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경험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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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험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죠!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07.26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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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국제회의통역사
▲ 최현진 통역사(패션비즈 제공)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연합뉴스TV는 미국 대선후보 토론을 생중계했다. 이때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선 후보자들의 동시통역을 맡은 이가 바로 최현진 국제회의통역사다. 그는 캐나다에서 중·고교를 보냈고, 한양대에서 영미언어 문화를 전공했다. 이후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국제회의통역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프리랜서 통역사 8년 차인 베테랑이다. 그리고 7월에는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 등을 담은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당시 독일에서 열일하고 있던 그는,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구직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 같다며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8년 차로 접어든 프리랜서 통역사 최현진입니다. 통역번역대학원(이하 통대) 졸업 후 국토교통부에서 영어 자문관, 생명보험협회에서 ‘인하우스(in-house, 관공서 또는 기업 소속)’통역사로 근무 했습니다.흔히 동시통역사로 알고 계시지만, 동시통역사의 공식 명칭은 ‘국제회의통역사’입니다. 동시통역은 국제회의 통역사가 하는 통역의 한 종류입니다. 주로 국내외 정부 고위인사직의 순차통역을 하거나 국제회의에서 동시통역을 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국제회의통역사’가 되셨는지요?
캐나다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언어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 지도교수님께 영어로 최고가 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물었고, 교수님께서 통대를 소개해 주셨죠. 당시 통대 입학 경쟁률은 지금보다 높았으며, 졸업은 입학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직일 거라는 생각에 통대만을 준비했어요. 그리고 실력만 우수하다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대기업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뿐만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면 결혼과 출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웃음). 프리랜서 시장은 생각보다 치열했고, 회의는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어려웠어요. 회의 내용을 익히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고요. ‘직장을 다닐 때보다는 개인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도 역시 오산이었죠(하하). 하지만 통역사의 길을 선택한 걸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 지난 6월 1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개최된 OECD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에서 대한민국 대표단 통역을 맡은 최현진 씨가 통역을 진행한 부스 내부/최현진 씨 제공

Q. 통역은 동시통역, 순차통역, 수행통역으로 나뉜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제회의통역사가 주로 하는 통역은 동시통역과 순차통역입니다. 동시통역은 통역사가 통역부스 안에서 통역하는 걸 말합니다. 부스 안에 설치된 통역 장비(마이크, 헤드폰)를 통해 통역사가 소리를 듣고 통역하면, 회의 참가자들이 리시버를 통해 통역내용을 듣게 됩니다. 보통 대규모 국제회의, 패널토론 혹은 시간을 절약해야 할 때 동시통역이 이루어집니다. 순차통역은 연사와 통역사가 순차적으로 발언하는 것입니다. 연사가 몇 문장 이야기하면 그 내용을 통역사가 노트테이킹(통역 필기방법)하고, 연사의 발언이 끝나면 바로 통역하는 것입니다. VIP, 양자 면담, 법정 통역 등 전달되는 내용이 정확하게 확인되어야 하는 자리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이 외에 수행통역과 위스퍼링통역 등이 있습니다. 국제회의통역사인 경우 수행통역에서 VIP를 주로 모십니다. 위스퍼링통역은 동시통역이 필요한 사람이 소수일 때 옆에서 속삭이듯 통역하는 것입니다. 연사와 같은 공간에서 내용을 듣고 바로 통역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Q. 다른 전문 분야와 달리 주요 국가의 정치, 사회, 금융, 문화에 항상 귀 기울여야 할 거 같습니다.
사실 배움을 좋아한다고 해도 매일같이 공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취미로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닌, 수십년 연구해온 전문가가 쏟아내는 내용을 동시에 통역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공부해야 하죠. 그래서 끈기가 필요한 직업입니다. 그리고 일이 몰릴 때는 밤을 지새우는 일이 많아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랫동안 통역 일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Q. 최근 자동 번역 서비스 중에서는 단순 자동 번역이 아닌, 한 나라의 문화가 녹아있는 단어까지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번역 능력이 속도를 내고있습니다. 언젠가는 인공지능의 번역으로 통역사의 직업도 사라질까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은 현재 어딜 가나 화제인 거 같습니다(웃음). 인간은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기 위해 이전부터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점점 글로벌화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 기술이 발달하면서 언어분야에도 많은 발전이 있어왔죠.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해 대체될 직업 순위에 통역사는 하위권에 있습니다. 통번역은 단순한 단어 대 단어의 차환(差換)이 아닌, 억양, 상황, 맥락 등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계가 인간 통번역사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을 대체하거나 혹은 통역사라는 직업을 사라지게 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직업과 영역이 탄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Q. 통역사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언어와 통역 실력은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체력, 지구력, 끈기가 뒷받침되어야 하고요. 모국어인 한국어를 동시에 말하기도 결코 쉽지 않은데,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과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일입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가끔 찾아올 만큼 쉽지 않은 직업이죠. 그래서 언어와 통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이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성과 인품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동시통역은 2인 1조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함께 일하기 어렵습니다. 서로를 믿고 존중해야 하며, 자신이 맡은 부분에는 책임질 줄 알아야 하죠. 또한 매일 긴장 상태에서 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긴장 해소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연습을 통해 해소할 수밖에 없죠. 덧붙여 기밀 사항을 다루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윤리 의식도 갖춰야 합니다.

Q. 통역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2년 전부터 ‘국제회의통역’을 주제로 인스타그램 계정(아이디_crystalchoi_)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통역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소망으로 시작하였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이 봐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큰 힘을 받고 있죠.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취업으로 인해 고민이 많으신 분도 계시고, 취업하고 나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젊은 나이인 만큼 기회의 길이 많이 열려있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요즘은 한 직장에만 머무는 사람이 많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여러 경험을 쌓아 다른 분야에 접목해 계속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당장 몇 년 만을 내다보지 말고, 수십 년을 내다보십시오. 직업을 갖게 되면 하루 1/3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일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그 일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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