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해 만든 사탕이 창업 아이템이 되었죠!
상태바
아이들을 위해 만든 사탕이 창업 아이템이 되었죠!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06.23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미선 땡스롤리 대표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언제나 고마운 마음으로 사탕을 건네고 싶어 가게 이름을 ‘땡스롤리(THANKS LOLLIES)’로 지었다는 홍미선 대표. 현재 세 아이의 엄마이자 사탕 가게 사장인 그녀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에서 진행한‘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을 통해 땡스롤리를 오픈하였다. 서울 정릉 전통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땡스롤리는 창업한 지 1년이 채 안 되었지만 빠른 입소문을 탄 탓인지 이미 해외 유명 향수 브랜드와 카카오 메이커스(모바일 주문생산 플랫폼)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달콤한 사탕을 만드는 홍미선 대표의 ‘달콤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홍미션 땡스롤리 대표/홍미선 씨 제공

홍미선 대표가 수많은 창업 아이템 중에서도 ‘사탕’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자신의 아이들 때문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치아가 약했던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사탕이없자 그녀는 직접 재료를 구매해 집에서 사탕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사탕을 안 줄 수는 없어요. 사람이 많은 곳이나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사탕 하나 물려주면 편안히 갈 수 있거든요(웃음). 물론 안 주면 좋겠지만 이렇게 사탕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에 사탕을 늘 준비했죠. 그런데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치아가 좋지 않아 사탕을 가끔씩만 줘도 이가 금방 상하더라고요. 그리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사탕에 대해 제가 안심할 수 없었어요. 사탕이 필요하기는 한데 마음 놓고 먹일 수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재료를 사다가 사탕을 만들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는 그녀는 그래도 사탕은 일주일에 한 번만 요일을 정해놓고 준다고 한다. 그녀의 창업 아이템인 사탕은 창업을 위해 취사 선택한 아이템이 아니라 집에서 아이들과 같이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템이 된 케이스다.
아이들이 엄마가 직접 만들어 주는 사탕을 좋아하자 다른 이들의 반응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홍 대표는 무작정 대학로에 나가 자신이 만든 사탕을 팔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대학로 노점에서 사탕을 판매했어요. 말 그대로 허가 받지 않은 곳에서 테이블 하나 놓고 사탕을 팔았죠. 그런데 허가받지 않은 곳이라 언제 단속이 뜰지 몰라 늘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미리 대학로에 나가 제가 장사할 곳과 가까운 곳에서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를 유심히 지켜봤어요(하하). 그분이 안정적으로 장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판매하기 시작했죠.”

그녀가 20대의 거리라 불리는 대학로를 선택한 건 젊은이들에게 사탕이 인기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대학로에 젊은이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40~50대 중년 어머님들이 사탕을 무척 좋아하셨어요. 그 중에서도 꽃사탕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마도 금방 시들어버리는 꽃과 달리 오래 두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사탕 사가는 어머님들의 소녀 같은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웃음).”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탕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무런 정보없이 사탕을 만들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도움을 얻고자 손수 사탕을 만드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사탕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인을 찾지 못했다. 홍 대표는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사탕 레시피를 스스로 공부했다. 그리고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 땡스롤리의 대표 상품인 레고사탕과 별사탕, 그리고 캐러멜의 레시피를 완성하였다.
“땡스롤리에서 판매하는 사탕은 자일로스 설탕과 바닐라빈(맛 내기용)을주로 사용하여 만들고 있어요. 시중에 알록달록한 사탕들이 많잖아요. 그런 사탕들은 많은 양의 색소가 첨가되어 있어요. 물론 저도 색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레고사탕 100개에 들어가는 색소(식약청에서 허가받은 색소)는 마카롱 1개에 들어가는 천연색소보다도 더 적은 양이 들어갑니다. 이쑤시개로 찍어 넣는 정도의 양으로만 색소를 사용하고 있죠.”

플리마켓은 창업의 시작과도 같아
그녀는 다양한 플리마켓과 대학로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창업이라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게 도전하지는 못했다.
“플리마켓에 나가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용기를 얻은 곳은 바로 아이들이었죠. 엄마들이 흔히 자녀들에게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하잖아요. 저희 어머니도 제게 ‘엄마는 못했지만 넌 할 수 있어’라는 말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저는그 말이 잔인하게 느껴졌어요.‘ 엄마가 못했던 걸 왜 나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걸까’라고요. 그래서 제 아이들에게는 강요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 말을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만약에 이 말을 할 거라면 ‘우선 나부터 아이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직장을 그만 두고 세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느 덧 서른이 넘어버렸다는 홍 대표는 자신이 만든 사탕을 가지고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이전 직장이 여행사였기에 누군가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그녀에게는 다소 어색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남들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전 직장에서 일했던 것보다 더 열심히 더 열정적으로 사탕을 만들었고 판매했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창업한 지 2개월이 조금 넘었을 때 해외 유명 향수 브랜드에서 연락이 왔다. 자신들의 향수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땡스롤리의 사탕을 함께 드리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카카오 메이커스(모바일 주문생산 플랫폼)에서도 자신들의 유통 경로를 통해 땡스롤리의 상품을 판매해 보라는 연락이 왔다.
“우리 가게가 7평 정도 돼요. 정말 작죠(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은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오픈 시기가 좋아서인지 주문이 많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감사하고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그런데 주문량이 밀리다보니 저녁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어떤 날은 아이들 얼굴도 보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때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창업을 할 때 돈이 목표는 아니었거든요. 물론 배부른 소리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지금 하는 것처럼 너희들도 충분히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자리 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정부에서부터 창업 생태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있어왔다. 정부는 청년이 좀 더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을 통해 땡스롤리를 열게된 홍 대표는 건강한 창업 생태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나타냈다.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 중 창업 지원을 받기 위해 아이템을 고르시는 분들이 계세요.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하니 그럼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지원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반면 자신이 파스타를 좋아해서 파스타 가게에서 일도 해보고 파스타 공부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오랫동안 창업 아이템 공부를 하시고 창업을 준비해 오신 분들입니다. 저는 이런 분들에게 정부의 창업지원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건강한 창업 생태계 아닐까요?”

▲ 정릉시장에 위치한 땡스롤리 가게 전경

자신만의 것을 만들고 발전시켜야 자리잡을 수 있어
시장에서 뭐 하나 잘 되면 비슷한 것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마련이다. 홍미선 대표도 가게를 열기 전 이런 부분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돼서 가게가 입소문을 타자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사탕 만드는 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레시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제가 판매하고 있는 레고사탕이 사랑받는 이유는 요즘 레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거 같아요. 레고 자체가 특별하다기보다는 레고사탕을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꽃사탕도 인터넷을 통해서 얼마든지 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땡스롤리에서 판매하는 캐러멜만큼은 다른 곳에서 손쉽게 따라 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분명 땡스롤리와 비슷한 가게가 생겨날 것입니다. 그때 제가 땡스롤리를 지켜내는 방법은 저만의 레시피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것을 따라하는 게 아닌, 저만의 것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만이 전통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창업한 지 7개월 밖에 되지 않아 창업을 준비하는 다른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거 같다고 미안해하던 그녀가 인터뷰를 마치면서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조금 전 말씀드린 대로 창업은 자신만의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의 중심을 잘 잡고 나가야 하죠. 남이 하는 것을 모방해서는 자리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개선하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낸다면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입니다.”
                                                    글·사진┃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