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신직업①] “영화프로그래머, 영화제ㆍ극장 사라지지 않는 한 존속할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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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신직업①] “영화프로그래머, 영화제ㆍ극장 사라지지 않는 한 존속할 직업”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08.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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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수원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영화프로그래머

“프로그래머라고 하면 아직도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꼭 영화제프로그래머라고 말씀드려요(웃음).” 11년째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영화부문을 맡고 있는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아직도 일반인들이 영화프로그래머에 익숙하지 않다고 말한다. 10년 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행한「2007 신생 및 이색직업」에 소개되었지만 여전히 신생 직업으로 다가온다.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발달해 멀티플렉스 상영관도 생겨났는데 영화계 직업 인식 속도는 조금 느린 듯하다. 이수원 씨에게 영화프로그래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들어본다.

▲ 이수원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영화프로그래머

그녀는 국내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파리3대학(소르본누벨대학교)에서 영화학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는 영화 탄생국가이기도 하지만 영화 철학이 남다릅니다. 하지만 프랑스 못지않게 미국도 영화 이론을 가르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파리에서 유학할 때가 1990년대 중·후반이었는데, 이 시기 칸에서 한국영화 붐이 일어났습니다. 때문에 한국영화 감독과 배우분들이 파리에 많이 오셨죠. 그때 유학생으로서 통역에 도움을 드렸습니다. 이게 인연이 되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1996년 부산 남포동 일대에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렸다. 지금은 전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영화제지만, 16회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은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열릴 만큼 환경이 열악했다. 제12회 때부터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해 온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여전히 ‘영화프로그래머’를 생소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국내에서는 10여 년 전 프로그래머라는 용어가 처음 생긴 걸로 알고 있어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한다면 영화프로그래머는 영화를 프로그래밍하는 직업이에요. 쉽게 말해 영화를 선정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도에 저는 선정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어요.”

그녀에게 영화프로그래머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현재 저는 동유럽을 제외한 유럽과 아프리카의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제에만 프로그래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광화문 씨네큐브나 아트하우스 등에도 국내 영화프로그래머가 있습니다. 우선 영화제 특성상 연간 계획이 세워져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 맞춰 각 분야의 프로그래머(부산국제영화제 선정위원회는 수석프로그래머, 한국프로그래머, 와이드앵글프로그래머, 아시아프로그래머, 월드프로그래머)들이 영화를 선정하기 위해 자신들이 맡고 있는 국가로 떠나 최신 영화들을 봅니다. 하루 종일 영화를 보죠(웃음). 그리고 영화제가 열리면 초청된 게스트(감독, 배우)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도록 사회자 역할을 맡습니다.”

준공무원 못지않은 근무환경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인의 영화 축제가 된 것은 다채롭고 의미 있는 영화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일하는 스텝, 직원 모두가 즐겁게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직원들의 대우나 처우도 부산공무원에 준하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지난 7~8년동안 많이 노력해왔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볼 때 근무환경이나 노동조건들이 많이 개선되었죠. 영화제 첫 발걸음이 문화 운동처럼 시작됐다면 지금은 공무원에 준하는 근무환경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스폰서는 지자체입니다. 지자체 내에서도 감사하기 때문에 공무원의 근무환경을 참조하여 개선해 왔습니다. 현재 부산에 부산국제영화제 메인 사무실이 있고, 서울에 서브 사무실이 있습니다.”

영화제가 임박할수록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부서별로 상이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도 영화제가 열리기 전 단기스텝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영화산업에는 다양한 직무가 있다. 그 중에서 영화프로그래머는 유독 탐나는 직종일 수 있다. 그에게 영화프로그래머 전망과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을 물었다.
“전반적으로 인력 수요가 많이 일어나는 직업은 아닙니다. 수요가 늘어나는 직업은 아니지만 꾸준히 일정량의 인력이 요청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든 사람뿐만 아니라 제 세대까지도 프로그래머가 너무 하고 싶어서 프로그래머가 되신 분들은 아니었을 겁니다. 영화가 단순히 너무 좋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 영화프로그래머도 전문가 시대입니다. 영화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면 일단 영화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다양한 영화를 아주 많이 봐야합니다. 뿐만 아니라 굵직한 국제영화제에 소개되는 감독들에 대한 사전지식도 있어야 합니다. 이들이 왜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죠. 덧붙여 영어는 기본적으로 상대방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리젠테이션 <(신) 남과 여> 기자회견장에서 이수원프로그래머(왼쪽)[사진=부산국제영화제]

오는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일 영화를 위해 그는 인터뷰 다음 날 해외로 떠난다고 했다. 떠나기 전 월드영화프로그래머로서 영화 선택 기준을 물었다.
“씨네필들이 보고 싶은 핫한 중견감독의 신작, 유수영화제수상작품, 강국들의 영화, 그리고 소외된 지역의 영화를 되도록 놓치지 않고 선택하려고 합니다.”
1년의 1/3을 해외에서, 1/3은 서울에서, 그리고 1/3을 부산에서 보낸다는 그녀는 이미 내년 스케줄까지 잡혀 있다고 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그 누구보다 신작을 먼저 만날 수 있는 영화프로그래머는 가슴 설레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글ㅣ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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