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 부실한 활동, 갑질… 이쯤 되면 '청춘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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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페이, 부실한 활동, 갑질… 이쯤 되면 '청춘농단'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05.02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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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 A to Z : 대외활동 피해사례

의욕을 갖고 시작했던 일인데 실망스러운 결과가 돌아왔다면 어떤 심정일까. 그들은 다시는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며 입을 열었다. 대외활동 피해사례를 통해 주의할 점을 알아보자.

 공고와 다른 활동에 과도한 업무, 갑질, 폭언까지
 취업을 준비하며 인턴 경력을 쌓고 싶었던 J씨는 모 대기업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을 통해 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다. 면접을 보고 인턴으로 입사하니, 전에 알던 것과 실제로 마주한 업무환경은 너무나 달랐다. 우선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직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도 제대로 없고, 그저 책상과 의자만 덩그러니 J씨를 맞이했다.
 “노트북을 빌려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나마도 마지막으로 일하던 한 달 동안은 노트북이 망가져 PC방에 가서 일을 해야 했죠. 대표가 노트북을 고치거나 새로 사오지도 않았거든요. 심지어 회사 홈페이지에 있던 직원들은 그저 창업 초기에 도움을 줬던 사람들일 뿐, 지금은 회사와 어떠한 관계도 없었습니다. 세 달동안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어요.”
 정직원이 없는데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었던 것일까.
 “인턴이 정직원처럼 일해야 했어요. 일을 가르쳐주는 사수도 없었고요. 처음 보는 프로젝트,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도 모르는 프로젝트, 인수인계를 해 줄 사람도 없는 프로젝트를 갓 입사한 인턴들이 다 떠맡아 해결했습니다.”
 그래도 맡은 일이니 최선을 다했다. 원래는 경영지원과 전략기획, 인사총무 업무를 주로 맡기로 했지만 외부로 나가 발표와 영업을 하는 일도 있었다. 사업 진행과 기획안 작성, 회사 홍보를 위한 언론사 및 온라인 채널 확보, 홍보전략 구상과 실행, 용역입찰업무…. 나열하기만 해도 많은 일을 모두 J씨가 감당했다. 회사 전반에 대한 진행과 책임을 떠맡은 셈이다.
 “모든 일은 저와 다른 인턴들이 진행하고, 대표는 지원금 확보나 입상이 가능한 발표만 갔습니다. 외부로 나가 교육을 받거나 대표들, 관계자들을 만나는 자리에는 2명의 직원을 대동해 명함을 건네거나 짐을 드는 잔심부름을 시켰어요. 대표님이 외근하다가 오후가 지나면 자신의 개인 짐을 직원에게 들려 회사에 갖다 놓으라고 하고 자신은 다른 일을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또 스타트업이다보니 박람회나 모임, 강연에 참석할 일이 많았는데 그런 날은 대표님이 새벽부터 머리, 화장하고 옷 빌리느라 늦게 옵니다. 직원들은 8시 반부터 와서 준비하는데, 대표님은 11시 반에 왔어요.”
 현재 해당 업체를 검색하면 꽤나 잘 꾸며진 홈페이지와 공식 SNS도 볼 수 있다. 업체가 진행한 다양한 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올라와 있었다.
 “그 기사들 중 곧 판매될 것이라는 기획 상품은 현재 진행되고 있지도 않은 사업입니다. 기사 속 사업은 이미 예전에 창업지원금, 여성기업 인증 등을 받기 위해 진행했던 아이템입니다. 그걸 진행도 하지 않고 그로 인한 매출도 없는 상황에서 그 때 그 자료를 이번에는 언론매체를 활용해 더 화려하게 꾸민 것뿐이에요.”
 정규직 전환이 전제된 인턴이었지만 돌아온 것은 상처뿐이었다.
 “대표가 뻔뻔하게 회사를 포장하는 데만 열중하는 모습을 참을 수 없어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이런 제 생각을 대표도 이미 알고 있었죠. 어느 날은 저를 자신의 집 근처로 부르더니 두 시간동안 저보고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라더군요. 제 역량은 앞으로의 사업에 도움이 안 된다고요. 향후에도 다른 기업에서 일하기 힘들 거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자신이 정규직 전환을 안 시킨 것이 아니라 제가 이 업계에서 적합한 인재가 아니어야 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회사 일로 인해 지출한 제 사비에 대한 입금이 아직도 안 되고 있어요. 영수증을 제출하면 월급에 포함시켜 돌려주는 방식이었는데, 저 말고도 다른 직원들 역시 돌려받지 못한 돈이 있습니다.”
 
 실망스러운 활동내용, 약속된 혜택도 지켜졌는지 의문
 올해 초 취업에 성공한 L씨는 취업 전에 했었던 여러 대외활동 중 내용이 부실했던 활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명 은행의 대학생 홍보대사를 했는데, 우리에게 철저히 '다나까' 말투를 쓰게 했어요. 몇 명을 선발해 인턴으로 전환해준다고도 했는데, 우리 기수에서는 한 명도 없었고요.”
 한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을 했을 때에는 야근과 박봉에 시달려야 했다.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에도 과도한 업무가 L씨를 괴롭혔다.
 “생각과 이미지가 많이 달랐습니다. 큰 회사에다가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라 겉은 화려했지만 실제로는 하락세라 공채 선발도 없었고 직원 수도 절반으로 줄었어요. 그래서였는지 인턴에게 야근을 시키고 월급도 너무 적었습니다. 스타트업 인턴으로 일했을 때에는 마케팅 담당이었음에도 회사의 모든 일을 다 해야 했어요. 제안서도 제가 썼죠. 아무리 인턴이라지만 반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모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아르바이트 임금체불, 대표는 잠수
 올 초, 대학생인 K씨는 용돈도 벌고 경험도 쌓을 겸 봉사단체에서 진행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실종 아동을 찾아주는 단체인데, 그에 필요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었다.
 “제가 하는 일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기업에 공문을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실종아동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자를 제작하는데, 그에 필요한 비용을 후원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이었죠. 이것을 전달했다는 확인서를 받아와야 했고요. 또 하나는 사람들에게 보험에 관한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고 받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광고지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보험회사에서 받고 있으니, 대신 보험회사의 설문지를 대행해주고 있다는 명분이었죠. 아무래도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고 업무 내용이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어서 8일 만에 그만 뒀어요.”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좋은 일을 한다는 마음에 보험 영업에 가까운 일을 하면서도 별 말을 안 했지만, 막상 일을 그만두자 일한 시간에 대한 임금을 주지 않았던 것.
 “저와 같이 일했던 친구도 돈을 받지 못했어요. 그만둔다고하니 폭언을 하며 돈을 못 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연락도 안 되고, 대표가 잠수를 탔어요.”
 현재 해당 업체를 검색하면 여전히 포털 사이트에 아르바이트와 정직원을 구하는 채용 공고가 올라오고 있다. 임금체불이 이뤄진 지 한 달이 넘어가던 날에도 13시간 전 올라온 이 업체의 채용공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취업 커뮤니티에 업체 이름을 검색해본 결과 ‘사실상 보험영업을 시키는 곳이니 가지 말라’는 댓글도 확인이 가능했다.
 "밀린 임금이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너무 괘씸했어요. 그래서 노동청에 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청 근로감독관의 연락도 안 받고,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고 해요. 저와 친구말고도 다른 피해자가 추가로 있다는 것도 최근 알게 됐습니다."

글┃허지은 기자 je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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