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몬디, “보다 완벽한 삶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
상태바
알베르토 몬디, “보다 완벽한 삶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09.25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조선왕조 때 만들어진 이 건물은 14세기 건물이야.” 지난 7월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이탈리아 고향 친구들에게 창덕궁을 소개하는 첫 마디였다. 그는 24살 때 처음 한국에 와 현재 한국살이 10년 차다. ‘방금 지은 흰 쌀밥에 밑반찬이 나오는 밥상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 전통음식 중에서도 전라도 음식을 최고로 꼽는다. 외형은 이탈리아인이지만 입맛은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현재 중앙일보와 네이버에 칼럼을 기고할 만큼 한국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이제 그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 하지만 그는 한국 사회는 20대 청춘들이 짊어지기에는 버거움이 많은 것 같다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이탈리아는 한국과는 달리 5년(14세~19세)의 고등교육을 거치고 대학에 입학한다. 그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단순한 물리적인 시간보다도 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고등학교는 오전 8시~12시까지 수업하고, 오후에는 자유 시간을 많이 가져요. 저는 고교시절 베이스와 기타, 축구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했어요. 이탈리아에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고등학교에요. 물론 숙제도 있죠. 하지만 한국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숙제나 학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요. 사교육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교육이 없다고 해서 이탈리아 교육 수준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에사메 디 마투리타(고등학교 졸업시험)’라는 시험을 봐요. 직역하면 성숙함을 측정하는 시험이죠. 한국 수능만큼 어려운 시험이에요.”

한국 수능 유형과 비슷한 ‘에사메 디 마투리타’는 대학 입학시험이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 시험이다. 이탈리아는 학생들이 많은 도전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자유 시간을 주는 동시에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스스로가 진로를 찾게 하는 것이 이탈리아교육시스템이 갖는 본질이다.


책자 발간은 한국에서 받은 사랑에 대한 작은 보답
그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 친구들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한국 친구들에게 소문난 맛집은 물론 현지인만아는 알짜배기 정보들을 소개 받았다고. 그래서일까. 그는 현재 한국 사람보다 더 많은 맛집을 알고 있다.
“제가 ‘이탈리아의 사생활’이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실은 한국에서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 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줘 적응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탈리아로 여행 가시는 한국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책을 쓰게 되었어요. 그리고 2년 반 정도 중앙일보에 칼럼을 쓰면서 한국어 글쓰기 재미에 빠져 책을 낸 것이기도 하고요. 뿐만 아니라 비정상회담 출연을 통해 다인종·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은 이제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때문에 이탈리아 사회와 문화를 알릴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적응하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음식이 아닌, 문화였다. 때문에 한국 친구들의 도움으로 한국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그는 한국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살다보면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만날 수 있어

▲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대학 강단에 서기도 한 그에게 한국 20대 청년들의 고민을 물었다.
“한국 학생들은 100% 자유가 없는 것 같아요. 분명 자신이 어떤 걸 하고 싶은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주변 눈치를 많이봐요. 극단적인 예를 들면, 어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있어요. 그는 대기업 말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시간을 갖고 살고 싶어요. 그런데 부모님과 사회 눈치 때문에 그렇게 살지 못합니다. 한국에서는 어느 회사 다니는지, 무슨 직업을 갖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주변의 높은 기대치 때문에 많은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것인지, 아니면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려요. 모든 도전에는 리스크가 있고, 리스크가 클 경우 잠시 멈췄다가 가도 된다고요. 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아 후회하느니 실패하더라도 도전해 봐야 합니다. 처음 갔던 길이기 때문에 실패가 있는 것은 당연한 거고, 처음 하는 도전이기 때문에 잃을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탈리아가 사회적 지위보다 개인의 행복을 우선 순위로 두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한다.
“이탈리아는 학생들에게 크게 압박감을 주는 일이 없다보니 열심히 살려는 20대 친구들이 많이 없어요. 반면, 한국의 20대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고, 고민도 많아요. 제가 자동차 회사를 다녔을 때 주변 한국 친구들이 엑셀을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저 역시 동영상을 찾아가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나요. 이처럼 주변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 받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점은 이탈리아 청년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세계 최고인 한국의 미래는 한국 청년들에게 달려 있고, 한국의 힘과 희망 또한 한국 청년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녔지만, 지난해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방송의 길로 들어섰다. 외국인 방송인으로서 언제까지 그리고 얼마나 활동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었다.
“내일부터 저를 불러주는 곳이 없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일단 지금 하는 방송 일을 끝까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장기적 계획보다 단기적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가장 중요하죠. 다짐했던 일들을 하루, 이틀, 일주일, 일년, 10년을 쌓다보면 어디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보다 완벽한 삶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미리 너무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 그의 핸드폰 메모장에 적힌 목표

“Io mi sveglio la mattina e lavoro per portare valore e amore a chi incontro sulla mia strada: colleghi, clienti, amici, tutti. per dare una vita migliore, con pi soldi e tempo a me e alle persone che amo, prima di tutti a Ji Eun.mia salute e la salute dei miei cari viene sempre e comunque prima del lavoro.”

“아침에 일어나 길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가치와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내 아내에게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게끔 해주고 싶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건강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이다. 건강하게 사는 게 목표다.”


글ㆍ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