모른다고 말한 후 입사 전까지 더 공부해오겠다고 답했습니다. 제가 지원한 직무가 대부분 기계, 생산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군대에서 기존의 기계 점검방식을 바꿔서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입한 경험이나 소형 장비와 발전기 아래에 받침대를 만들어 장비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했던 일을 말씀드렸더니 면접관분들이 받아 적으시더라고요. 이 부분에서 저는 실무자들은 자신과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전공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나는 실무에서 이런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하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임원진 면접으로 이뤄지는 2차 면접에서는 말 실수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바로 대답하다가 실수를 하는 것보다는, 질문을 듣고 3초 정도 머릿속으로 답변을 정리한 뒤에 대답하여 실수를 줄이는 것이 낫고, 이런 태도가 신뢰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그는 ‘자신감’을 꼽았다.
 “면접에서 첫인상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떤 면접이든 1분정도 자기소개 시간이 주어지는데, 보통 당당한 태도로 말하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면접관의 숫자에 관계없이 떨지 않고 이야기했는데, 그래서인지 제가 자기소개를 할 때 면접관분들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주셨어요.”
 그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전역예정간부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군대에 있으면서 자격증에 목숨 거는 사람들을 종종 봤습니다. 자격증에 매달리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군 생활의 기본에 충실하다보면 그것이 자산이 되어 결국은 취업에서도 자신만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밤에도 나태하게 생활하지 말고, 생산적인 일을 하며 시간을 쓴다면 훨씬 알찬 군 생활을 보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취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길고 힘든 혼자만의 싸움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많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더라도 묵묵히 일어나는 군인 정신이 필요합니다. 전역 후 취업은 어찌 보면 인생의 제 2의 전성기이기도 합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실패를 딛고 일어난다면, 실패는 더 이상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어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선배들과 동기들에게도 손을 뻗어보세요. 다들 전후방에서 고생이 많습니다. 충성!”

글|허지은 기자 je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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