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의무병, 일과 후엔 야학 군인 선생님!
상태바
낮에는 의무병, 일과 후엔 야학 군인 선생님!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7.10.31 19:5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육군8사단 횃불여단 청솔대대 이정규 일병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지나갑니다. 군에서의 시간이 즐겁고 보람 있으니 그런 거겠죠.”


 시간은 공평하다. 모든 사람에게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 똑같이 주어진다. 하지만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는 조금씩 다르다. 즐거운 일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는 이들에게는 빨리 흐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시간은 한없이 느리기 마련이다. 육군8사단 횃불여단 청솔대대 의무병인 이정규(25) 일병이 군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야말로 LTE급으로 흘러간다. 누구보다 바쁘고 즐겁게 생활하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멀리서도 찾아와
 이 일병은 입대 전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군의관을 잘 보좌하는 것은 물론 물리치료 전문가로서 훈련·운동 등으로 부상한 장병의 재활을 돕는 등 의무병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병의 일과가 끝나도 이 일병의 하루는 끝난 게 아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10여 명의 선임과 함께 부대 인근 마을에 있는‘수임리 공부방’을 찾아 밤 9시 30분까지 영어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이 끝난 후 매일 10시쯤 부대로 복귀해 자정까지 연등하며 다음 수업을 준비합니다. 잠자리에 들 무렵이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지만, 하루를 보람차게 보냈다는 뿌듯한 마음에 행복하게 잠들곤 하죠.”

 부대 차원에서 야학을 지원하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청솔대대가 지원하는 수임리 공부방은 특별하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공부방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이 아니라 매일 진행한다. 심지어 보충수업을 위해 주말 수업도 지원한다. 학원 뺨칠 정도로 수업 수준이 높다고 지역사회에 입소문이 나면서 멀리에서도 학생을 보내올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일병이 이처럼 빡빡한 수업 일정에 개인정비 시간까지 포기해야 하는 야학 봉사를 자원한 것은 개인적인 경험 덕분이다.
 “대학 시절 국제청소년연합 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해 1년간 미국으로 봉사활동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멕시코·아이티 등 인근 국가에서 영어캠프 활동을 돕는 봉사였죠. 원래 영어 울렁증이 있을 정도로 영어를 싫어했는데 당시 경험을 통해 봉사의 기쁨을 깨닫게 된 것은 물론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 경험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었지요. 지금까지는 나를 위해서 살아왔다면 이제는 남을 위해 살아보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싶었고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이 일병은 몸은 힘들어도 교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가 훨씬 많다고.
 “우리 반에 ‘정재’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산만한 학생이라는 경고를 듣고 수업에 들어가 보니 정말 그런 면이 있더군요. 그래서 ‘정재야, 앞으로는 말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죠. 어느 날 수업 중에 정재가 ‘선생님!’이라고 불러 쳐다봤더니 ‘아니에요, 한번 생각해보고 말할게요’라며 입을 다무는 겁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제 말 한마디에 한 아이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큰 기쁨을 느낍니다.”

 야학 봉사 통해 더 많은 것 배워
 거저 주기만 하는 활동 같지만, 사실 봉사를 통해 이 일병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다른 선임들은 교사나 강사로 활동하던 분이 많은데 전 누굴 가르쳐 본 경험이 없어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됐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몰랐던 걸 알게 되는 경우도 많죠. 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린 시절 제가 방황할 때 옆에서 절 잡아주셨던 선생님, 형님들께감사하는마음이 생겨나 그분들께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참 많은걸 느끼고 배웁니다.”

 하지만 그의 생활은 임무 수행과 봉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침 점호 후 일과 시작 전과 일과 후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기 전 자투리 시간마다 운동에 열중해 특급전사가 되는가 하면 사회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또래 상담병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웅진(중령·육사 55기) 청솔대대장은 “이 일병은 임무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봉사활동에 열성적인 모범 병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년 8월 전역 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예정인 이 일병은 전역할 때까지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얼마 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하루 이틀은 편했지만, 사흘 째부터 아이들이 보고 싶더군요. 지금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5년,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에 봉사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다른 병사들도 봉사든, 자기계발이든 자신에게 맞는 무언가를 찾아서 군 생활을 바쁘고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제공: 국방일보 김가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마쉬멜로 2020-04-25 23:09:03
자신의 금같은 시간을 투자해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군인 아저씨!! 너무멋있어요♡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