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가격 1/10로 낮춘 젊은 창업가의 남다른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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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가격 1/10로 낮춘 젊은 창업가의 남다른 철학!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07.25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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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근 올리브 유니온 대표
▲ 송명근 올리브 유니온 대표

 지난해 12월 초 해외 유명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에 올라온 보청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올리브’보청기. 이를 선보인 올리브 유니온(Olive Union)의 송명근 대표는 기존 100만 원대였던 보청기를 10만 원대에 출시할 예정이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리브 유니온은 기존 보청기가 지닌 가격문제 해결과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난해 7월 송대표가 설립한 웨어러블 스타트업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디자인을 공부했던 송명근 대표가 창업 아이템으로 보청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려서부터 과학과 수학을 좋아했던 송 대표는 외고에 진학했다. 학교 특성상 공대를 가야했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디자인학교 사디(SADI)에 입학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시절 그를 살뜰히 챙겨주던 친척이 난청 때문에 보청기를 맞춰야했고, 그는 보청기를 맞추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뉴욕에 있을 때 저를 보살펴 주시던 친척분이 계셨어요. 난청이 있으셔서 보청기가 필요하셨죠. 한 달 정도 시간을 내어 보청기를 맞추셨는데 하루 끼고 다음 날부터는 끼지 않으시는 거예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죠. 보통 200만 원정도 되는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면 큰 문제없이 1~2년은 거뜬히 사용하잖아요. 그리고 보청기는 크기도 작을 뿐더러 엄청난 기술이 요구되는 기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왜 이렇게 보청기가 비싼가 궁금해 미국 보청기 시장을 조사 해봤더니, 보청기 내에 들어있는 부품의 독점 판매와 유통에 거품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시장도 알아보았더니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0만 원대 보청기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
 국내 보청기 판매처에 가면 100만 원대에서부터 600만 원대까지 다양한 보청기가 있다. 보청기가 이렇게 비싼 이유는 보청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아직 국내에서 생산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보청기 회사들은 부품을 들여오는 곳에 라이센스비를 내야 해요. 이 과정에서 보청기 가격이 올라가게 되죠. 그리고 보청기 회사에서 영업할 때 보청기 채널수가 많으면 더 잘 들린다고 말을 합니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10년 이상 보청기를 사용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채널수는 8~16이면 충분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채널은 보청기로 들어오는 소리를 구간으로 나누어 작은 소리는 좀 더 잘 들리게, 큰 소리는 너무 크지 않게 조절할 수 있도록 나눈 것입니다. 채널수가 세분화 될수록 잡음이 줄어들어 사용자가 깨끗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채널수를 늘리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보청기 시장을 파악한 그는 부품을 수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보청기를 판매하면 사람들이 기존 보청기 가격보다 저렴하게 보청기를 구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내놓은 의료기기 품목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청각장애인 보청기 사용률은 지난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이 청력이 나쁨에도 불구하고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라이센스비와 특허료 등으로 보청기 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점을 탈피하고자 했다.
“저는 스마트폰과 보청기를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독자적으로 사운드 알고리즘을 짰기 때문에 외부로 나가는 특허비용이 없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었죠. 뿐만 아니라 청력검사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자체적으로 개발하였어요. 이는 청력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아야 하는 수고와 적지 않은 검사 비용까지 줄이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올리브 유니온의 보청기 작동 원리는 보청기를 귀에 꽂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작동한 뒤 청력테스트를 한다. 그리고 보청기 주파수를 사용자 테스트 결과에 맞추면 된다.

디자인 본질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은 올리브 유니온의 슬로건이다. 오랫동안 디자인을 공부해온 그였기에 디자인이 들어가는 슬로건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그는 디자인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이라는 학문이 본질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디자인도 자본주의와 맞물려 특정 계층만이 누리는 시대가 된 거 같아요. 저는 대중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외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탐스(TOMS)슈즈의 경우,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매하면 한 켤레의 신발이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디자인이 가지는 힘이라고 생각하죠.”
 올리브 유니온은 지난해 9월 IBK기업은행 소셜벤처 성장지원 사업 시상식에서 사업성을 인정받아 2천만 원의 사업개발비를 지원받았다. 그리고 한 달 뒤 ‘2016 KDB 스타트업 프로그램’에서는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전부터 정부는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으나, 그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보다는 창업하는 본인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부해 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와 관련하여 정부 창업지원에 대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창업을 지원하는 정부 기관의 힘이 지금보다 더 작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담 스미스의 시장 논리처럼, 창업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짜인 창업 커리큘럼을 듣는다고 해서 창업할 준비가 다 된 건 아닌 거 같아요. 물론 지식재산권, 노무관리 등의 수업을 들으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지식재산권에 대한 공부를 할 때 본인 스스로가 왜 필요한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확고한 목표만 있다면 반드시 성공
 국내의 보청기 보급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보청기에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안경 쓰면 놀림을 받았어요. 그러다 드라마에 배우가 안경을 쓰고 나오자 그게 하나의 패션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알 없는 안경을 패션 안경이라 부르면서 일부러 착용하잖아요. 이런 인식의 변화가 제 세대에 일어났어요. 이런 변화가 보청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보청기를 보청기답지 않게 디자인하여 보청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올리브 유니온의 목표입니다.”
 올리브 유니온의 제품은 올 하반기에 만나볼 수 있다. 출시를 앞두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하루빨리 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동안 비싼 보청기 가격 때문에 보청기를 사용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보청기를 보급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덧붙여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전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창업 아이템마다 접근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스스로 부딪쳐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 가지씩 달성하다 보면 어느 순간 창업이 완성될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창업 준비기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또한 창업이 처음이었기에 지금까지 오는데 많이 헤맸습니다. 하지만 확고한 목표만 있다면 목표 지점에 닿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시간은 다소 걸리겠죠. 하지만 우리 모두는 지금을 처음 살아보고, 처음 도전하는 것이기에 길을 잃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창업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사진 제공┃올리브 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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