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새로운 질서가 나타났다④] 소비자의 빠른 트렌드를 읽어야 도태되지 않아
상태바
[음식에 새로운 질서가 나타났다④] 소비자의 빠른 트렌드를 읽어야 도태되지 않아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09.26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바이탈힌트 코리아
▲ 정지웅 대표는 푸드테크를 소비자의 취향과 기호를 중심으로 식품의 제조 및 유통 사이클이 변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진=오세은 기자]

김한나 씨와 천민우 씨는 지난해 11월 결혼한 신혼부부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시간이 많아야 주 3회 정도. 작은 공간이지만 부엌에서 깨소금을 볶고 싶은 이 부부는 먹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오래 걸리는 요리 레시피 때문에 부엌은 시켜먹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 그런데 얼마 전 요리를 쉽게 해주는 플랫폼 ‘해먹남녀’를 접하고 난 뒤부터 부엌은 깨소금 볶는 냄새로 가득하다.

레시피 공유 모바일 서비스 ‘해먹남녀’는 요리를 쉽게 해주는 콘텐츠 플랫폼이다. 해먹남녀를 탄생시킨 정지웅 대표(바이탈힌트 코리아)는 푸드테크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푸드테크는 소비자의 취향과 기호를 중심으로 식품의 제조 및 유통 사이클이 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다. 
테크’인 이유는 기존 오프라인 판매의 경우 많은 인력과 자본이 들었지만, 지금은 기술로 대체되었기 때문이죠. 기술이 소비자와 산업 간극을 줄여준 셈입니다. 덧붙여 푸드테크 산업의 성장 배경은 기술의 발전과 경제구조 변화와도 밀접합니다. 한국의 경우 1~3인 가구 증가와 경제성장 둔화로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습니다. 따라서 산업 구조가 소비자를 따라가야 합니다. 푸드테크의 첫 걸음이 배달과 물류였다면, 이제는 제조와 유통입니다.”


푸드테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장 큰 시장은 아마도 먹거리일 것이다. 그는 요즘 시대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다’가 아니라‘ 한 끼를 먹더라도 개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편하게 먹고 싶어 한다’며, 음식과 기술이 접목된 푸드테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시장이라 말한다.
“미국의 경우 푸드테크 산업 시장이 가장 큰 나라입니다. 배달뿐만 아니라 대체식품, 바이오, 로봇 바리스타 등이 현실화되고 있죠. 중국의 경우 푸드테크 산업 발전 속도가 미국을 거의 따라잡은 것 같습니다. 특히 무인편의점은 미국보다 더 잘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푸드테크 발전속도는 미국, 중국, 한국 순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국내 외식 시장이 조금씩 정체되고 있다면서, 이점이 푸드테크 산업의 성장배경 중 하나라고 말한다.
“외식 시장은 조금씩 정체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매번 외식하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죠. 요즘 소비 트렌드는 셰프가 만들어준 고 퀄리티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저렴하고 편하게 먹는 음식을 찾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일종의 양극화 현상이라 볼 수 있죠. 때문에 ‘해먹남녀’ 트렌드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새 집에서 해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해먹는 트렌드는 이전과는 다릅니다. 이전에는 냉장고 안 재료를 보고 요리 했지만, 지금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그 음식을 잘 먹기 위해 직접 재료를 배달시켜 만들어 먹습니다. 특히, 욜로(YOLO) 세대는 주 1회 외식을 하고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소비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처럼 요리 해먹는 것은 어려우니 가공식품을 변화시켜 집에서 해먹자라는 게 요즘 소비자의 트렌드입니다. 이런 소비자들을 ‘모디슈머(modisumer=modify+consumer)’라고 부릅니다. 이왕 먹는 거 조금 더 맛있게 잘 먹자는 것이죠.”

한국푸드테크협회 임원사로 있는 그에게 새로운 일자리에 대해 물었다. 그는 먼저 향후 식품 구매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며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 시장이 80조 원, 외식 시장이 80조 원입니다. 합하면 160조 원이죠. 패션 시장보다 큽니다. 지금보다 음식과 기술의 융합이 더 활발해지면 규모도 커지고 일자리도 대폭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식품 구매는 직접 눈으로 확인 또는 시식한 후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식품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모든 의사결정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모든 식품업체들이 온라인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식품을 잘 보여줄까를 고민합니다. 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창의력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쿡방, 먹방, 레시피를 만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향후 5만 명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울러 정 대표는 생산과 판매 시장을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야와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을 ‘신 유통전문가’도 일자리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빅데이터 분야에서도 5만 명 정도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모 회사는 OO버터 과자의 유행이 지난 후 그 제품을 생산하는 오류를 범해 피해를 봤습니다. 시장 상황에 따른 치밀한 분석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원인을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없어서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유통전문가도 5만 명 정도 필요해질 것입니다. 이전 유통업자는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소비자들은 100원, 1000원 비싸도 사려는 상품이 정말 좋으면 바로 구매합니다. 이런 소비자의 관점을 읽을 수 있는 신 유통전문가가 앞으로는 더 필요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흐름을 읽는 경험자가 많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빠른 소비 트렌드와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아는 신 유통전문가를 발굴하는 데 저희도 힘을 싣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이전 유통업자와 달리 요즘의 소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유통업자를 ‘신 유통전문가’라 칭했다. 그는 앞으로 MD, 상품 기획자, 영업부문에서도 소비자의 소비 심리를 읽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짜 일’ 배우고 싶다면, 스타트업으로…
데이터 엔지니어 출신인 정 대표는 삼성전자와 NC소프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2009년 클럽베닛을 창업했다. 그의 첫 창업인 클럽베닛은 당시 알려지지 않은 한국 프리미엄 디자이너들의 옷을 온라인에 소개하는 플랫폼이었다. 취업과 창업 경험자인 그에게 창업과 취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학생 때의 창업은 권유하지 않습니다. 커리어 시작을 스타트업에서 하는 것은 좋지만, 창업이라는 건 본인만의 무기가 없으면 지켜나가기 힘듭니다. 저는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대학생 때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해봤으면 합니다. 대기업 인턴은 심부름만 하다 끝나지만, 스타트업은 진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푸드테크 관련 업체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타깃층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그러나 개인의 음식 취향을 가진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곳은 해먹남녀를 포함하여 몇 곳 되지 않는다. 맛있는 걸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돕는 해먹남녀는 소비자들과의 약속이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