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가 이예나, 세상을 향해 ‘희피’ 문화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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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가 이예나, 세상을 향해 ‘희피’ 문화를 외치다!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10.31 18: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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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나 여행가·사진작가

1,100일간의 여행은 무모했다. 개인 사진전을 열겠다는 계획은 ‘얼토당토않은 꿈’이었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 끝에 이예나 씨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됐다. 사진전도 세 번이나 열었다. 여행을 통해 평범한 대학생에서 사진작가가 된 이예나 씨는 인터뷰에 앞서 스스로를 ‘여행자 희피’라고 소개했다.


 ‘희피’라는 아호는 여행 중 히피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이 가진 자유와 즐거움, 나눔의 가치에 감명을 받아 지은 이름이다. 즐거울 희(喜), 나눌 피(披)자를 썼다. 그리고 이제 그 이름처럼 즐거움은 그의 최우선 순위의 삶의 방식이 됐다. 또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강연 요청에 응하거나 멘토링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예나 씨는 자신의 삶이 ‘희, 피’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무엇을 하든 저의 행복을 우선하는 자세로 살다보니 제 삶엔 항상 즐거움이 충만합니다. 즐거움이 충족되니 자연스럽게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났어요. 그래서 강연이나 문화행사, 축제를 통해 그 즐거움을 나누게 됐죠. ‘희’와 ‘피’가 반복되는 것이 저 자신이자 저의 삶 그 자체입니다.”

 강도와 함께 사라진 돈, 그리고 진정한 여행의 시작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공부하던 22살의 이예나 씨는 성실히 학교를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꿈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지원할 기업과 직무를 정하는 게 더 자연스러웠던 그간의 삶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미래를 생각하면서 취미조차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해외인턴 생활을 결정했다. 하지만 6개월간 미국에서 인턴 경력을 쌓으며 영어를 배우고 오려던 단순한 계획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해외에서, 저라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대로 한국에 들어간다면 가까스로 찾아낸 제 모습을 다 놓치고 이전의 저로 돌아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남미로 떠났어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 스펙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제가 원해서, 저만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죠.”

 그렇게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 시작됐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여행을 위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여행2주만에 첫 난관에 봉착했다. 강도를 만나 가진 돈을 모두 잃은 것이다.
 “콜롬비아에서 ‘바란끼야 카니발’을 즐기고 있었던 때였어요. 콜롬비아인 친구를 사귀어 함께 다녔기에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 일행 중 한 친구가 강도를 만나 가지고 있던 물건을 모두 잃어버리게 됐어요. 거기에는 제가 맡긴 현금도 있었죠. 카드도 함께 분실해서 남은 건 60만 페소(약 3만 원)가 전부였어요.”

 그렇다고 거기서 여정을 멈출 순 없었다. 그 여행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진짜 여행은 바로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잃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강도 사건을 겪은 직후엔 무서운 일을 겪은 그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그렇게 도망치듯 카르타헤나로 향했죠. 정신없이 숙소를 잡고 나니 5천 페소만 남더군요. 돈이 없어 상인들에게 먹을 것을 구해도 보았지만 쉽지 않았죠. 그러다 지쳐서 앉아 있는데, 문득 제가 얼마나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인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진 것이 많아 부끄러울 지경이었죠. 그리고 일을 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 좋게도 일자리를 구했고, 또 숙소도 제공받게 됐습니다. 이후 8개국을 돌아다니며 여행사를 비롯해 길거리 장사, 스타트업 마케터, 호스텔 홍보직, 아마존 주방보조 등 온갖 일을 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그렇게 여정을 이어나갔어요.”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한 쪽의 문이 열린다
 어느덧 안정적인 여행을 이어가던 이예나 씨는 여행 경로를 아마존으로 급선회하게 된다. 안정적인 길만 추구하던 그가 반항적으로 선택했던 여행이었기에, 도리어 안정된 삶에 머무를 수 없었던 것이다.
 “어느 순간, 남미 안에서도 ‘국민 여행 루트’라는 것이 있고, 그 길을 벗어나는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어느새 안정적인 루트를 따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아무 정보도 없는 브라질 아마존으로 떠나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 중 가장 재미있고 즐거웠던 때를 묻자, 그는 아마존에서 보낸 3개월의 시간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고 답했다. 그만큼 아마존에서 보낸 3개월의 시간은 값진 시간이었다.
 “밀림에서 장작을 패 요리를 하고 식재료로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악어와 피라냐, 야자나무 애벌레를 먹기도 했어요. 모기와 온갖 벌레에 시달리는 건 다반사였죠. 하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먹고 자고 뒹굴며 친구가 되었던 그 시간은,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소중한 계기가 됐습니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가 아니라 여행이 일상이 되었다고 느껴질 때 가장 힘들었다는 이예나 씨. 때문
에 그에게는 험난한 아마존에서의 시간이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고 모든 위기는 새로운 기회였다.
 “여행 중에 강도도 당해보고, 사막에서 길도 잃어보고, 말 한마디 안 통하는 아마존에서도 살아보고, 물에 빠져서 익사하기 직전까지 가는 등 가진 목숨 절반 이상은 소진한 것 같아요(하하). 그런데 그렇게 막다른 골목에 부딪혔다고 생각하고 좌절하려 할 때마다 저에게 생각지도 못한 다른 기회가 열리더라고요. 강도를 당함으로써 현지에서 일을 구하겠단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사막에서 길을 잃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하수를 감상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막다른 골목을 만나면 오히려 기대가 돼요. ‘이번엔 또 무슨 재밌는 일이 일어날까?’하고요.”

 이예나 씨는 한복을 입고 여행을 한다. 이것이 유명해져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가 한복을 입고 여행을 하게 된 계기는 한 미국인 친구와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한복을 좋아한다면서 왜 좋아하는 옷을 입지 않냐’는 친구의 질문에 자신의 삶이 얼마나 능동적이지 못했는지 깨닫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로 한복을 선택하고, 산을 오를 때나 밀림을 여행할 때에도 한복을 고수했다.
 여행 당시의 사진을 보면, 이국적인 풍경과 한복이 이루는 조화가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는 여행을 하며 찍었던 사진을 주제로 세 차례의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사진전을 열겠다는 오랜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결국 우연히 시작했던 여행이 그에게 여행가와 사진작가라는 커리어를 열어준 것이다.
 “제가 전시회를 열겠다고 말하고 다닐 때, 제 손에는 고작 35만 원 짜리 카메라 하나뿐이었어요. 카메라를 전문적으로 다룰 줄 아는 것도 아니어서 사진도 전부 자동모드로 해놓고 찍었죠. 여행을 마친 뒤 제 전 재산은 0원이었어요. 사진전을 열겠다는 꿈은 얼토당토않은 것이었죠. 그런데 그 꿈을 천 번쯤 이야기했을 때, 어느새 저는 3번의 개인전을 연 사진작가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저는 한 가지 확신이 들었어요. 다음에 무엇을 꿈꾸든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용기와 힘이 제게 있다는 것이었죠.”

 지속가능한 노는 삶, 지속가능한 여행
 그는 현재 방송인, 교육자, 청년문화 기획자 등 4가지 이상의 직업에 도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행복을 찾아 떠나는 법이 아닌 스스로 행복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히어로스쿨’에 참여하고 있으며, ‘희피 페스티벌 개최’와 ‘희피 양성 학교 설립’등의 꿈을 갖고 활동 중이다.
 “저는 여행을 통해 평범하고 소심한 저 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후천적으로 희피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여행을 통해 제가 배우고 느낀 것들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면 굳이 배낭 메고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아마존 한 가운데 서지 않아도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제가 희피학교를 꿈꾸게 된 이유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히어로스쿨’을 통해‘희피학교’의 꿈을 조금씩 실현해 가는 중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자기 인생을 기획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연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죠.”

 그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우선 지난 1,100일의 여정을 한국에서 이어가는 중이다. 지금껏 해왔던 방식 그대로, 한복을 입고 무전여행을 하며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지속가능한 노는 삶, 지속가능한 여행’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전 지금 한국이란 특별한 나라를 여행하고 있습니다. 매일 다른 도시를 다니고,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 매일 다른 일에 도전하며, 매일 다른 곳에서 잠이 들어요. 여행하던 그대로, 희피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 저는 그 목표대로 아주 즐거운 여행을 하는 중입니다. ‘여행’이 ‘삶’이 된, 끝나지 않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는 것이죠.”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자신의 또래인 많은 청춘들에게 강렬한 한 마디를 남겼다.
 “정말 원하는 것들은 언제나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함께 나타나요. 그 두려움을 이기고 나아가 보세요. 거기서 자신만의 여행이 시작될 겁니다.”

글 | 허지은 기자
je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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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헌 2019-08-19 02:19:19
꼭 좋은꿈 이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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