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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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10.24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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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천 미술품 경매사(케이옥션)

지난 8월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케이옥션 8월 경매’가 열렸다. 당일 세션은 한국·해외 근현대 미술과 한국화 및 고미술로 진행되었다. 한국·해외 근현대 세션을 담당하고 있는 손이천 수석 경매사는 이날 약 1시간 반 가량 경매를 진행했다. 하나의 작품이 낙찰되는 데는 짧게는 30초 길게는 1분이 걸린다. 부드러운 제스처로 패들을 가리키고, 정확한 발음으로 호가를 말하는 그녀에게 순간 수십 명이 집중했다. 그녀는 경매사를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말한다. 수많은 악기가 오케스트라에서 한목소리를 내듯, 경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

Q.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케이옥션에서 수석 경매사와 홍보마케팅 실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2009년 6월에 입사하여 2010년 6월 미술품 경매사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미술품 경매사 겸 홍보 마케팅을 이끌고 있죠.

Q. 미술품 경매사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먼저 운이 좋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미술품 경매사면 전공이 미술일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습니다. 때문에 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졸업 후 IT 회사의 마케팅 팀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제가 원하던 B2C가 아니어서 3년 후 퇴사했습니다. 퇴사 후, 1년 동안 미국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미술 전시회를 다녔어요. 이전부터 문화예술 쪽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때 미술 분야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홍익대 미술대학원 예술기획학과에 진학했어요. 대학에 다니던 중 우연히 케이옥션에서 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의가 들어왔어요. 저는 당연히 응했죠(웃음). 그렇게 다니던 중 미술품 경매사도 해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 사내에서 6개월간 경매사 트레이닝을 받았고, 2010년 6월 처음 경매사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Q. 미술품 경매사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우선 경매회사에 들어오셔야 합니다. 경매회사는 경매사를 채용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케이옥션의 경우 큰 규모의 경매가 1년에 6번 열립니다. 1년에 6번, 하루 두 시간을 일하기 때문에 별도로 채용하지는 않습니다. 직원 중 경매사 역량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훈련시켜 투입합니다. 그래서 겸업하는 경우가 많죠. 저의 경우도 평소에는 홍보마케팅에서 일하다 경매가 열리는 날 ‘경매사’라는 모자를 쓰고 경매 단상에 오릅니다.

▲ 8월 30일 신사동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케이옥션 8월 경매’에서의 손이천 수석 경매사가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손이천 수석 경매사 옆에 자리하고 있는 보조경매사의 주된 역할은 경매사가 보지 못한 응찰자를 캐치해내는 역할이다.

프리랜서를 고용하기에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경매가 열리기 전 2~3주 동안은 내부에서 쉼없이 회의를 합니다. 작품에 대한 정보, 작품을 구입하는 고객 정보 공유, 도록 제작 등 다양한 내용으로 회의를 하죠. 이런 과정들을 경매사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모르는 프리랜서가 와서 경매를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래서 경매사는 대부분 인하우스에요. 그리고 경매사에게 필요한 부분은 ‘호가(물건의 값을 부름)’입니다. 경매사는 부드러운 제스처로 패들을 가리키고, 정확한 발음으로 호가를 부릅니다. 그래야 경매에 참가한 응찰자들을 집중시킬 수 있어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말이죠(웃음).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경매 현장에서 실수 없이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발음 연습을 충실히 해야 합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실수하지 않도록 평소 노력해야 하죠. 이외에도 응찰자들을 향한 제스처, 응찰자 간의 경합 유도 여부 파악 등도 익혀야 합니다. 이런 부분은 글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연습을 자주 하거나 다양한 경매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Q. 앞으로 미술품 경매사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한국은 빠르게 성장한 경제규모에 비해 미술시장이 작은 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도 볼 수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 미술시장 성장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조금씩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경매사라는 직업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지금보다 시장규모가 커져 매달 경매가 이루어진다면 많은 경매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Q. 미술품 경매사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미술은 단순히 앉아서 지식을 습득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미술품 경매회사라고 해서 미술 관련 전공자만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경매사 일을 하고 싶다면 우선 경매회사에 들어오세요. 저는 홍보마케팅에 전문성이 있었기 때문에 경매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고, 운 좋게 주어진 기회가 찾아와 경매사 일도 겸하고 있습니다.
경매회사에는 홍보마케팅, 촬영, 경영, 디자인 등 다양한 직군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포토그래퍼 혹은 디자이너로 경매회사에 들어오셔서 근무하다가 경매사가 될 기회가 찾아왔을 때 도전하면 미술품 경매사를 할 수 있습니다. ‘경매사가 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경매회사에 입사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미술 시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소더비(Sotheby’s)와 크리스티(Christie’s)는 각각 2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경매회사다. 한국의 경우 서울옥션이 1998년에, 케이옥션이 2005년에 설립되면서 지금까지 이 두 경매회사가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어느덧 입사 8년 차인 그녀는 20년 된 한국의 미술 경매시장 역사에서 1/3을 함께 해오고 있다. 그녀는 아직까지 미술경매시장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앞으로 그녀는 경매회사가 단순 미술품을 거래하는 공간이 아닌, 미술에 대한 관심을 왜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사회에 문화예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사진┃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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