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신직업③]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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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신직업③]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08.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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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장연희 문화재보존전문가(국립중앙박물관)

1976년 별도의 직제 없이 담당 직원 2명으로 출발한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팀의 구성원은 현재 16명으로 늘어났다. 보존과학팀은 소장유물의 보존·복원 및 과학적 조사 등 문화재를 관리하는 곳이다. 조직도에 나타나듯 문화재를 보존·복원하는 전문가는 문화재의 재질과 기법, 특성에 따라 나뉘어진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팀 장연희 학예연구사 역시 자신의 전공에 따라 서화·지류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보존·복원이 늦게 시작되었지만 그 기술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그를 만나 ‘문화재보존전문가’를 알아본다.

▲ 장연희 문화재보존전문가(국립중앙박물관)

과학적으로 문화재를 보존·복원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1990년대 이후 국내 대학에 문화재학과, 문화재보존과학과, 문화재관리학과, 문화재보존학과 등이 개설되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장연희 학예연구사는 그때 호기심이 일었다고 한다.
“원래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당시 문화재보존과학과가 국내에 처음 생겼다고 해서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진학했죠. 진학 후에는 역사뿐만 아니라 문화재와 관련한 지식과 실무 경험을 쌓았지요. 제 명함에는 학예연구사로 나와 있지만, 제가 실제로 하는 일은 서화문화재, 즉 병풍, 족자, 액자, 서책, 문서를 보존처리하는 일입니다.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기획, 전시, 유물관리, 보존처리 등을 하는 사람이에요. 여기서 보존·복원하는 사람이 ‘문화재보존전문가’죠.”

문화재보존전문가, 전문지식이 필요한 직업
10년 전 이색직업으로 등장한 문화재보존전문가는 현재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17년째 문화재보존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에게 문화재보존전문가 직업 현황에 대해 물었다.
“문화재보존전문가는 현재 공공기관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보존과학센터가 설립될 계획이기 때문에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에서의 인력 확대는 장기적으로 볼 때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경우 필요 인원이 채워지고 나면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기관에 들어오신 분들이 대부분 정년 때까지 다니기 때문에 채용에 한계가 있죠.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민간업체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해외의 경우 보존처리 공방이나 보존처리 업체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 기반이 취약합니다. 앞으로 공공기관에 의존하기보다 양질의 보존처리 업체가 설립된다면 보존처리 분야가 더욱 확대되고 풍부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록된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록을 바탕으로 각 나라는 자신들의 경제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역사를 조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록만큼 중요한 것이 유물과 유적이다. 후대에까지 유물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발굴된 유물을 다루는 이들의 전문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화재보존전문가는 말 그대로 전문가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팀에 근무하는 분들 대부분이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학사 출신 진입 경로가 차단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석사과정을 밟지 않고, 실무 경력을 쌓아 시험을 통해 들어오신 분들도 계시거든요. 다만, 모집공고에 나온 석사 이상 또는 실무 경력 사항을 충족해야지만 1차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학사를 마치고 오신 분들의 전공을 보면 매우 다양합니다. 석사과정을 마친 분들의 경우는 서화, 금속, 자기, 석재, 벽화, 보존환경, 분석 등이 주요 전공이고요. 박사과정을 밟고 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 서화연구팀은 지난해 말부터 비단 초상화를 복원작업 하고 있다.

문화재 보존의식 높아져 수요 ‘청신호’
한국고용정보원은「2007 신생 및 이색직업」에서 문화재보존전문가에 대한 현재와 미래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박물관, 전시실 등의 증가와 함께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국가지정문화재 수의 증가도 문화재보존전문가의 일자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정부의 문화재 관련 예산이 늘고 있으며, 특히 2008년 후반기로 계획하고 있는 국립문화재종합병원 개원에서도 많은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문화재 관련학과 전공자의 증가에 비해 이들을 수용할 박물관, 전시실, 사설업체 등의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취업하기까지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때의 전망대로 ‘문화재보존전문가’라는 직업은 많이 알려진 것에 비해 10년이 지난 지금도 수요는 그리 많지 않다. 주로 공공기관에서 채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요가 한정적이다. 장연희 학예연구사도 그에 공감한다. 하지만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많고 보존의식이 높아지고 있어 그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공공기관에서 문화재보존전문가를 채용하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1인 보존테크(일반 보존사설업체)와 연구소(공방)의 경우 인력 수요가 공공기관에 비해 좀 더 활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화재 보존의식이 커질수록 보존·복원의 전체 시장은 커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보존전문가라는 직업은 과거의 문화재를 보존처리할 뿐만 아니라 현재 생산되고 있는 미술품 보존처리에도 그개념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보존처리 시장은 확대될 것이며, 인력 수요는 다각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재보존전문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구직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문화재보존전문가는 개인의 적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서화의 경우 한 자리에서 3~4시간 작업하는 것이기본이기 때문에 활동적인 분들과는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서화를 포함한 보존처리 작업은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유물 하나를 온전히 복원하는 데 최소 6개월에서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성격이 급하면 일을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보존·복원·처리 등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도 배우기 때문에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합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고 꿈이 있다면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ㅣ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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