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린데만, “꿈도 중요하지만 가치관 세우고 지키는 노력 더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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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린데만, “꿈도 중요하지만 가치관 세우고 지키는 노력 더 중요해”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11.22 16: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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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8,557.72km 떨어진 독일 랑엔펠트는 뒤셀도르프와 쾰른 사이에 위치해 있다.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이곳은 베를린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자가용으로는 약 5시간 걸린다. 그리고 JTBC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독일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의 고향으로 소개된 곳이기도 하다. 요즘 이른바 ‘뜨는’ 방송인이 된 다니엘 린데만은 2008년 고려대학교 교환학생 신분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경복궁이라는 옛 건물과 현대식 고층 건물로 메워진 광화문 사거리를 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울이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 봐온 한국 청년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었다.

한국에서 구직활동 직접 겪어
열세 살 꼬마 다니엘은 동네 체육관에서 태권도 수업이 열린다는 엄마의 말에 다음 날 도장으로 달려갔다.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면서 자연스레 한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졌고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 하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독일에서 고려대학교 교환학생으로 갈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가 2008년이었고, 교환학생으로 1년간 한국에 머물렀어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그는 이듬해 타 대학에서 열린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에 머문 시간은 짧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그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교환학생 신분이 끝나자 독일로 돌아갔다.

“독일 와서도 한국이 그리웠어요. 독일 대학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는데 관련 공부를 더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죠. 그때가 2011년 즈음이에요.”
한국을 다시 찾은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한국학과 국제관계를 복수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석사를 마친 그는 박사 과정도 고려했지만, 세계 물가 수준 10위 안에 드는 서울에서 경제활동 없이 박사 과정을 밟는 것은 무리였다고 한다.

“박사까지 마치고 싶었지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됐어요. 그렇다고 어머님께 손 내밀면서까지 공부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한국에서 구직활동을 시작했죠. 그런데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한국인조차 취업이 어려운 상황인데 외국인한테는 더 어려웠죠.”
그는 화면에 비춰진 똑 부러진 겉모습과 다르게 남모를 힘든 시기를 겪었다.

“석사 학위 취득 후 40개가 넘는 곳에 이력서를 넣었어요. 독일 대사관, 독일 자동차 회사 등등 정말 여러 곳에 지원했어요. 결론은 저를 불러주는 곳이 없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구직활동 중 비자가 만료되어 독일로 돌아가야만 했어요. 하지만 돌아가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독일인을 고용하는 회사는 대부분 게임회사였고, 그 자리는 이미 재독교포들이 채우고 있었죠.”
독일에서의 취업도 어려워지자 그는 만료 기간 1년 남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들고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2014년 2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한국을 다시 찾았어요. 오자마자 구직활동을 했고, 운좋게 작은 회사에 취업하게 됐죠. 그런데 회사를 다니던 중 비정상회담 작가에게 연락이 왔어요. 한 번 출연해 보지 않겠냐고요.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그는 피디와 작가를 만나고 며칠 후 바로 녹화에 참여했다. 비정상회담은 첫 방송 이후 프로그램, 출연자 모두 연이은 화제를 모았다. 그는 방송 출연 이후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사람들은 그가 방송을 하려고 회사를 그만 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월 100여 만 원의 급여로는 한국에 정착하고 싶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스펙 쌓기’ 독일과 한국 차이 있어
한국에서 취업 준비생이었던 그에게 독일 청년들의 상황은 어떤지 물었다.
“독일은 어떤 직무를 갖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취업난이 한국보다는 그리 심한 것 같지는 않아요. 현재 독일의 기술 분야 일자리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독일은 실업자가 되어도 굶어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한바 있다. 그에게 독일에는 구직 실패에도 경제적인 안전망을 제공하는 제도가 있는지 물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우선 독일은 4대 보험 안에 실업자 보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퇴사한 사람, 그리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1년 동안 이전 월급의 80%를 받을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독일은 실업급여 제도가 잘 되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한국인에게 ‘대학’의 의미가 독일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한국의 경우 대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보다 졸업장 자체를 조금 더 우선시 하는 것 같아요. 전공과 관련 없는 직업을 갖는 사람이 많은 것 같고요. 음대 나온 사람이 일반 회사에 취업하고 국제관계 공부했던 사람이 대기업 사장이 되는 경우를 보면 대학이 갖는 의미가 독일과는 다른 것 같아요.”
그는 한국 학생들이 전공과 관련 없는 직업을 갖기 위해 스펙을 쌓는 현상이 독일 청년과 다르지만, 이런 현상은 한국 사회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펙 쌓기는 독일에도 있다고.

“스펙 쌓기가 독일에도 있기는 있어요. 하지만 독일의 경우 한국처럼 토익, 컴퓨터, 중국어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는 문화는 없어요. 토익은 국제 관련 분야가 아니면 취득할 이유가 없죠. 독일의 스펙 쌓기는 결국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을 위해 쌓는 경험이에요.”

올 6월 독일 청년 실업률은 6.7%로 전체 유럽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처럼 독일의 청년 실업률이 낮은 이유는 산업 현장 중심의 도제교육이 꼽힌다.

“독일의 경우 은행에서 일하고 싶다면 은행 관련한 직업교육만 받고 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스펙 쌓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개인이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좋은 점도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자신의 직무와 관련 없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이런 부분은 한국사회가 가진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도 한국인이었다면 토익과 자격증과 같은 스펙을 쌓았을까? 그는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서울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수입이 적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을 것 같다고 답했다.

가치관,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요소

여러 대학 강단에 서기도 한 그는 20대 청년들에게 ‘꿈’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꿈’에 대해 의심이 많다고 했다.

“꿈이라는 건 직업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런데 꿈을 직업과 연결지어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많은 학생들이 꿈을 못 찾아 자책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 깝습니다. 현실적 조언을 드리기 어렵지만 꿈을 조금은 다양한 각도에서 봤으면 좋겠어요.”

그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 어렵다면서도 최근 강연했던 주제(평화를 위한 공부)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이 주제는 2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하나는 개인의 성공을 위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문화 충돌이나 종교 간의 싸움이 커져 가고 있는 현재 평화가 올 수 있도록 하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슬람은 테러리스트들의 집단이야’라고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지 않도록 공부해야 한다는 거죠. 평화를 위해 공부하면 이슬람을 공부하게 될 것이고 공부하다 보면 IS나 탈레반과 같은 단체에 대해 공부한 사람은 종교와 정치를 구별할 줄 알게 되죠. 그러면 테러리스트들 때문에 제일 고통 받는 사람은 이슬람교 사람들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는 거죠. 한 마디로 선입견을 가지고 일반화 하지 않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나머지 다른 하나는 꿈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대개 ‘꿈’이라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하고 싶은 일은 계속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건지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어요. 꿈은 미래를 향하는 것이 맞죠. 하지만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아요. 개인의 꿈에만 집착하면 현재를 놓칠 수 있어요. 미래에 대해 계속 불안해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어요. 그렇게 되면 이기적인 사람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가치관은 당장 내일 아침부터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 건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더 안정될 수 있어요. 자신감도 생기고요. 가치관은 나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돈 많은 사람보다 좋은 사람, 내 미래만을 고민하기보다 평화롭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으로 살자는 거죠. 저도 물론 아직 멀었지만 함께 노력하자는 거죠. 제가 너무 또 진지했나요(웃음)?”

그는 한국 청년들의 고민과 취업난을 깊게 공감하고 있었다. 현재 방송인으로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그는 별다른 욕심 없이 지금처럼 잔잔한 생활이 지속되는 게 목표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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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2018-03-27 08:57:39
언제 한 번 언어습득에 대한 방법도 칼럼으로 써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니 2018-03-27 08:56:27
유유상종이라고 독일의 고향 친구들을 보니 다니엘이 어떤 사람인지 더욱 잘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한국말을 잘 구사할 수 있는지 볼 때마다 놀랍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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